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문규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20일 오전 10시 5·18기념재단에서 광주인권상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인도네시아의 인권활동가 벳조 운퉁(Bedjo Untung)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이날 “5·18정신이 벳조 운퉁의 활동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본 위원회는 독재정권에 의한 투옥과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민주 인권운동에 투신한 벳조 운퉁의 활동이 전 세계의 인권운동가들과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심사위원회는 또 “오늘의 광주인권상 수상 결정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통한 한국 및 아시아 여러 국가의 이행기정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책무 완성과 민주주의의 발전 및 인권신장, 그리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YPKP65(인도네시아대학살연구소)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벳조 운퉁(Bedjo Untung)은 고등학생 시절인 1965~1966년 수하르토 군사독재정권이 좌익청산을 구실로 자행한 대학살을 목격했다.
이때부터 독재에 저항하며 자신이 겪은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그에게 정치범이란 낙인이 찍혔다.
독재정권의 수배자가 된 그는 1970년 인도네시아 군사정보국에 붙잡혔고 이후 전기고문을 비롯한 쥐, 뱀, 도마뱀, 곤충들을 잡아먹어야 했던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환경에서 구금생활을 해야 했다. 이후 여러 감옥으로 이송되며 10년 동안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무급의 강제노동 및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기도 했다.다.
그의 끈질긴 투쟁을 국제사회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난 1979년 10월 24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그는 석방됐다. 하지만 석방이후에도 옛 정치범임을 의미하는 특수코드인 ‘ET’가 기입된 신분증을 소지해야 했고 모든 이동경로를 군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끝없는 사회적 구금과 박해에 시달려왔다.
1999년 4월 7일 벳조 운퉁은 자신이 목격한 대학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명을 가지고 동료들과 함께 YPKP65를 건립했으며, 이후 수마트라에서 자바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을 누비며 피해자들은 물론 희생자들의 가족을 만나 이들이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고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권리를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그의 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희생자들은 인도네시아 헌법에 의거 정부로부터 의료지원이나 심리치유를 받는 법적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벳조 운퉁은 2015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재판의 증인으로 참가해 증언했으며, 당시 재판에서 1965-1966년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살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가 있었다는 것이 공식 인정됐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에 치유와 배상과 같은 후속조치를 취할 것과 인권침해를 다루는 특별법정의 설치가 권고되는 결실을 가져왔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벳조 운퉁에게 2020년 수상자 결정 사실을 알리고, 코로나19 감염위기로 연기된 오는 10월 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인권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시상금 5만 달러를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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