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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강원랜드 ‘접수하러 온’ 간 큰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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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강원랜드 ‘접수하러 온’ 간 큰 여성

②경호원 20명 거느리고 정권실세 들먹이며 협박한 50대 여성

50대 여성이 강원랜드를 ‘접수’하러 온 황당한 해프닝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2003년 3월 말 강원랜드 메인카지노가 개장하고 자리가 잡혀가던 2004년 11월 16일 오후시간에 낯선 이방인 수십 명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지장산 일대 단풍이 절정에 달하던 당시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스타일로 보이는 젊은 청년 등과 수십 명을 대동한 50대 중반의 여성이 강원랜드를 방문한 것이다.

▲2003년 3월 개장한 강원랜드 호텔. 24층에 VIP객실이 위치해 있다. ⓒ프레시안

당시 일행은 강원랜드호텔 VIP룸(프레지덴셜 스위트룸)과 로얄스위트룸 등 24층 전체 7개 룸을 통째로 예약한 뒤 투숙했다.

2003년 3월28일 개장한 강원랜드호텔의 VIP룸은 90평의 대형 평수에 하루 숙박비가 480만 원에 달해 객실을 찾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 또 같은 층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 6개 객실은 하룻밤 숙박료가 최고 181~121만 원 등 7개 룸의 하루 숙박비로 1260만 원에 달했다.

강원랜드 하루 체류를 위해 거액의 숙박비를 쓴 이들은 VIP룸에 투숙한 뒤 곧장 김진모 사장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비서실에 연락을 했다.

특히 당시 지역개발을 위한 외자 유치에 관심이 높았던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사상 처음 강원랜드 호텔 24층의 VIP룸 전체에 투숙한 고객들이기에 관심과 함께 호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당시 비서실의 민범기 실장은 김진모 사장을 모시고 함께 24층의 VIP룸에 올라갔다.

김진모 사장이 VIP룸에 들어서자 50대 초반의 여자가 중앙에 앉고 주변에 60세 가량의 남자와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스타일 남자 20명 가량이 소파를 중심으로 앉거나 서 있었다.

민범기 비서실장은 “강원랜드 방문을 환영합니다. 제가 모시고 온 분은 강원랜드 김진모 사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비서실장 민범기입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민범기 실장의 인사가 끝나자 50대 초반의 여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강원랜드를 인수하러 왔다. 우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특별한 임무를 띤 단체다.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단체의 재산은 수 조원이 아니라 수경 원에 달한다.미국 국무부가 보증한 채권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 뒤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과 박지원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등 실세가 있다.

이 사람들과 우리는 강원랜드 인수이야기를 마쳤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 만약 우리 요구를 묵살하면 그냥두지 않겠다.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내일 아침 8시까지 강원랜드를 당장 넘길 수 있도록 모든 서류를 준비하라. 우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력 카지노는 물론 서울의 대형 호텔도 인수하기로 되어 있다.”

황당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이 여성은 일방적으로 그러면서도 앙칼지게 말했다.

순간 객실 분위기는 긴장감을 넘어 살기까지 감돌았다. 50대 여성의 자신감에 넘치면서도 일방적인 이야기가 하도 진지하고 카랑카랑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끼어 들 틈조차 없었고 김진모 사장도 이 여성의 뜻밖의 강원랜드 인수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여자의 말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흐르는 순간 주변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짐이 들어 있는 가방을 만지자 둔탁한 쇠붙이 소리가 났고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가방에는 (실탄이)장전된 총이 들어 있는데 잘못 만지면 실탄이 발사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게!”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했고 생전 처음 당하는 희한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한 민범기 비서실장은 즉시 머리를 회전해 위기를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범기 실장은 여성을 향해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다. 지금 저희 김진모 사장님은 외부 손님과 급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으니 다녀와서 다시 대화하자”고 말한 뒤 김진모 사장과 함께 객실을 나왔다.

객실을 빠져 나오는 김진모 사장과 민범기 비서실장에게 당연히 여자와 일행의 제지가 없었다.

민범기씨의 회고.

“당시 현장 분위기가 당장 큰 일이 날 것 같고 협박을 당하는 느낌도 들었으며 공포 분위기 그 자체였다. 여자는 무속인 느낌도 들고 사기단이나 조폭과 비슷한 인상도 들었다. 그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안 되고 신속하게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분위기가 하도 험악해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면서 탁자에 있는 재떨이로 유리창을 깨서 외부에 위험을 알릴 생각까지 했다. 결국 고민 끝에 김진모 사장의 외부 VIP 방문 일정을 핑계대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김진모 사장에게 문제점을 보고하고 사기꾼이 농락하고 있다는 것에 곧장 공감했다.”

▲강원랜드 보안직원들이 카지노 입구에서 고객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랜드

비서실에 돌아온 김진모 사장은 분개하며 즉시 경찰에 신고토록 했다. 평소 성격이 불같은 김진모 사장은 노발대발하며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정선경찰서 수사과장과 형사과 직원, 김용기 강원랜드 상황팀장이 함께 24층 VIP 객실을 노크했다.

“당신들의 신분증과 가방을 확인하겠으니 협조해 달라. 특히 가방에 총이 들어있다는데 가방 내부를 보여 달라”

신분확인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맞선 이들은 당황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강원도의 시골 경찰을 우습게 보는 말투를 날렸다.

“우리 신분을 알고 싶으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와라. 가방도 보고 싶으면 마찬가지로 영장이 필요하다.”

