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환 예정인 용산 기지에 대규모 난개발 계획을 추진중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당초 정부는 용산 기지에 녹지 공원을 조성하는 등 시민들에게 공익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었다.
***"정부, 이전비용 마련 위해 민간에 분양 계획"**
녹색연합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반환 예정인 용산 기지에 대규모 난개발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이 공개한 국무조정실 산하 '주한미군 대책 기획단'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서울대 공학연구소는 지난 5월 총리실에 제출한 <용산 기지 반환 부지 활용과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2백14쪽짜리 보고서에서 용산 기지 부지에 대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여의도 전체 면적(90만평)과 맞먹는 83만평의 반환 부지 가운데 15만~20만평 내외의 면적에 대해 공공 개발 형식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대체부지로 추진중인 평택기지 이전비용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복합 업무공간(빌딩타운)과 공원이 어우러지는 복합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개발방식은 '공공 개발 형식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적당하다"고 명시했다. 권역별로는 ▲중심부의 주요부지는 보존 녹지와 시민 여가 활동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고, ▲고속철도 역사 및 용산 지구단위 계획 구역과 연계가 가능한 부지 서쪽을 복합 업무 공간으로 조성하며, ▲부지의 횡단로를 지하화·우회하는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용산 기지 일대 빌딩의 경우 평당 분양가를 2천만원 내외로 전망하면, 20만평 가량을 매각해 4조원 내외의 기지 이전 비용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용산, 난개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으려나"**
녹색연합은 정부의 이런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용산 일대를 난개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환 기지 활용 방안과 기지 이전 비용 충당 방침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용산 기지 부지 매각을 통한 비용 충당'이나 '고밀도 빌딩 타운 조성' 등을 통해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했다"면서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동안 정부는 공식적으로 용산 기지 반환 이후 활용 계획이나 평택 기지 이전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해 왔다.
'주한미군 대책 기획단' 관계자는 녹색연합의 주장에 대해 "올해 초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향후 미군 기지 이전비용 조달도 생각해야 하며, 시민들에게 약속한 녹지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조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서울시 "완전 공원화", 정부와 대립 예상돼**
이처럼 용산 기지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한 정부안이 구체화되면서, 그 동안 "용산 기지를 완전 공원화해 세계적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혀 온 서울시와 정부간 대립도 노골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시가 가진 도시 계획 결정 권환을 최대한 활용해 '완전 공원화' 외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연녹지인 용산 기지의 개발을 위해서는 상업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는데 변경 결정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 기지 공원화는 1991년부터 일관되게 추진되온 서울시의 시책"이라며 "1997년 건설교통부로부터 승인 받은 2011년 기본계획에도 공원으로 돼 있고, 현재 건설교통부가 심의중인 2020년 도시 기본계획안에도 공원으로 반영돼 있어 검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정부의 용산 기지 부지 이용 방안은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적지 않는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정부는 수도권의 집중과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그것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모순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수도 한 복판에 대규모의 빌딩 타운을 건설한다면 엄청난 교통량이 유발되고 대기오염이 심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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