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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18살부터, 그런데 출마는 25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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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18살부터, 그런데 출마는 25살부터?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참정권을 가로막는 것은 '나이'만이 아니다

최근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한 살 낮추어지게 되었다. 선거권 연령 제한 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이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 했으면 뭘 안다고'라고 말하고, 정작 찬성하는 사람들도 '18세 정도면 어른이고 똑똑하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똑똑하지 않으면 선거나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사람이 주권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 민주주의 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다.

비록 만 18세 선거권이 통과됐고 청소년 참정권의 시작을 알렸지만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은 여전하다. 그중 하나가 선거권이나 정치 참여에 특정 능력을 요구하는 인식이다. 더구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만 25세인 것을 비롯해, 선거권 행사 외에 더 적극적 정치 활동의 경우는 장벽이 더 높다. 언제부터 정치는 조건을 걸고 능력을 시험하는 일이 되었을까. 특정 능력을 가진 누군가만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도 '허락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치는 누가 하는 것으로 여겨지나?


투표를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에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현실은 많은 사람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학력, 학벌 측면에서 살펴보면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53명의 출신 학교를 보았을 때 서울대학교가 6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뒤이어 고려대학교 35명, 성균관대학교 25명, 연세대학교 20명을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력을 보면 국회의원 300명 중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 157명이고, 대학교와 대학원을 수료한 사람이 137명으로 총 97.9%이다.(2016년 4월 기준) 국회의원 5명 이외에는 모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분명 투표를 하는 사람들의 성별, 나이, 학력, 직업 등이 다양하지만 정치인은 유권자의 다양한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 정치인의 경우 성별도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고, 과거 직업도 법조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나이도 국민의 평균 연령보다 많고, 학력도 높다. 이는 정치가 엘리트화되는 것과 이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속에서 정치인이나 사회적 리더란 남성, 나이 많은 사람, 고학력자, 비장애인 등의 지극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정치적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어느새 더 똑똑하고 기득권인 사람이 뽑히는 과정이 된다. 누군가를 대표하는 일에 그 일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자격, 조건, 능력, 경제력 등이 요구된다.

국회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 참여를 권리로 보장하려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성숙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조건부 권리가 아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만 제한된 정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알기 쉽게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정치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탓하며 더 장벽을 높이려 들 것이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아직까진 정치 참여보다는 정치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어야 하고, 힘이 없기에 더 많은 권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되었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정치가 가능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에 만 18세 선거권이 이뤄져 청소년 중 아주 일부라도 처음 참여하는 선거가 되었지만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참여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서 정말 민주적인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뭐가 바뀌어야 하는가. 결국 청소년 참정권은 '나이'에만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도 여겨져 정치할 자격이 없다며 가로막혔던 것이다. 피선거권 연령이 선거권 연령과 동일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거권 연령 하향이 가지는 의미는,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 제한하는 제도를 무너트려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정치가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는 일에 '능력을 요구하는' 문턱이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의 참정권 논의는 정치에 참여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아닌, '어떻게 최대한 확대하고 보장할지'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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