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내에서 동북쪽 외곽 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한 '그린베이징'을 찾았다. 10여평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공간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단번에 인터넷을 통한 환경단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최근 현장 조사했다는 내몽골 지방의 초원지대 환경 파괴 사진들이 붙어져 있었다. 지하수 고갈로 고통 받고 있는 내몽골 주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 대기오염 물질 한국까지 가는 것, '금시초문'"**
한국의 대기오염 물질 중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나타났다는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자 그린베이징 활동가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대 박순웅 교수의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한국 내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린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은 "중국에 의한 월경성 대기오염이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며 "연구성과를 우리도 알고 싶다"고 놀라움과 관심을 표시했다. 이들은 "대기오염의 40%가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연구보고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베이징을 이끌고 있는 송흔주(宋欣洲) 대표는 "중국과 한국, 일본 3국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한나라의 소비패턴이 다른 인접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도 덧붙였다.
***그린베이징, "인터넷으로 녹색역량을 모으자"**
그린베이징은 '인터넷으로 녹색역량을 모으자. 전 세계의 마음을 묶자. 나부터 시작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8년 11월에 창립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한 도시생활의 환경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주로 인터넷상을 통해 토론 위주로 활동을 진행했다. 쓰레기분리, 폐건전지 수거의 필요성 등이 중요한 문제로 논의됐지만 곧 실생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탈피해 오프라인 활동을 모색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린베이징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교류를 촉진하고, 녹색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악단을 만들어 술집마다 찾아다니며 환경 노래 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공연을 통해 환경의식을 제고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해 사람들로부터 꽤 인기를 끌었지만, 술집 주인들은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매상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린베이징은 또 일회용품 쓰지 않기 운동, 비닐용품 쓰지 않기 운동 등 녹색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우리들에게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는 간편하게 젓가락을 넣어 다닐 수 있는 통을 보여주기도 했다. 늘어나는 중국의 일회용품 사용은 결국엔 산림파괴와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정부도 최근 '촉진녹색소비, 녹색상품'이라는 선전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많은 환경단체들은 녹색 소비자 운동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고, 그것이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린베이징은 최근 녹색건전지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술자가 환경보호건전지를 발명해 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린베이징은 홈페이지에 녹색소비에 관련한 녹색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국의 '전자 쓰레기', 중국에서 큰 문제**
그린베이징은 최근 중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자 쓰레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필자에게 한국정부나 기업들이 폐 가전제품을 처리함에 있어 어떤 제도적인 틀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지 궁금해했다.
송 대표는 "중국에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폐 가전제품으로 인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지역의 경우,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들어온 전자 쓰레기를 저희가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린베이징은 2005년부터 외국에서 수입돼 편법적으로 매립되고 있는 폐가전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정부에서는 한국산 전자폐기물이 중고품을 가장한 채 중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적 전 해당물품이 중고품인지 폐기물인지 철저히 검사할 것, ▲한국 수출업자가 중국 내 정식 중고품 유통업자와 사전 계약을 체결했는지 파악할 것, ▲컨테이너 선적시 모니터나 부속품 등 상품별로 개별 포장을 할 것 등을 환경부에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기업에 대한 공동감시 필요해"**
그린베이징은 요즘 기업들에 대한 환경조사에 한창이다. 내몽골 동오기(東烏旗)에 위치한 제지공장을 조사하고 있다며 최근에 조사한 현장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멀리 보이는 호숫가에 위치한 제지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오폐수로 인해 호수가 시꺼멓게 오염된 모습이었다. 제지공장 측에서 지하수를 개발하여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오염된 물을 그대로 호수에 방류하기 때문이다. 호수오염으로 인해 유목민들의 피해가 늘고, 초원 지역이 훼손되고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은 제지공장에서 생산된 종이의 일부가 한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확인되면 수입하는 한국기업이 이 제지공장의 오염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특히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동 조사 활동들이 모이면 기업의 규범을 바꿀 수 있을 것이고 기업의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환경단체 연대하자"**
송 대표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환경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3국은 공동의 환경인식을 갖고 있어 연대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예를 들었다.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의 경우, 대부분 중국의 숲을 훼손해서 만든 것들이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자원이 오고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환경문제는 곧 다른 나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 정부에 일회용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3국이 공동의 캠페인을 하는 것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활동이 가져간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 일본의 환경정책과 연구 성과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자리가 정례적으로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시민참여와 환경의식을 배우고 싶다"며 "그 배경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해 왔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얘기를 꺼냈다. 필자가 "15일간의 잔치를 위해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비록 올림픽은 15일간 열리지만 그 준비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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