입시 학원이 조직적으로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터넷 제보에 기초해 경찰이 수사를 펼친 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경우는 경찰이 3대 통신사의 '숫자 메시지' 검색을 통해 인지한 경우가 아닌 데다 발신자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수험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수시를 조기에 종료하려던 경찰과 교육인적자원부를 크게 당혹케 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종료하더라도 수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해소될 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입시 학원장 개입, 12명 연루 부정행위 드러나**
충북 청주 동부 경찰서는 1일 모 입시 학원에 다니던 삼수생 이모(21)씨가 학원장 배모(29)씨에게 휴대전화로 답안 숫자 메시지를 보내고, 배씨가 수험생 10명에게 이를 재전송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두 사람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부정행위에 연루된 학생이 더 있을 것으로 수사를 진행중이다.
입시 학원장이 수험생과 짜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이용해 숫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다른 학생들에게 재전송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은 이번 수능시험과 관련 그동안 경찰이 3대통신사의 숫자 메시지를 통해 밝혀낸 휴대전화 부정 행위자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조직이어서 한층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배씨는 시험 보기 2주 전 이씨에게 부정행위 공모를 제의하고, 시험 이틀 전에는 학원에 다니는 수험생 31명을 불러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답안을 전송받은 학생들 중 일부는 시험 종료 전 답을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배씨가 숫자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지목한 학생 7명을 이날 불러 조사하고, 이후 드러난 3명에 대해서도 2일 오전중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확인된 10명 외에 31명 전체로 답안이 전송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이들이 금품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 추적을 벌이고, 이같은 부정행위를 최초로 모 방송사 게시판에 올린 제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배씨는 청주에서 6년간 체대 입시 전문학원을 운영해오다 올초 인근 지역으로 학원을 옮겨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배씨에게 답안 숫자 메시지를 전송한 이씨는 재수를 통해 올해 인천 모 대학에 입학했으나 서울 유명 사립대 체육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3월 휴학한 뒤 이 학원에 등록했다. 이씨의 언어영역 점수는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허점, 인터넷 문자 메시지 서비스로 수사 확대 가능성 대두**
이번 입시 학원장이 개입된 휴대전화 부정행위에는 이른바 '웹투폰 방식'이라고 불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 발송 방법이 쓰여, 경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전송 방식은, 휴대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보내는 방식(폰투폰)과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에서 휴대전화로 보내는 방식(웹투폰) 등 두 가지가 있다. 웹투폰 방식은 네이트닷컴 등 이동통신사 인터넷 사이를 비롯해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수백여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웹투폰 방식은 다량의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소위 '중계조(도우미)'가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이동통신 3사가 경찰에 제출한 문자 메시지 내역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발송된 문자 메시지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발송자의 신원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해당 사이트의 회원 아이디(ID) 등 별도의 신원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웹투폰 방식으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할 경우 이동통신사 교환기에는 해당 문자 메시지 사이트 대표 전화로만 전송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직 웹투폰 방식으로 문자 메시지 수사를 확대할 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나, 대량으로 전송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둘 때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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