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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4년 더", 反부시 “부시 아니면 아무나”

美 공화당 전당대회 공식 스타트, 부시 지지율 케리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30일(현지시간) 9.11 사건 현장인 뉴욕에서 시작됐다. 이날 출연한 연사들은 최근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베트남전 참전 비난광고후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안보 대통령' 이미지로 굳히기 위해 전념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거의 마비상태인 뉴욕에서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29일에는 25만여명이 대대적 반(反)부시 시위를 펼치며 "부시가 아니면 아무나"라고 외쳤다.

***美 공화당 전당대회 공식 시작, "4년 더"**

30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공식 개막했다. 민주당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경력을 비난하며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공화당은 매일 주제를 달리하며 다양한 연사를 동원, 분위기를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더욱 안전해진 세계와 보다 희망찬 미국 건설'이라는 전체 주제 아래 첫날인 30일에는 '용기있는 국가'라는 주제로 마이클 블룸버그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현직 뉴욕시장, 존 메케인 상원의원 등이 프라임 시간대 연설에 나서 부시 대통령의 안보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때 부통령 교체설로 시달렸던 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부인도 이날 전당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체니 부통령은 전당대회 셋째날에 부통령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케리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잇따라 데니스 헤스타트 일리노이주 하원의장은 "케리는 전쟁에서는 허약하고 세금에서는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버나드 케릭 전 뉴욕 경찰국장은 "백악관에는 용기있고 영감어린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2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한 명만이 이러한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당대회에 참석한 공화당 대의원들은 "4년 더"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러한 '케리 죽이기와 부시 띄우기'는 전당대회 내내 계속될 예정인데 둘째날은 '따듯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셋째날은 '기회의 땅'이라는 소주제로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 주요 연사로는 부시 대통령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부인인 린 체니 여사가 출동한다. 한편 셋째날에는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젤 밀러 상원의원이 기조 연설을 할 예정이다.

***부시, 최근 여론조사서 케리에 앞서나가**

부시 대통령은 최근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 비난 광고에 따라 반등한 지지율을,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9월6일자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시는 케리 후보를 46% 대 44%로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드러나 부시진영을 환호케 했다. 랄프 네이더 후보는 5%를 차지했다.

이달초에는 케리 후보가 48% 대 43%로 부시를 앞서나갔었으나 한달도 채 못돼서 판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부시 대통령이 재선돼야 한다는 유권자보다는 교체돼야 한다는 유권자가 49% 대 46%로 더 많아 아직은 판세가 유동적이다.

30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도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는 부시가 48%를 얻어 47%를 얻는 데 그친 케리 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모두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오차범위내라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주장하기 힘들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케리 후보가 꾸준히 5%포인트 이상 앞서나갔다는 점에서 판세가 혼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WP는 이와 관련, "이번 여론조사결과는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 기록에 대한 논란과 이에 대한 비난 TV 광고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케리 후보에게는 더욱 우려스런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USA 투데이>와 CNN, 갤럽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이겼던 위스콘신에서도 부시가 케리를 48% 대 45%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고어 후보가 이겼던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케리와 부시 47%로 모두 동률을 기록했지만 투표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는 부시가 48% 대 46%로 앞섰다. 또 <마이애미 해럴드>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시는 플로리다에서 48% 대 46%로 앞서나갔다. 이들 주는 모두 판세를 가름할 중요한 주라는 점에서 케리 후보에게는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당대회장, 9.11 사건의 WTC 바로 옆**

이번 전당대회장이 치러지고 있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은 9.11 사건 당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WTC)에서 약 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여서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진영으로서는 9.11 사건을 상기시키고 자신만이 진정한 '테러와의 전쟁' 대통령이고 안보 대통령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술인 셈이다.

특히 사건 3주년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의지를 다시금 강조한다는 복안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자신의 재선 전략의 주요 초점으로 맞춰왔는데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점은 바로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날과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전당대회라는 공화당 차원의 최대 정치 행사에 단 하루만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를 수락하는 2일 하루만 뉴욕에 머물 예정인데 이는 9.11 사건이 직접 벌어졌음에도 반 부시, 반 공화당 분위기가 '넘쳐나는' 뉴욕에 머물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신들은 이미 민주당 측으로 쏠리고 있는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이번 대선을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되는 16개주에서의 선거운동에 치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9일, 뉴욕 곳곳서 25만여명 반부시집회 가져. "부시 아니면 누구나" **

한편 외신들에 따르면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9일 뉴욕 시내에서는 수십만명의 시위대들이 반 부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경찰측은 시위참가자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았으나 한 관리는 약 12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 집회를 조직한 <평화와 정의 연합(UPJ)>은 약 25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고, 집회에 직접 참석한 사람들은 뉴욕의 메디슨 카운티 가든을 통과하는 데만 5시간 이상 걸린 점으로 봐서 50만여명 이상이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위대들은 미국의 대 중동정책과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고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과 낙태와 동성간 결혼을 반대하는 공화당 정책도 비판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참가자들 연령 및 성 분포도 각양각색이지만 "부시가 아니면 누구라도 찬성"으로 요약된다고 영국의 BBC 방송은 전했다.

이날 집회장소에서 몇 블록 떨어진 장소에서는 일부 친 부시 시위대가 "몇 년을 더"라는 구호를 외치며 부시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이에 대해 반 부시 시위대는 "몇 개월만 더"라는 구호로 응수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특별한 폭력 사태없이 평화적인 행진으로 이뤄졌으나 경찰측은 폭발물 탐지견과 탐지장치, 폭동진압장치까지 동원, 뉴욕 일대를 휩쓴 시위대들을 둘러쌌다. 아울러 경찰측은 시위에 앞서 이미 3백여명의 시위대들을 체포하기도 했으며 4대의 경찰 헬리콥터는 시위대 위를 날아다니기도 했다. 이처럼 경계가 삼엄하다 보니 뉴욕은 거의 마비상태이며 이에 따라 뉴욕 증시 거래마저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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