순순히 신분확인에 응할 줄 알았던 정선경찰서 경찰관과 김용기 상황팀장은 이들의 공격적인 자세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호텔 객실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들에 대한 경찰의 신분확인절차도 불발에 그치자 화가 난 김진모 사장은 본부장을 불러 소리쳤다.

“사기꾼 같은 놈들 다 끌어내! 감히 누구 앞이라고 공갈을 치고 있어. 보안직원들 몽땅 집합시켜 그놈들 당장 끌어내 버려!”

비상이 걸린 강원랜드 안전상황실은 당장 동원 가능한 보안요원 100여 명을 24층 주변 비상계단에 대기시키고 김진모 사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이때 수사관들과 함께 왔던 정선경찰서 정보과장이 김진모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그래도 강원랜드를 방문한 고객인데 강제로 끌어내면 강원랜드 이미지도 그렇고 사장님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내일 아침에 자연스럽게 퇴실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싼 객실의 요금도 모두 지불했는데 그게 나을 거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진모 사장은 “듣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하여간 이놈들은 문제가 많은 놈들입니다. 그럼 보안요원은 모두 철수시켜!”하고 지시했다.

강원랜드호텔 24층 VIP객실에 들어가 강제로 고객들을 퇴실시키려 대기했던 보안요원 100여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철수했다.

당시 안전상황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용기씨의 회고담.

“2004년 11월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대표이사가 보안직원 100여 명을 출동시켜 강제로 이상한 사람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출동했다. 24층 VIP룸 입구 양쪽 비상계단에 보안직원을 대기시키며 출동 지시를 기다렸다. 사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우리는 곧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강제로 그들을 쫓아낼 계획이었다.

보안요원과 절대로 나가지 않으려는 고객 간에 몸싸움이 펼쳐지면 이유가 어찌되었든 나중에 우리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을 무시하는 만행이라는 비난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강제 퇴실작전을 중단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강원랜드 상황팀장을 맡았던 김용기씨는 태권도 유단자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겸비한 탓에 1978년 무술경관으로 특채되어 청와대 경호실 근무를 시작했다. 20년을 청와대 경호원으로 근무한 그는 전두환 대통령이 미얀마(당시 버마)를 방문할 당시 대통령 경호팀 멤버로 대통령전용기에 함께 탑승하고 대통령을 수행한 경력도 있다.

1983년 10월 9일 오전 ‘아웅 산 묘역 테러사건’으로 잘 알려진 당시 사건에서 서석준 부총리와 함병춘 비서실장, 김재익 경제수석을 포함한 한경희 경호관 등 2명의 경호원도 17명의 한국인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김 팀장은 폭탄테러 당시 다행히 테러현장이 아닌 전용기 경호업무를 맡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뒤 모든 일정을 취소한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그도 전용기를 탑승하고 귀국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수행과장(대테러과장)으로 청와대를 나온 뒤 체육진흥공단의 경륜경정본부에서 보안책임자를 거쳐 강원랜드 안전상황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던 상황이었다.

한편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여성과 경호원 등 일행은 짐을 24층 VIP 객실에 둔 채 호텔을 나와 태백산도립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온 이들은 짐을 챙겨 곧장 서울로 상경했다.

며칠 후 서울에서 유력 인사들을 만난 이들은 “미 연방국 재무성 US펀드의 주인이 우리들“이라며 “미 재무성 발행 펀드 25종을 한국을 비롯해 각 국가가 원하는 기간 동안 차관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들의 막강한 존재를 모르고 푸대접했다며 강원랜드와 김진모 사장을 맹비난했다.

그리고 1개월 후 이들은 서울 워커힐 카지노에 가서 비슷한 수법을 쓰다가 수상한 행동에 카지노 측이 이들을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조사한 뒤 사기미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강원랜드에서 출발한 이들의 ‘엽기적인’ 사기행각은 워커힐에서 막을 내렸다.

▲2004년 강원랜드 안전상황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용기씨가 강원랜드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시안

민범기씨(태백거주)의 회고.

”지금 생각하면 황당했지만 당시는 급박하고 불안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민간인이 인수하는 것도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권력층과 연관이 있는 인사가 강원랜드를 방문하면 사전에 (청와대나 산업자원부에서)비서실에 협조 요청하는 연락을 한다. 그런데 당시 그 사람들이 왔을 때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큰소리치며 권력실세를 들먹여 헷갈렸다. 나중에 거짓말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쓴 웃음이 나온다.“

또 김용기씨는 다음과 같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강원랜드에서 하루를 체류하고 다음날 호텔을 떠나는 일행 가운데 약간 통통한 60세쯤 된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당신이 맘에 드는데 우리 회사에 스카웃하고 싶다. 당신 월급이 얼마냐?’ 그래서 ‘나는 충분히 받을 만큼 받고 있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리 회사는 미국에서 인정하는 대단한 회사’라고 답변해주더라.

또 그 사람은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권력층에서도 밀어주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바뀌면 나중에 연락해라’하며 명함을 주고 갔다. 명함은 그 사람이 떠난 뒤 바로 찢어 버렸다. 보스 행세를 하는 50대 후반의 여자는 망토 같은 옷을 걸치고 있는데 꼭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 주변에는 항상 풍채 좋은 젊은 경호원 같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다녔다. 당시 사건은 강원랜드이 가장 대표적인 황당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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