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국내증시에 7조 유입, 하반기부터 이탈

한국 장기불황 돌입, 컨츄리리스트 증대 우려

국내 증시에 케이만군도 등 조세피난처로부터 유입된 자금이 7조원(보유주식 시가총액 기준)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란 금융업체나 기업, 개인의 자금출처 등 검은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예금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제투기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영국령 케이만군도 등 조세피난처 국내 증시에 7조 투자**

2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영국령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들이 국내에 투자한 주식 시가평가액은 모두 7조1천2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 가운데 서열 4위인 싱가포르의 7조4천8백70억원과 비슷한 규모이다.

조세도피처 별로는 케이만군도가 4조4천9백7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버진아일랜드는 1조1천40억원, 버뮤다는 8천6백50억원, 바하마는 3천3백80억원이었고 기타가 3천1백60억원이었다.

특히 케이만군도가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한 평가액은 지난 2001년 1.4분기의 6천6백70억원에 비해서는 6.7배, 작년 1.4분기의 1조4천6백30억원보다는 3배로 급증했다.

케이만군도의 주식투자 평가액은 작년 2.4분기 1조9천9백억원, 3.4분기 2조7천1백억원, 4.4분기 4조8백30억원, 올해 1.4분기 4조4천9백억원 등으로 최근 급증해 왔다.

버진아일랜드의 주식투자액도 2001년 1.4분기의 1천6백90억원에 비해 6.5배, 작년 1.4분기의 3천3백억원보다는 3배 이상으로 각각 증가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조세피난처의 자금 중엔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자금이나 '검은 돈'이 역외펀드 형태로 빠져나가 국내에 다시 유입된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한국 이탈**

하지만 금융가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이같은 조세회피지의 핫머니는 국내증시에서 상당 부분 이탈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조세회피지 자금이 우선적으로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그 뒤를 이어 미국계 자금의 이탈이 목격되고 있다"며 "이들 투기성자금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이들이 움직이면 미국계 자금도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이탈하는 것은 한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외에 북핵문제 해결 지연에 따른 '컨츄리 리스크' 증가 등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