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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분석] 식약청이 4년이나 판금 늦춘 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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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분석] 식약청이 4년이나 판금 늦춘 사정은?

뇌졸증 발병률 10배나 높음에도 제약사 반발로 시간지연

이번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PPA(페닐프로파놀아민) 성분 감기약의 유해성은 이미 4년 전부터 제기된 것이어서 식약청은 시민들이 널리 이용하는 감기약의 유해성을 판정하는데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시민 안전보다는 제약회사 입장을 더 고려한 것이다.

***4년 전 PPA 성분 감기약 유해성 논란 시작돼**

PPA 성분은 콧물을 멈추는 감기약이나 식욕 억제를 위해 비만 치료제에 널리 쓰이는 물질로 혈관을 축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몸의 다른 부위 혈관까지 축소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지적돼 왔고, 예일대 등 미국 연구진은 비만치료제에 쓰이는 PPA 성분이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을 무려 10배나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2000년 11월 모든 의약품에서 PPA 성분을 제거하고 안전한 대체성분으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국내 식약청도 관련 의약품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해 약 5개월 뒤인 2001년 4월 PPA를 비만치료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감기약의 경우 하루 최대 복욕량이 100㎎을 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식약청의 조치는 강제 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제약업체들은 PPA 성분이 함유된 약을 계속 제조해왔다.

이후 식약청은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서울대의대 신경과 연구팀 등과 함께 전국 40여개 병원 9백40여명의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PPA 성분과 뇌졸중의 관계'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 6월25일 그 결과가 보고됐다. 결과는 예상대로 충격적이다. PPA 성분 감기약을 먹은 사람은 출혈성 뇌졸중이 발병할 확률이 약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식약청이 PPA 성분 의약품의 위험성을 감지하고도 조치를 취하는데 4년이나 걸린 셈이다. 그동안 PPA 성분 감기약은 수많은 시민들에게 아무런 경고 없이 그대로 공급됐다. 미국은 2000년 11월, 일본은 2003년 8월에 PPA 성분이 든 의약품을 완전히 퇴출시켰다.

***식약청, 제약회사 '입장' 지나치게 고려해**

2000년 당시 조사 결과 총 92개 업체 2백여개 품목이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으로 밝혀지는 등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은 대부분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생산해왔다. 식약청이 놀랄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인 데는 이런 제약회사들의 입장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식약청의 조치 이후에도 계속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생산해왔고, 이중 유한양행 콘택600 등은 지난해 1백78억원의 생산 실적을 올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통틀어 44위를 차지했을 만큼 큰 수익을 올렸다. PPA 성분을 계속 고수해놓고도 2002년도보다 생산실적이 21.7%나 늘었던 것이다.

미국의 스미스클라인 비첨사 등 거대 제약회사들이 2000년 11월 정부의 권고 이후 바로 PPA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을 회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공식 금지 절차 전에 국내 식약청처럼 약 판매를 제약회사가 중지토록 권고했었다.

학계ㆍ소비자 단체들은 "식약청이 PPA 성분 감기약의 예상되는 위험성을 널리 홍보하기만 했어도 제약회사들이 자율적으로 PPA 성분 퇴출에 앞장섰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계ㆍ소비자 단체, "4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고"**

지난 4년 동안에도 국내에서는 PPA 성분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사례보고와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1년 대한신경과학회지는 감기약을 사먹고 출혈성 뇌졸중이 생긴 사례를 보고했고, 2003년 10월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PPA 함유 감기약, 위험한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도 "PPA가 들어 있는 의약품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데도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 예지의원 강경수 원장은 "지난 1998년 뇌출혈로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이 1정당 75㎎의 PPA 의약품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당시 이 여성의 약물 복용 시점과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비슷했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뒤 임상적 증상이 호전된 점 등으로 미뤄 PPA에 의한 뇌출혈로 판단됐다"고 말했었다.

심지어 같은 정부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소비자보호원도 지난 5월 "PPA 성분 감기약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이 출혈성 뇌졸중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른 행정조처를 하도록 식약청에 건의했다.

***식약청, "적은 양 먹거나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 되지 않아"**

이런 우려에 대해 식약청은 "PPA 성분은 몸안에 들어오면 5일 내에 빠져나가는 등 적은 양을 먹거나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PPA 성분이 함유된 약을 먹었더라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당시에 뇌졸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면서 "앞으로 감기약을 사 먹을 때는 반드시 PPA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또 PPA 성분이 아니더라도 슈도에페드린 등 코막힘 증상을 없애는 대체 감기약을 얼마든지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외제약 등 국내 일부 업체는 "PPA 성분이 든 감기약 대신 슈도에페드린으로 감기약을 제조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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