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블록체인의 원천기술은 계속 발전하여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가 만들어졌으며, (1) 스마트계약을 통한 법적 문제의 처리, (2) 지급, 결제, 청산에 대한 효율적 관리, (3) 스마트 자산의 등록 및 활용, (4) 신원확인, (5) 의료자료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및 정보 공유 측면에서 큰 발전의 기대를 모으면서 탈중앙화된 금융을 의미하는 DeFi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기술이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의견을 함께 모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
파괴성 기술의 등장: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하버드대학 교수인 크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Clayton M. Christensen)는 시장에서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파괴적 기술과 혁신을 가진 신생 경쟁자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가진 경쟁자의 특징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정교하지 못하고, 초창기 수익 창출이 어려우면서 제한된 일부 사람들만 사용한다. 또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기존산업을 대체하면서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생 경쟁자들은 기존 체제에 대한 강한 저항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혁신 이론은 일부 학자들로부터 ‘이론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라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신생 기술이 기존 체제를 파괴하였던 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가 나타나면서 마차산업이 없어졌고, 디지털카메라가 나타나면서 필름산업이 없어졌고, 스마트폰이 나타나면서 많은 산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사람들이 어떤 태도였을까를 상상하여 보자. 위험하고, 시끄럽고, 고장도 자주 나고, 속도는 느리고, 매연도 심하게 나오고, 잘못하면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마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동차 산업의 싹을 뿌리 뽑기 위하여 영국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다고 알려진 법,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이 영국에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반면에 독일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산업을 받아드려 큰 산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영국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자리를 잡은 이유도 이러한 아픈 과거 역사와 무관치 않으리라고 본다. 이처럼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한 역사적 경험이 있으므로 신기술이나 혁신에 대하여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신기술들은 일단 한번 소개되면 되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자동차 시대에서 마차 시대로 돌아갈 수 없고, 스마트폰 시대에서 핸드폰이나 삐삐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파괴적 신기술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적자이었지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위치에는 서지 못했으므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모방을 통한 혁신', '벤치마킹' 등의 용어가 중요하게 취급되어왔다. 세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어야 하지만 실패를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숨기면서,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실패가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분석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실패를 통하여 만들어진 더 나은 발전적 모델을 제시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 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혁신성 기술에 대한 저항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쇄국정책을 펼쳤던 대원군은 신기술을 '국혼을 팔아먹는 자'로 취급하여 우리나라가 성장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로 인하여, 대원군과 측근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었지만, 후대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가? 이러한 모습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관료주의 형태로 남아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 불리는 한 해커에 의하여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이 게시판에 소개되면서 블록체인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이 전 산업 분야에 활용되면서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가히 파괴성 기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7월 페이스북에서 '리브라'라 불리는 암호화폐를 만들겠다고 공표한 이후 미국 의회에서는 '테러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라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부위원장인 패트릭 맥헨리 의원은 이러한 강력한 비판 아래서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을 하였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산업 진출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존재하는 기술이며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는 혁신을 무조건 저지해선 안 되며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기술 혁신을 이해할 수 없다 해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워싱턴은 혁신기술의 무덤이 아닌 탄생지가 되어야 한다."
(자료원: IT조선 2019년 7월 19일 기사에 근거하여 저자 보완)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
비트코인을 개발한 익명의 해커 사토시 나카모토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비트코인을 개발한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Banks must be trusted to hold our money and transfer it electronically, but they lend it out in waves of credit bubbles with barely a fraction in reserve."
"The central bank must be trusted not to debase the currency, but the history of fiat currencies is full of breaches of that trust."
윗글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2008년 금융위기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은행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신용정책을 확장하여 (credit bubble)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신용자 계층을 대상으로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을 활성화했다. 또한, 민간은행은 이익을 더더욱 극대화하기 위하여 묶여 있던 대출금을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주택담보대출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y, 이하 MBS)을 발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신용리스크는 증권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전가되면서 민간은행의 신용리스크 통제를 위한 심사기능은 의미가 없게 된다. 이제 민간은행은 중개자로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신용을 더욱 확대하여 (또 다른 credit bubble) 중간 수수료만 취하고 부도 시 발생하는 모든 손실비용은 투자자에게 돌리는 MBS를 발행하여 무조건 대출을 실행시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즉, 민간은행은 대출에 대한 심사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대출을 확대하여 MBS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들어온 자금으로 다시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자 수익보다는 중개 수수료로써 이익을 내면서 엄청난 'credit bubble'을 발생시킨 것이다.
