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의 무선교신 보고누락이 24일 국회에서 전날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때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군이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고은폐 파문'이 '발표은폐 파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와 관련 "기자 질문이 나오면 답하려 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하고 있고, 청와대 또한 "그 사항은 이미 보고됐었고 더 이상 새로이 문제 삼을 게 없다"며 사태를 조기봉합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시간관계로...질문 나오면 밝히려..."**
조영길 국방장관이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NLL 보고 누락사건과 관련 부주의에 의한 누락이라는 합조단 발표와 달리, "고의로 누락된 것"이라고 밝혀 파문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25일 긴급 브리핑에서 고의 누락사실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브리핑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질문이 나오면 답을 하려고 했다"는 황당한 변명을 했다.
남대연 국방부 공보관은 25일 지난 23일 조사결과 발표때 이 사실을 은폐한 이유와 관련,"해군작전사령관의 언급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건 종료 이후에 자신의 보고누락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개인적 변명으로 판단했다"며 "시간관계로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했고 질문이 나오면 답하려 했었다"고 강조했다.
박정조 합조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 경비정의 기만통신 내용이 가장 중요했다"며 "해작사령관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언론 브리핑에서 제외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23일 국방부 브리핑은 이전 브리핑보다도 상당히 긴 시간인 1시간20여분이었으며 브리핑시 나눠준 보도자료도 불과 6쪽 분량이어서,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남 대변인은 조사결과를 낱낱이 발표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걸면 그럴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청와대, "이미 보고받아, 새로이 문제삼을 것 없어" **
청와대도 새로 파문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전혀 그럴 일이 아니다"며 조기 수습을 기대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조 장관 발언을 계기로 한 추가 조사나 지시는 없으며 더 이상 새로이 문제삼을 게 없다"는 말해 더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작사령관의 고의 보고 누락 사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미 보고를 받았으며 청와대는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해작사령관의 진술은 조사과정에서 '변명'처럼 곁들여진 이유일 뿐 "논리적으로 따져 보고누락의 주된 사유로 볼 수 없다"며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청와대 반응은 당초 보고라인 문제점을 지적, '국기문란행위'로 규정하며 조 장관 교체까지 주장했던 청와대 및 열린우리당의 대응과는 사뭇 상이한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국방부 공식 발표와는 달리 국방부 수장인 조영길 장관 발언을 통해 고의 보고누락 사안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이 일자 적지않게 곤혹스러워 하며 여론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발표했으면 더이상의 파문없이 마무리될 수 있는 일들이 국방부의 '발표 은폐'로 크게 확산되는 한심한 양상이다.
***조 국방, '고의성' 공개한 이유는**
한편 조 국방장관이 합조단 발표까지 마친 사안을 국회에서 뒤집는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설명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의적인 보고 누락을 군기 위반으로 간주해 노무현대통령에게 중징계를 건의했으나 노 대통령이 '관용'을 베푼 사실을 강조하려다가 '실수로' 이를 부각시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경고적 수준의 조치를 취한 사항에 대해 국방장관이 직접 중징계를 건의한 데 대해 '장관의 군 보호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군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 자신의 행동을 해명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여권에서 이미 청와대에 보고된 조사결과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숨기다 보면 또다른 더 큰 문제로 파급될 것을 우려해 밝혔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NLL사태 과정에 드러난 일련의 일선 군부-국방부-청와대를 잇는 안보라인상에서 표출된 '미증유의 혼란상'은 안보라인의 대대적 정비와 대수술을 필요로 한다는 게 다수 여론이다. 대충 발등의 불을 끄는 식으로 사태를 미봉하려 했다가는, 제2, 제3의 사태가 발발하면서 국가의 존위마저 위태로와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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