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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침몰, '자리다툼'만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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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침몰, '자리다툼'만 치열

통합거래소 이사장 놓고 재경부-청와대-노조-부산 '이전투구'

증권, 선물, 코스닥을 통합하는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자기부처 출신을 박으려는 재경부와, 부산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청와대-부산정치권 간에 갈등이 심화돼,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자리싸움이나 할 때냐는 따가운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한심한 자리다툼**

재경부에 따르면, 통합거래소 이사장후보 추천위원회는 후보로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와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3명을 추천해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광림 재경부차관)가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가 이사장후보추천위원들로부터 3명의 후
보를 넘겨받아 결격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면서 "이 검증작업을 거친 뒤 1∼2명의 후보를 통합거래소 주총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공모' 절차를 통해 최종확정된 이들 3명이 모두 재경부 출신들로, "모프(MOF; 재경부마피아)가 모든 자리를 독식하려 한다"며 청와대 및 부산지역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 대선과정에 부산지역에서 노무현후보를 위해 뛰었던 한이헌 전 경제수석이 통합거래소 이사장이 되기를 강력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권은 재경부장관 몫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뒤, 재경부 출신 3명을 최종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25일 인사위원회를 소집, 재경부 출신들로만 구성된 최종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공모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경부는 그러나 이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청와대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인사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는 경우는 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수출입은행.산업은행 등 재경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재경부장관이 직접 최고경영자를 임명하는 경우에 국한된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의 이같은 설명은 외형상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내용을 곱씹어 보면 재경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3명의 후보중 1명인 정건영 전산은총재가 이날 스스로 후보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후보들 내부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에 충돌하면서까지 이사장이 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금명간 입장을 밝힘으로써 가닥이 잡힐 전망이나, 경제가 준(準)공황으로 치닫는 국면에 이같은 자리다툼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다수 국민의 거센 비판을 사고 있다.

***노조-부산지역도 갈등에 합류**

이사장 선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합거래소로 통합되는 노조들 사이에도 미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한국선물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 노조로 구성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조는 25일 오후 서울과 부산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증권선물노조는 "향후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 선임 결과에 따라 전면 파업체제로 전환해 낙하산 밀실인사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며 "특히 3명의 추천 후보 가운데 강영주 현 증권거래소 이사장의 경우 피합병기관의 기관장으로 통합기관의 대등통합 원칙에 위배된다"며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선물-코스닥 노조가 강 이사장의 후보선출에 반발하는 것은 강 이사장이 통합거래소이사장이 될 경우 통합되는 3개기관 가운데 증권거래소쪽으로 힘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부산지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부산지역 5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산선물도시추진위원회는 25일 오후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결과에 대해 전면 거부와 무효화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들은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특정후보를 배제하고 재경부 출신의 후보 3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한 것은 관치금융으로 통합거래소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음모"라며 "추천위의 결정은 동기 및 절차에서 중대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며 따라서 통합거래소 이사장선임 행위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부산에 세워질 통합거래소 이사장은 부산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거래소는 금융시장선진화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하다가, 2002년 대선때 노무현후보가 통합거래소를 부산에 두겠다는 공약을 함으로써 출범을 앞두고 있는 기관이다. 통합거래소는 법적으로 아무리 늦어도 내년 1월28일 출범해야 하나, 이사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아직까지 출범 일정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IMF사태발발 직전 재경원(재경부의 전신)과 한은은 금융감독기관 통합문제를 놓고 극한갈등을 보여 그후 두고두고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비슷한 광경이 지금 또다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IMF사태로 천문학적 학습비용을 치렀음에도 정작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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