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생명살림·두레생협연합회·가톨릭농민회 등, 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소속 11개 단체는 15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4대강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악조건'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유기 농업을 일궈온 팔당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곧 땅을 잃게 될 처지다. 정부는 이들의 토지를 수용해 자전거도로, 테마 공원 등 위락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2008년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에 앞장섰던 농민들이 스스로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 단체들은 "2008년 6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팔당 농민들과 함께 이탈리아 모데나를 찾아, 팔당 유기 농업의 역사와 성과를 홍보하며 대회 유치를 위해 대회 관계자들을 설득했었다"며 "마침내 대회 유치가 확정된 순간, 민과 관이 하나가 되어 기뻐했지만, 김문수 지사의 약속과는 달리 지금 팔당 유기 농업은 4대강 사업으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이어서 "6월이 되면 팔당에서 수십 년간 수질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헌해온 농민들이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2008년 '팔당 지역의 하천과 유기 농업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세계 유기 농업인을 초청한 세계유기농대회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와서 정부와 경기도는 '팔당의 유기 농업이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유기 농업 전체를 매도하고 있으며, 대회를 개최한 농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개최 장소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국제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들은 "팔당 유기 농업을 붕괴시키는 4대강 공사가 즉각 중단되지 않는다면 세계유기농대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회원국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10월 4대강 사업을 위한 토지 강제 측량에 항의하는 팔당 지역 농민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
4대강 '복병' 만난 세계유기농대회…'유기농'없는 '유기농 축제'될 판
세계유기농대회는 110개국 750여 개 유기 농업단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 농업 축제로, 경기도와 팔당 농민들이 오랜 유치 운동을 벌인 끝에 2011년 팔당 유기농 단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악조건'을 친환경 농업으로 극복한 사례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김문수 지사는 2008년 대회 유치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해 "팔당을 세계 유기 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정작 팔당 유기농 단지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라, 대회의 개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정부는 남양주시 조안면·양평군 양서면 일대의 유기 농지 21만 평을 수용해 여기에 자전거 도로·테마 공원 등의 위락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 농민 비명 가득한 팔당…유기농 대신 유람선?)
경기도는 대체 부지를 마련해 차질없이 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으로 팔당 유기농 단지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몰리면서 '유기농'없는 '유기농 축제'라는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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