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소송', 해 넘겨 장기화 조짐

재판부 "결심 공판 11월로 연기", 내년2월 재판부 바뀔 예정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 소송이 또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2005년에는 법원 인사와 맞물려 재판부가 바뀔 예정이어서, 조속히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결론 없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만금 소송, 결심 공판 11월로 연기**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강영호 부장판사)는 7일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새만금 소송 결심 공판을 오는 11월로 연기한다"며 "재판부가 바뀌는 내년 2월까지 조정을 시도한 뒤 결론이 나지 않으면 양측에 조정 결정문을 송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부가 행정법원 수석부여서 10월 있을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하고, 피고인 농림부 역시 국정감사 기간에 불러내는 것이 적합지 않은 것 같아 11월로 결심을 미뤘다"고 밝혔다.

법원은 결심 공판이 끝나는 대로 환경단체와 농림부, 전라북도 3자가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연속적으로 마련하고 조정 결정문 작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판부는 여기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새 재판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월중 조정 결정문을 양측에 보낼 예정이다.

재판부는 당초 9월중 결심 공판을 열고 조정을 권고해, 양측이 받아들이면 판결 없이 소송을 조기 마무리하고, 판결을 선고해 1심을 1단락 짓는다는 입장이었다.

조정 결정문은 법원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것일 뿐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소송 당사자 한쪽이라도 수용치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현재 환경단체와 농림부, 전라북도 3자의 대립이 워낙 첨예해 조정 결정문이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만금 소송, 2001년부터 4년간 진행돼**

지난 2001년 8월 지역주민 및 시민단체 3천5백39명이 제기한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 소송은 4년을 넘게 끌어왔다. 특히 2003년 7월에는 환경단체 등이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한 '새만금 방조제 공사 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7개월가량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 사업은 지난 1월 열린 항고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1심 결정을 취소하고 농림부측의 항고를 받아들여 사업이 재개됐다. 현재 농업기반공사는 물막이 보강공사와 배수관문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새만금 소송이 진행되면서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도 더욱더 높아졌다.

지난 5월 법원의 의뢰를 받아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분석한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농림부 조사 보고서는 전형적으로 부풀리고 왜곡된 평가이며 농지 사업 경제성도 전혀 없다"는 감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최근 서울대 농경제학부 이태호 교수에게 감정 평가를 받겠다고 법원에 신청, 법원이 이 교수에게 감정 평가를 의뢰한 상태다.

***새만금 모델로 소개된 이사하야 간척 사업, 日법원 "일단 공사 중지"**

한편 지난 8월26일에는 농림부가 새만금 사업의 본보기로 소개한 일본 이사하야 간척 사업에 대해서 일본 법원이 '공사 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관심을 끌었다.

일본 사가 지방법원은 "이사하야 간척사업으로 환경영향평가의 예측을 넘어서는 지역에까지 피해가 미치는 등 어업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일단 인정된다"며 "인근 해역의 조류에 변화가 생긴 것과 간척사업의 인과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공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일본에서 이미 95% 정도 공사가 진행된 대규모 국책사업을 법원이 중단시킨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