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조기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에 방역당국이 사태 장기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방역당국은 아픈 노동자가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풀이하자면, 방역당국은 각 개인과 집단이 이제 방역의 최전선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충북 청주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경북의 상대적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집단시설이나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 발생이 지속하고 있다"며 "장기전에 대비한 새로운 일상을 침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외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소멸되기는 어려워, 이제 장기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각 사업장과 학교, 기관은 '아파도 나온다'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로 바꿀 수 있도록 근무 형태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휴식권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개선을 코로나19로 인해 바꿔야 할 일상의 첫 모습으로 꼽았다. 정 본부장은 "발열, 호흡기 증상자가 큰 부담 없이 집에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하거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밀집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환기·소독해야 하며, 온라인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또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집단 발생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집단 발생 위험군으로 청소년과 아동 계층, 종교 시설 등을 꼽았다. 최근 교회를 통한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정 본부장은 △외출 자제 △불필요한 의료기관 면회 문화 지양 △개인 위생 준칙 준수 등이 '뉴 노멀' 시대의 새로운 일상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
단기전으로 끝날 성질의 사태가 아닌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 같은 의견은 지난주 내내 이어진 방역당국의 논의 끝에 나왔다고 정 본부장은 밝혔다. 관련한 위기대책전문위원회 등의 회의를 거친 후 새 일상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리라는 전망은 국내외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 방역에 실패한 유럽에서는 이미 고위험군 치료에 중점을 두고 방역에 어느 정도 손을 놓는 사례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 등에서는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전염병 과장의 "코로나19 사태가 올 여름 안에 끝날 가능성은 없다. 해를 넘길 위험성이 있다"는 발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거대 전파지가 된 유럽 정치권도 이미 사태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며 치명 환자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영국공중보건국(PHE) 보고서를 기반으로 "향후 1년간 인구의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중 최대 15%인 790만 명의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내내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이어지리라는 경고다. <가디언>은 해당 전망을 바탕으로 이제 중증 환자 중심의 치료로 대응 체제를 전환해야 하리라고 보도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나 교도소 수용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만 검사를 실시해 의료 과부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즉, 장기전에 대비해 의료 체제 붕괴를 막는 게 더 급선무가 됐으며, 경증 환자 중심의 집단 감염을 막기는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에 다를 바 없다.
한국도 빠른 시간 안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뉴 노멀'의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양상을 보면 크게 31번 환자 이전의 봉쇄 중심 체제-31번 환자 이후 대규모 감염 사태에 따른 봉쇄 및 완화 전략 동시 추진의 두 단계 분수령이 있었다.
이제 한국은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비롯한 이른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를 어느 정도 넘어서는 3단계 분수령에 도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 사태가 이어지는 한편으로, 진정 민주적이고 투명한 열린 방역으로 사태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지에 관한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여태 한국은 이 같은 집단 감염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자원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열린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급한 불길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장기 방역 체제로 이어가기란 불가능하다. 의료인력 과부하가 이미 위험 상황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본이 언급한 '장기전 체제'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한 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를 열어야 하고, 직장 근무 체제도 새로운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사회·문화적 체제 대응이 기존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의료 인력과 의료 인력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각 사회 집단과 개인이 지는 일차 방역 책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방역당국이 신천지 사태를 잡은 후 중요하다고 강조한 시기는 2~3주가량이다. 어쩌면 이 기간이 한국 사회가 코로나19 장기 체제에 들어갈 준비를 할 마지막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 중요한 사례로 한국의 수직적 직장 문화 개선을 방역당국이 언급한 건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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