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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한반도 전쟁 꿈도 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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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네오콘, 한반도 전쟁 꿈도 꾸지 마라"

[심층분석]盧대통령 '자주외교' 선언의 막후 배경과 파장

외유중인 노무현대통령의 잇따른 '자주외교' 발언에 대해 국내외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발언의 배경과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노대통령의 미국발언은 외교 당국자들도 예상치 못한 '메가톤급'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이 정도로 강한 톤의 발언이 나올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토로했다. 상당한 당혹감이 읽히는 반응이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긴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노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동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권도 상당히 당혹해 하며 발언의 배경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지율 급락에 부심하던 노대통령이 이탈한 지지층을 재결집시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며 노대통령 발언을 '국내정치용'으로 해석하며 정확한 속내 파악을 위해 부산한 분위기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부시 대통령 재집권후 예상되는 네오콘(신보주의자)의 북핵 강공드라이브를 차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2005년은 '한반도 운명의 해'가 될 것"이라며 네오콘의 준동을 경계해온 민주노동당도 우리당과 같은 맥락의 분석을 하고 있다.

이처럼 노대통령의 '자주외교 천명'은 앞으로 외교-국방-정치 등 국내외에 거대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노대통령 발언이 나오기까지의 전후 과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핵협상 국면의 전환, 라이스의 급부상**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선적으로 미국을 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시정부의 요구를 수용, 이라크 파병 등을 강행했던 노대통령은 부시대통령 재선직후라는 민감한 현시점에 왜 이처럼 강도높은 자주외교 선언을 했을까.

이유는 부시 재선을 계기로 향후 부시의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로 보인다. 그 징후는 여러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부시 재선 성공으로 북핵협상의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부시 미정부는 북핵문제가 불거진 지난해와 올해, 대북정책에서 '강경'을 기조로 하면서도 6자회담이란 유화책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미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라크전쟁조차 매듭짓지 못한 마당에 북한에 대해 동시에 강경책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협상학의 기본원칙중 하나가 "시간에 쫓기는 쪽이 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재선 여부가 불확실한 부시는 불리했고, 북한은 미대선에서 부시가 패하기를 기대하며 최대한 협상을 질질 끌고 갔다. 그러다가 부시 재선으로 상황이 180도 바뀌어, '4년 임기'를 보장받은 부시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고 부시의 강경한 대북정책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런 대표적 징후중 하나가 부시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인 콘돌리자 라이스의 국방-국무장관 기용 움직임이다. 라이스는 네오콘의 한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누구보다 공화당 본류의 움직임에 밝은 한 의원이 전하는 상황은 그 정도가 아니다.

"라이스는 부시 대통령부자를 모두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킹 메이커'인 조지 슐츠 전국무장관의 핵심측근이다. 라이스는 원래 소련-동구권 전문가로 슐츠가 국무장관이 되면서 발탁해 쓴 인물이다. 슐츠가 1982년부터 1989년까지 레이건-부시정권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며 소련붕괴를 주도하는 데 주도적 싱크탱크 역할을 한 보좌관이 다름아닌 라이스였다. 라이스는 대북정책과 관련, '소련도 붕괴시켰는데 북한쯤이야...'라고 생각할만한 인물이다.

라이스가 부시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 된 것도 슐츠 작품이다. 슐츠는 부시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인 1998년 부시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의 SOS를 받는다. '제발 내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이에 슐츠는 '부시 대통령만들기' 본부장을 맡으면서 외교에 문외한인 아들 부시 옆에 당시 스탠포드대학 부총장으로 있던 라이스를 붙였다. '외교는 라이스 말대로 따라하라'는 게 슐츠 주문이었고, 실제로 그후 부시는 라이스의 말에 충실히 따랐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는 라이스를 국무장관 또는 국방장관에 기용하려 하고 있다. 이는 대북정책에 있어 '김정일체제 붕괴'를 본격화하려는 시그널로 해석가능하다. 라이스는 한국군의 이라크파병후 감사의 뜻으로 방한한 자리에서 외형상 파병에 더없는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당시 여권 일각에서 추진중이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이스가 대북정책을 주무하는 국무장관 또는 국방장관이 된다는 것은 노대통령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한 시그널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슐츠는 몇달 전 미국을 방문한 모인사에게 작금의 한-미 관계와 관련, "미국은 50년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바뀐 쪽은 한국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 관계가 정상화되길 원한다면 한국쪽이 바뀌어야 한다는 냉담한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이는 노무현정부를 바라보는 미국 공화당 본류의 시각이 어떤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버스타트 발언의 의미**

이같은 미국 공화당 본류의 생각을 읽는다면, 부시 재선직후 공화당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인 에버스타트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누가 부시 낙선을 원했는가 우리는 알고 있다"고 한 '내정간섭적 발언'의 의미는 보다 분명해진다.

