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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플랍' 늪에서 헤매는 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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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플랍' 늪에서 헤매는 케리

이라크전 악화에도 부시 선전 이유, '이라크 해방구' 급증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당시 알았다면 이라크 전쟁의 길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존 케리)
"당신은 그래서 '플립플랍'(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야."(조지 W. 부시)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에 대해 맹공을 퍼붓자, 부시 대통령은 케리가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 투표한 사실을 물고 늘어지며 "케리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한다"며 맞받아쳤다.

이 와쟁 중에도 이라크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어 부시진영을 곤혹케 하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 규모가 1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미인질이 새로 참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케리 후보가 제대로 공격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케리 진영의 선거전략 미숙을 꼬집기도 했다.

***케리, "지금 아는 것 예전에 알았다면 이라크전 동의 안했을 것"**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리 후보는 20일(현지시간) 뉴욕대에서 가진 유세에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예전에 알았다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전복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은 잔인한 독재자임에 틀림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전쟁을 시작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년전에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부시의 전쟁의 길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 해법으로 ▲동맹국 역할 강화 및 석유 등 이권사업에 대한 참여권 인정을 전제로 책임분담을 위한 세계주요국가 정상회의 개최 ▲국제적 분담을 통한 이라크 보안군 훈련 ▲이라크인에의 실질적 이익이 되는 재건계획 조기 집행 ▲정해진 총선 실시 및 유엔의 총선 관리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밖에 "당초 의회가 전쟁수행권을 부여한 것은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오용했으며 그가 재선되면 또 세계 어디에선가 무모한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명분으로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 세계에서 이라크보다 더 큰 핵 능력을 보유한 35-40개 나라를 침공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주장했다.

***부시, "그래서 케리는 플립플랍"**

이날 뉴욕에서 행한 케리의 연설은 21일 뉴욕 유엔 총회에서 이라크전 정당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할 예정인 부시 대통령에 대한 사전공세 측면이 강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총회 연설을 통해 자신의 업적과 국제적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고, 23일에는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를 백악관에서 만나 자신의 이라크 정책을 합리화하고 대선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부시는 이런 마당에 케리 후보의 공세가 펼쳐지자, 케리 후보의 약점을 언급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오늘도 내 상대자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양상을 계속해 보여줬다"며 "케리는 플립플랍(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부시는 이날 뉴햄프셔에서 가진 유세에서 "케리는 독재권력의 안정성을 민주주의의 희망과 안전보다 더 우선시한다"며 "지난해 12월 케리 후보는 민주당 후보 경선과정에 '이라크와 세계가 후세인이 없어진 뒤 더 나아진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과, 후세인이 생포된 뒤 우리가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판단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었다"고 비꼬았다.

부시는 케리 후보가 제안한 4가지 방안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총선을 준비중"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인 인질 참수 등 이라크전 악화, 부시 곤혹**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반격은 이라크전이 악화돼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케리 후보가 고전을 하는 한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케리 후보는 이러한 쟁점을 충분히 이용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 및 공화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이후 줄곧 강조해온 '플립플랍' 이미지에 갇혀서 제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은 외신의 지적대로 부시에게는 최악의 정치적 악재다. 이미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미군 수는 1천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9백명 가까운 미군은 부시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지난해 5월 1일 이후 사망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안정화의 지표로 내세우고 있는 이라크 총선도 예정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이고 이라크 재건 또한 지지부진하며, 저항세력의 미국 및 참전국들 국민에 대한 납치 및 살해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에도 또한명의 미국인 인질이 참수돼 부시를 곤혹케 만들었다.

테러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 휘하 무장단체인 '유일신과 성전'은 이라크에서 최근 납치한 미국인 1명을 참수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20일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9분짜리 이 비디오는 총기를 휴대하고 마스크를 쓴 5명이 지난 16일 납치된 유진 암스트롱을 참수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회사인 '걸프 서플라이스 앤드 커머셜 서비스' 직원인 암스트롱은 지난 16일 바그다드 자택에서 동료인 미국인 잭 헨슬리와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와 함께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었다.

무장단체는 암스트롱을 참수하기 전 낭독한 성명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연합군에 의해 억류중인 모든 이라크 여성 수감자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계속 무시하면 24시간내로 다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저항세력 규모 10만명 달해, 해방구 나날이 증가"**

더욱이 "저항세력은 한줌도 안된다"던 부시정권의 주장과는 달리, 이라크 무장세력의 규모는 정규군에 육박하며 나날이 세를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낫다.

제프리 화이트 미 국방정보국(DIA)의 전직 애널리스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월27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저항세력 규모는 식량과 의복 내지 은신처를 제공하는 인원까지 포함,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타임>에 따르면, 미군들이 '진입할 수 없는' 이라크내 지역, 요컨대 '이라크 해방구'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수니파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팔루자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사마라, 라마디, 바쿠바 등의 지역은 미군 등의 연합군이 '들어갈 수 없는', 저항세력의 통제 지역으로 변했으며 그러한 저항세력 '해방구'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타임>에 따르면, 아무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연계된 조직들은 바그다드의 주요한 도로들에서 순찰을 돌고 있을 정도다. 이들 지역은 이라크에서 가장 철통같은 경계가 펼쳐지고 있는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까지 직접 박격포 공격이 가능할 정도로 근접한 장소이다.

<타임>은 이와 관련, "미국 관리들은 저항세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며 "저항세력 숫자가 계속 증가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공격 양상에서 있어서도 범위와 대담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임>은 또 "이같은 폭력적인 현실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향한 진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밝은 전망과는 대립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전개에도 불구하고 케리는 아직 부시에게 고전하고 있다. 만약 케리가 대선에서 패한다면, 그는 밥상을 차려줘도 먹지 못한 멍청이로 미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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