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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작심한듯 '정부 경제정책'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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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작심한듯 '정부 경제정책' 질타

"내수경기, 내년에 회복 안될 수도" "건설경기 조정 불가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부터 내수가 살아나면서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재정경제부의 핑크빛 전망과는 달리, 비정규직 급증 등 '고용환경 악화'와 '미래경제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 민간소비를 계속 위축시켜 향후 내수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또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론'에도 반대하며 재정적자 확대-감세 등 단기 경기부양책 역시 더이상 써서는 안되며, 모든 정책노력은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도시', '비정규직보호법' 등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이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듯 작심하고 쏟아낸 '쓰디쓴 조언'이라 하겠다.

***"'비정규직 급증'으로 소비, 구조적으로 위축"**

한국개발연구원은 24일 과천 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김중수 KDI원장이 발표한 '최근 내수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0~2002년의 과잉소비(카드 현금서비스) 및 과다부채(가계대출 급팽창)의 후유증에 따른 2003년부터의 소비 위축은 금년 들어 가계신용이 완만한 증가세로 반전되고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도 최근 감소폭이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순환적 요인'에 따른 민간소비 감소는 거의 완료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내수경기 침체의 또다른 원인인 '구조적 요인'이 향후 내수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가 지적한 구조적 요인은 최근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파트 타이머' 급증에 따른 고용안전성 저하와,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두 가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0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은 상승하는 반면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은 급속히 감소하며 고용안전성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30시간 미만 취업자, 즉 비정규직의 비중은 IMF사태후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한층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36시간 이상 취업자, 즉 정규직의 증감에 비례한다"며 "이같은 고용안전성 저하가 구조적인 소비위축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경제에 대한 자신감 저하도 걸림돌"**

KDI는 또다른 구조적 원인인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해선, 지난 2002년까지 빠르게 감소하던 저축율이 지난해 상승세로 반전한 데 이어 잇따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올해 34%대로 급속히 높아지며 금융기관으로 돈이 몰려들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은 저축률 증가는 장래의 경제성장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낮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장기적으로 내수는 성장능력에 따라 결정되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경제주체의 신뢰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등 여타국가의 부상에 대응한 탄력적인 구조조정의 지체, 미래경제에 대한 자신감 저하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따라서 "향후 내수회복 속도는 장기적, 구조적 요인에 크게 의존할 전망"이라며 "미래소득에 대한 확신이 확보되고 고용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소비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 "내년에는 내수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재정경제부의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중소기업 투자 최악, 대기업 투자 미진"**

KDI는 또 보고서에서 최대 '잠재성장률 결정'변수인 투자 전망에 대한 정부 일각의 섣부른 낙관론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보고서는 "반도체장비 및 정밀기계를 중심으로 기계장치투자 증가폭이 확대되고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국내기계수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최근 설비투자는 다소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외환위기후 지속된 투자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대기업 비중이 높은 상장사의 설비투자는 작년이후 반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그러나 "상장사 내에서도 3백인이하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설비투자 여력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도 수익성과 비교한 투자비율은 하락해 보수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해, 투자가 계속 부진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건설투자 둔화, 과열조정 차원에서 불가피"**

KDI는 또 최근 "건설경기가 연착륙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는 정부 주장과 관련해서도, "건물건설의 증가율은 크게 둔화된 반면, 과거 2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토목건설은 2분기중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최근의 건설투자 둔화는 비교적 완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잉우려'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보고서는 이어 "향후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둔화세가 심화되고 최근 건설용 생산재가격 등 건설비용의 급등으로 건설업체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까지 건설 대호황으로 건설업체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현저하게 개선돼 있어 향후 어느 정도의 건설투자 둔화가 건설업계의 경영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한 "이같은 건설투자 둔화에는 상당 부분 작년까지의 주택건설 과열상태를 조정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해, 최근 '골프장 경기부양론' '기업도시 강행' 등 정부의 잇따른 '과잉 부동산경기 부양' 움직임에 대해 우회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KDI의 이같은 견제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8천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낮아져 GDP의 5~7%에 머무르는 반면, 우리나라만 유독 IMF사태후 김대중-노무현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펼친 결과 GDP에서의 건설업 비중이 17%에 이를 정도로 '기형적 구조'로 왜곡된 데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더이상 단기부양책은 금물, 성장잠재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편 김중수 KDI원장은 이같은 상황분석을 한 뒤 향후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단기적 경기부양 정책은 현재 계획돼 있는 정도로 추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건설경기 부양 등 단기적 경기부양책과 관련, "내수부진의 단기적 요인들은 상당히 해소되고 있다"며 "건설투자의 경우는 내년에도 조정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상당부분은 '필요한 조정'"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 원장은 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추가적인 물가부담을 수반하는 대규모부양정책(총수요 확대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움직임과 관련,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일반회계 예산증가율 9.5%, 적자채권 6조8천억원)은 재정팽창이 내수급등에 크게 기여했던 2001~2002년에 버금가는 수준일뿐 아니라 감세도 계획되어 있다"며 "현재 계획되어 있는 재정정책기조만으로도 충분히 확정된 수준"이라며 추가재정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은 그대신 "정부의 모든 정책노력을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며 "원활할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방, 교육, 기술개발 관련 구조개혁 정책도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있게 추진함으로써 정책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DI가 작심한듯, 작금의 경제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이날 회의에는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 박철 한국은행 고문 등이 참석했다.

***김원장 "일본의 실패 되풀이해선 안돼"**

김중수 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8월30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열린 '경제살리기 국민대토론회'에서 이헌재 부총리 등이 배석했음에도 경제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했었다.

김 원장은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진지한 대응 없이 재정확대정책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된 1990년대의 일본, 1차 석유파동기에 인플레이션보다 경기확장에 주력한 통화정책의 결과 궁극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아픔을 겪었던 선진국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시 당정이 합의한 재정적자 확대 및 감세 등 단기적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경고했었다.

김 원장은 또 "단지 과거와 같이 규제완화를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든지 또는 단기적 부양책이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최근 국무총리실이 재계 직원들을 파견받아가면서까지 행하고 있는 대대적 규제완화 작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처럼 정부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최근 정책기조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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