AEI는 '비둘기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네오콘이 국무부에 심어놓은 매파인 존 볼턴 국무차관이 몸을 담았던 곳이었고, 에버스타트는 볼턴과 함께 <북한의 종말>이라는 김정일체제 붕괴 시나리오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에버스타트의 발언은 단순한 일개 연구원의 발언이 아니라, 노대통령과 이종석 NSC사무차장을 직겨냥한 네오콘의 융단폭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에버스타트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북한의 악몽>이라는 논문을 통해 노대통령에 대해 미국과 북한에 대해 동시에 유화정책을 펴는 '이중적 유화정책론자'라는 강한 불신감을 피력하며, 노대통령이 김대중 전대통령으로부터 승계한 '햇볕정책'을 실현가능성 없는 정책으로 폄훼한 뒤 "남한의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김정일체제를 붕괴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는 또 "앞으로 6자회담은 열리더라도 단 한차례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6자회담은 들러리에 불과할뿐, 네오콘의 노림수는 대북 강경제재임을 드러낸 것이다.

에버스타트 발언을 접한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일개 연구원의 허튼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실제 내부반응은 간단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네오콘의 대준동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부시 재선직후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가 여러 차례 이종석 NSC사무차장을 겨냥해 '경질'을 압박하고, 국내보수언론들도 같은 맥락의 공세를 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어 부시 재선후 전격적으로 성사된 이종석 NSC사무처장의 방미가 '별무소득'이었던 점과, 오는 20일 예정된 부시대통령의 각국정상과의 회담 일정 스케쥴이 고이즈미 일본총리, 하워드 호주총리,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 순으로 부시진영의 '호불호' 잣대에 따라 짜여지고 있는 대목 등도 노대통령의 자주외교 선언의 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자주외교 선언은 부시대선후 노골화되는 네오콘의 준동 움직임에 대한 쐐기 성격이 강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김대중-정세현,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판단은 김대중 정부관계자들과 공통된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미 대선 전날인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많은 영향이 있겠지만 미국과 동맹은 긴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전제하면서도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인인 만큼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 점에서는 미국에 대해 할말은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부시 재선직후인 지난 10일 이태리 로마 로마시청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f the Nobel Peace Laureates)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미국은 일방주의적인 태도를 지녀왔고 세계를 협력의 통합체로 이끄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를 공개리에 비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는 핵무기, 테러, 빈부격차 등 많은 난제를 안고 있고 이는 어느 한 나라의 힘에 의해서 해결될 수 없으며 전세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자기의 역사적 사명을 깊이 성찰하고 세계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다자주의적 협력체제의 선두에 설 것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부시 정부의 북핵 강경화 움직임에 대한 분명한 쐐기였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실무책임자였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12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포럼에서 "우리 국민 중에는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미국과 한국의 동북아 평화개념은 다를 수 있으며 대미 패배주의적 관점을 극복하고 설득하면 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은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리, 정돈의 시기'를 맞고 있고 이것이 마무리되면 다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북한과는 상호의존성을 더 높여야 하며 남북대화에 힘써야 한다"고 일관된 햇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선 절대로 전쟁 못한다"는 국제메시지**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 발언 배경과 관련,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어떤 해석을 하기란 조심스러우나, 미대선후 네오콘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결정후 국제사회에서 노무현정부를 부시의 종속물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라크 파병은 한반도 안전을 위해 부득이 결정한 것일뿐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진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노대통령 발언을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도 해석했다. 그는 "북한은 그동안 노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던져왔고 그 결과 남북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었다"며 "따라서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나의 대북정책은 이렇게 분명하니 나를 믿고 즉각 대화에 나서 함께 문제를 풀자'는 메시지로도 해석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대통령이 자주외교 발언이후 '한반도 주변4강은 누구도 분쟁을 원치 않는다'고 한 말은 부시대통령에게 네오콘에게 끌려가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과연 부시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앞으로 20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등의 과정에 예의주시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대통령의 이번 자주외교 선언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으며, 향후 한반도 및 국내정세에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미 '노대통령 비판-발언 철회'를 당론으로 확정할 정도로 국내 보수세력은 강력반발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이라크 파병 등의 과정에 등을 돌렸던 상당수 지지층에게선 복귀 조짐이 감지되는 등 국내 정치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은 안된다"는 분명한 정부입장이 국내외적으로 천명됐다는 사실이며, 이는 앞으로 북핵협상 과정에 한국이 더이상 무력한 제3자가 아닌 '힘 있는 중개자'로 적극 관여할 것임을 전세계에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일대 격동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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