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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도 '4대강 반대'…"한 사람 탓에 죽음이 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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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도 '4대강 반대'…"한 사람 탓에 죽음이 몰려와"

목사·신도 1000인 선언…부활절 맞아 팔당서 대규모 예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천주교, 불교에 이어 개신교까지 집단 반대 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나섰다. 종단 차원의 반대 입장을 선언한 천주교·불교에 비해, 비교적 4대강 사업 문제에 온도차가 있던 개신교마저 부활절을 맞아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에 시동을 건 추세다.

부활절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 100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고 정부의 신속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사회 문제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1973년 민주화를 요구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 선언'과 1988년 남북 관계 개선을 촉구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신앙 선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 정책은 민중의 생활 터전과 생태 질서를 파괴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말살하고 있다"며 "생태 환경을 이윤 창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주의 경제 정책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서 "생명 연대의 질서를 파괴하고, 욕망과 정복에 기초한 죽음의 문명을 편들며 생태적 파멸의 위기를 초래한 우리 모두의 죄를 참회한다"며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가로놓인 생명의 유기체적 고리를 지켜가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밖에도 선언문에는 용산 참사를 불러온 재개발 사업과 화해·협력의 가치를 저버린 정부의 대북 정책, 친기업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 비정규직·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지난해 6월 개신교 원로인 서광선·김경재 목사 등의 제안으로 준비돼 왔으며, 발표 하루 전까지 선언에 참여할 성지자·평신도 등을 모집해 왔다.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몰려오고 있다"

부활절 당일인 4일에는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기독교행동)'이 4대강 공사 구간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유기농단지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를 개최했다.

'팔당유기농지와 4대강의 온 생명을 위하여'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연합 예배는 30여 개 교회의 목회자 및 신도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 진보 성향의 26개 개신교 단체의 회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부활의 길을 선택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부실과 부당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재앙적 사업이며, 철저하게 가진 자의 논리로 전개돼 힘없고 가난한 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연합 예배가 열린 팔당 유기농단지 일대는 정부의 '한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 포함돼, 약 100여 가구의 농민이 곧 땅을 잃게 될 처지다.

이들은 이어서 "엄청난 속도전 앞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순박한 농민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몰려오고 있는'(고린도전서 15장 21절)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유기농단지에 첫막을 짓고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 개신교 목회자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개신교 목회자들은 사순절 첫날인 지난 2월 17일부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에 천막을 짓고 릴레이 단식 및 기도회를 진행해왔다. 해남·강진·신안·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의 목회자와 신도가 참여한 이 '사순절 금식기도회'는 당초 부활절인 4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개신교계는 "4대강 사업이 멈추는 날까지" 릴레이 금식 기도회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밖에도 천주교·불교·개신교 등 3대 종단은 올해 초부터 한강 일대에서 '생명의 강 지키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개신교는 북한강, 불교는 남한강, 천주교는 두 강줄기가 만나는 남양주시 두물머리에 각각 기도처를 짓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한편, 기독교 환경단체를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감리교 환경선교위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운동본부 등 각 교단 산하의 공식 기구가 참여하고 있는 기독교행동은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목회자 500여 명이 참석하는 '목회자 생명·평화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이밖에도 주교단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천주교계 역시 서명 운동과 더불어 전국적인 '생명·평화 미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불교계 역시 오는 17일 대규모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를 열 예정이어서, 종교계의 '4대강 사업 저지'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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