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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안'을 꿈꾸는 영화제 개최"

반핵운동 1주년, 부안에서 '생명ㆍ자치 영화제' 열려

인구 7만명, 극장 하나 없는 부안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환경', '생태', '생명', '자치'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영화제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운동을 계기로 한국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부안 주민들이 직접 기획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간, '다른 부안'을 꿈꾼다**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반핵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며 "그런 경험들이 모여 마침내 '부안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새만금과 핵폐기물처리장 갈등을 겪으면서 부안 주민들이 환경·생태·생명·자치에 대해 진지하고 성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다"며 "이것은 지역적 삶의 새로운 의미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영화 문화를 지역 공공문화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아나가도록 하겠다"며 "영상·영화 문화를 만들어나갈 주체도 활성화해 자발적인 주민 참여·주민 주체 문화 축제로 자리잡아 나가도록 추진하겠다"고 이후 전망을 밝혔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부안 영화제'는 영화의 개막작도 주민들이 직접 새만금과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운동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영상물로 선정됐다. 이밖에 생태·환경, 직접 민주주의, 다른 운동의 세계 부문에 국내외 다큐멘터리 20편이 상영된다.

***김종규 군수, '부안 예술회관' 사용 불허**

한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부안 영화제'에 대해서 김종규 군수 등 부안군은 부안 예술회관 사용을 불허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안 주민들과 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부안군에 부안 예술회관 사용 신청을 했으나, 부안군은 "새만금과 핵폐기물처리장은 군정으로 시행하는 것인데, 이를 반대하는 영화제는 허가할 수 없다"며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공공 문화 기반 시설인 부안 예술회관에서의 영화제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부안군수와 부안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예술회관은 부안 주민의 손으로 되돌려져야 함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문화권리 및 문화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되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직위원회는 부안 예술회관 대신 8월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동안 부안동초등학교 체육관, 부안 반핵민주광장, 격포항 등에서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은 '부안 영화제' 선언문과 상영시간표.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빛소리를 보라**

2004년 여름, 우리는 부안영화제를 시작한다. 인구 7만명도 채 안되며 극장 하나도 없는 작은 도시 부안에서 영화제를 시작한다. 부안영화제의 시작은 특별한 의미의 새로운 창조가 될 것이다. 반핵민주항쟁 1년, 그것은 우리 주민들에게 영상문화의 특별한 의미들을 경험하도록 했고, 주민들로 하여금 카메라를 들게 했으며, 주민들의 시선을 세계의 시선들과 마주치도록 했으며, 마침내 ‘부안영화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부안영화제는 주민 스스로에게 나아가 세계인들과의 이미지대화이며, 이 세계를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하는 이미지운동이다.

부안은 새만금투쟁에 이어 핵폐기장 반대투쟁으로 환경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03년 7월 이후 부안 주민들이 직접행동의 대장정을 기록해온 반핵민주항쟁으로 인해 부안은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는 새만금 및 핵폐기장 투쟁의 승리 이후에도 부안에서의 환경-생태-생명-자치 운동적 실천의 새로운 가능성과 전망을 짊어지게 하는 과제를 던져주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외부로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해서 의무적 과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핵민주항쟁을 주민들이 자발적 집단성으로 수행해온 것처럼 주민들의 자발적 필요에 따라 스스로 문제제기하고 상황을 구성하고 해결대안을 모색해야 될 자기조직적 과제이다.

특히 부안이 환경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새만금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인식이 전향적으로 많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핵의 열기는 새만금 중단요구의 정서로 곧장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부안은 국책사업인 새만금 및 핵폐기장 문제로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커왔고 지역경제가 피폐해졌으며, 따라서 우리 부안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상생과 통합의 실천이 매우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상생과 통합의 실천은 문화의 힘으로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것이 곧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면 그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는 영상/영화 문화를 매개로 하는 문화적 실천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우리 부안 주민들은 새만금 및 핵폐기장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면서도 두 사안의 찬반 여부를 떠나 환경-생태-생-자치의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성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소중한 성과를 얻어왔으며, 이는 지역적 삶의 새로운 의미로 전환되고 있는 문화자산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 부안지역의 지역문화 발전과 영상문화의 토착화를 위해 2004년 5월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의 일정으로 “2004 부안영화제─생명문화를 보다”를 개최한다. 부안영화제는 이번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영화 문화를 지역공공문화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아나가도록 할 것이며, 또한 영상/영화 문화를 만들어나갈 주체집단도 활성화하여 자발적인 주민참여-주민주체 문화축제로 자리잡아 나가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어 부안영화제는 또한 지역적 삶으로서의 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장이자 오늘날 세계의 보편적 문제로서의 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들과 소통하는 연대와 관심의 장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요컨대 ①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의 영화적 이미지운동으로서의 부안영화제 ②환경-생태-생명-자치 이슈의 지역적 삶의 소통과 그 접근법으로서의 부안영화제 ③지역 영상문화·영상교육·영상활동가 인프라 구축으로서의 부안영화제 ④자발적 주민주체-주민참여 문화축제로서의 부안영화제임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부안영화제는 하나의 시련과 투쟁으로부터 시작한다. 공공문화기반시설인 부안예술회관에서의 영화제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부안군수-부안군의 행태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예술회관 사용 불허에 대해 우리는 주민 공공문화기반시설을 부안군수가 사유화하여 전횡하는 사전검열 폭거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한다. 예술회관은 주민공공문화기반시설이지 군수의 사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회관은 부안 주민의 손으로 되돌려져야 함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문화권리 및 문화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되어져야 한다.

부안은 환경이다, 생태다, 생명이다, 자치다. 부안은 지역이며 세계이고, 환경-생태-생명-자치의 문화들이자 운동들이며, 이 세계의 소통이자 연대이며 보편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부안영화제”라 말할 때의 부안은 바로 이 의미들을 역동적으로 함축한다. 부안영화제는 새만금투쟁과 “반핵민주항쟁”의 아름다운 승리들을 창조적으로 기억하고 현재화하면서 세계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게 하며 연대하도록 하는 이미지운동이다. 부안영화제는 부안 주민들 내부에 던지는 삶의 질문이자, 특히 외부 관객들에게는 왜 부안사람들이 단호하게 질기게 투쟁해왔는가, 어떻게 감동적으로 투쟁해왔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이제 그들이 부안을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생명문화의 세계를 말하고 소통하도록 한다.

2004년 8월 12일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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