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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정부해명 묵살. "한국 좌파정권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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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정부해명 묵살. "한국 좌파정권 개입 의혹"

美-英언론, "美 독자적 조사 착수" "더 놀라운 사실 발견될 수도"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 등 핵보유국의 언론들은 한국의 우라늄 추출을 한국정부가 개입한 작품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또한 미국정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는 별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독자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파문이 한층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중도좌파정권이..."**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3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한국 과학자들이 채택한 '레이저 이용 우라늄 농축 방식'을 집중 거론하며, 한국정부 해명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레이저 이용 우라늄 농축 방식은 우선 은닉하기에는 쉽지만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순수 민간 차원에서는 이용하기 힘들고 비용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군사 프로그램에서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핵통제연구소(NCI)의 폴 레벤털 소장은 "레이저 기술은 너무 비싸고 난해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나 활용할 수 있다"면서 "승인받지 않은 과학자들이 우라늄을 농축한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무색케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지 W. 부시 미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김대중 전정부와 노무현 현정부를 '중도좌파 정권'으로 규정한 뒤, 이들이 승인한 게 아니냐는 색깔론적 접근을 하기까지 했다. 이 당국자는 "중도좌파의 현 한국 정권과 전 정권(김대중 정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 어떠한 프로그램을 승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이 지금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며 "북한은 자기 이익을 위해 이 문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미국정부, 한국과학자들에 대한 조사 착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3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핵확산금지 전문가인 존 울프스탈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의 우라늄 농축 시인은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의혹 해결에 노력하는 부시 정부로서는 최악의 시점에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북정책당국자도 <월스트리트저널>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이를 이용할 것이며 따라서 6자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와 함께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는 별도로 부시 행정부가 우라늄 농축 과학자들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정부가 독자적 조사에 착수했음을 전하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앞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IAEA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번 사례는 한반도를 비핵화한다는 합의를 한국이 북한과 함께 훼손시키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한국 정부의 시인으로 동북아시아 핵무기 개발경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정부가 이전에 사찰요구를 거부했던 점을 감안할 때 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는 외교 소식통들의 말도 함께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이 농축한 양이 0.2g에 불과하지만 이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이란에서 발견된 양에 비해 10배나 많은 것으로 명백한 핵비확산조약(NPT) 위반"이며 "매우 위험한 중대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외신기자들 ‘과학자 성향’까지 질문**

이처럼 외신들의 의혹 제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높여가자, 외교통상부 간부는 3일 오후 직접 서울의 외신기자들과 만나 진화작업에 부심했다.

오준 외교부 국제기구정책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추출된 우라늄의 농축도를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이 계속되자 “지난 2000년 실험을 통해 농축된 우라늄은 보도되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농축 우라늄의 평균 농축도는 민간수준”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원료인 농축도 90%이상의 우라늄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이는 우라늄 농축도가 90%이상이 되기 위해선 정부 초기발표처럼 '1회성 실험'으로는 불가능하고, 여러차례 반복실험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외신들의 집중적 관심사가 돼 왔다.

오 정책관은 또 외신들이 의문을 제기한‘고가장비를 폐기한 시점과 이유’에 대해서도 “장비는 오랜 기간 놔둔 것이 아니라 실험이 있은지 수개월후 폐기됐다”며 “장비가 오염이 됐기에 폐기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외신기자들은 이날 실험을 한 과학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요컨대 과학자들의 '민족주의' 정도를 물은 것이다.

이같은 질문에 대해 오 정책관은 “이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이들 과학자들은 정부 승인 없이 실험을 하는 등 ‘불량 과학자’가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오자, 오 정책관은 “이들 과학자가 하고 있던 동위원소 실험은 합법적인 연구였고 우라늄 실험은 딱 한 번만 한 것”이라며 “그것이 문제된 것인데 불량 과학자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제협약 위반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험 자체가 위반은 아니다”며 “신고되지 않은 우라늄을 갖고 실험을 한 것에 대해서는 사찰이 끝난 후에 보고가 있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추가 의정서 가입 이전에도 우라늄은 신고돼야 하지만 신고한 양과 실제 보유한 양이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나야 위반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 문제된 것은 다른 나라의 핵비확산 위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6자회담에 영향이 있어서도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1년 맺은 남북비핵화공동선언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이 선언은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 2000년에 한 것은 실험뿐이었으므로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답변에도 불구하고 외신기자들은 쉽게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외신들의 의혹 제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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