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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직원에게 책임 떠넘기는 게 '적십자 정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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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직원에게 책임 떠넘기는 게 '적십자 정신'이냐"

적십자사 15년차 직원의 항변, "진짜 책임자들 왜 피해가나"

검찰이 대한적십자사 담당 실무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지은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현재 '부실 혈액 관리 구조'의 책임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그 구조의 맨 아래 실무자들만 처벌을 했기 때문이다.

한 지방 혈액원에서 15년 동안 임상병리사로 근무한 적십자사 직원이 '적십자사 내부 인트라넷'에 검찰 수사와 보건복지부 실사를 받으며 느낀 소감을 글로 적었다.

***"평소에 '적십자 정신' 강조하다 큰 일 닥치자 '남의 탓'**

그는 "(나를 포함한) 혈액원 직원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라"며 "담당자들의 과실로 결정이 나면 벌을 달게 받겠다"고 먼저 용서를 빌었다.

그는 "평소에 '적십자 정신'을 강조하다 현실적으로 큰 일이 닥치니까 자신의 무사안일을 위해 동료 직원들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더 위기로 빠뜨리는 것을 보며 너무 힘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계속 담당자의 과실만 보도되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구조의 문제가 있는데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적십자사가 (언제부터) 수혈자 위주로 헌혈을 받기 시작했느냐"며 "정책적으로 각 혈액원은 헌혈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장 직원들을 활용하는데 급급했지 수혈자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에 문제가 된) 과거 경력 조회만 해도 그렇다"며 "혈액사업본부에서는 아무런 지침도 전혀 없었고, 경력 조회를 할 경우 시간 소요가 많아 지금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 구조에서는 하루에 한 혈액원에서 2만3천건을 검사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사 장비도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며 "지금의 상황이 될 때까지 책임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책임을 회피한 상급자들에게 반문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일 많고 열심히 하는 직원이 오히려 업무 오류에 노출의 기회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자식들한테 아빠 회사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봉사하고, 좋은 일을 하는 회사라고 자랑해 왔는데 지금은 할 말을 잃었다"고 글을 맺었다.

***적십자사는 "직원 탓..."**

한편 지난 22일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의 자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적십자사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 한 마디로 "직원들의 실수 탓"이라는 해명이다.

적십자사는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은 일선 혈액원 직원들의 실수로 검체가 바뀌거나,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 등으로 밝혀진 데 대해 이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예방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철처히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이들은 다 책임을 면했고, 10년 이상 적십자사에서 근무해온 직원들만 책임을 지게 됐다.

한 적십자사 직원은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될 때 이를 방기한 혈액사업본부장 등 책임자들과 전문 지식에 기반을 두고 현장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의무관리실장(의사) 등은 이번 수사를 다 비켜갔다"며 "밑에 있는 사람들은 또 그들이 시키는 대로 관행대로 할 텐데, 그래서야 적십자사가 거듭 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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