2000년 이후부터 지속되었던 저금리 정책을 마무리하면서 2007년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고 이로 인해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도가 증가하였다. 동시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MBS에 투자한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9월 14일 파산하였고 이러한 여파가 대기업까지 전파되어 주식시장은 공황상태가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달러의 가치를 떨어트려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 '달러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민간은행들은 값싸게 운영되는 초고속의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로부터 이체, 송금, 결재에 대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credit bubble을 일으켜서 고객이 맡겨 놓은 예금을 말아먹은 민간은행, 이체 및 송금에서 폭리를 취하는 민간은행,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어 달러 가치를 폭락시켜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준 중앙은행의 배경에서 탄생한 비트코인은 정부나 은행의 도움 없이 무료로 이체, 송금, 결제를 진행할 수 있고 정부에 의하여 자산가치가 변동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통화체계로 인식되었다.
블록체인의 원리와 특징: 무엇이 다른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운영하는 원천기술로써 2가지의 기본 알고리즘이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는 SHA256 알고리듬인데 이는 모든 메시지를 일정한 크기로 암호화하는 알고리듬이다. 예를 들어, "A계좌에서 B계좌로 10비트코인 이체"라는 메시지가 있으면 SHA256는 64개의 16진법 숫자로 다음과 같이 바꾸어 준다.
"465f0965 7f95d9fe 4d66dda0 f8abf6f2 a7e4ede8 2fb91fdc a9f46bcc 6637cc15"
이처럼 SHA256는 메시지를 64개의 암호화된 숫자로 쉽게 변환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해쉬라고 부른다) 반대로 암호화된 64개의 숫자를 메시지로 변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을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이유는 SHA256을 통하여 메시지 내용으로 절대 변환이 안 되는 16진법 숫자로 바뀌기 때문이다. 블록 안에 1000개의 거래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각각의 거래정보를 SHA256을 통하여 1000개의 숫자로 만들고 옆에 있는 숫자와 다시 해쉬하여 500개의 숫자를 만들면서 최종적으로 한 개의 숫자로 요약되는데 이를 루트해쉬라 부른다. 만일 두 개의 기록 장부에 대한 루트해쉬가 동일하다면 1000개의 메시지가 동일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루트해쉬와 전 블록의 블록해쉬를 다시 해쉬하여 현재의 블록해쉬를 만들었을 경우, 두 개의 기록장부에 대한 블록해쉬가 동일하다면 과거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가 동일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메시지 하나를 조작하면 해당 루트해쉬가 바뀌고 이에 따라 블록해쉬가 바뀌게 되고 그 이후의 모든 블록해쉬는 바뀌게 되기 때문에 조작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알고리즘은 ECDSA로 공개키와 개인키라고 부르는 두 개의 코드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자물쇠와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공개키는 비트코인에서 자연스럽게 계좌번호로 취급되며 송금이나 이체를 위한 식별자로 사용된다. 공개키의 소유자가 자신임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개인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체를 위하여 개인키를 보내주면 ECDSA는 공개키와 매칭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려줌으로써 계좌 확인이 마무리된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투자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신의 개인키를 맡겨 놓는데 이러한 정보가 해킹되어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없어지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관리하는데 개인키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전자지갑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되었다.
인터넷혁명이 정보 전달의 혁신을 가져다준 체계의 등장이라고 본다면, 블록체인의 등장은 서로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면서 가치 전달이 가능해진 제2의 인터넷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즉,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내가 지급한 화폐가 다시 복사되어 재지급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또 다른 특징은 비트코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하여 만들어진 그룹, 노드(또는 마이너)라 부르는 집단이 모든 거래기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현재 대략 1만 개의 노드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으며, 서로의 정보를 블록해쉬를 통하여 계속하여 확인하고 있다. 모든 거래정보가 1만 개의 노드에 중복으로 저장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를 분산장부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이하 DLT)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노드가 연동되어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는 DLT 개념은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금융회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중앙화된 진정한 민주주의 체계를 의미하며 탈중앙화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 이하 DeFi)라는 새로운 개념이 금융 산업에서 등장하였다.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금융혁신: DeFi
앞에서 설명한 비트코인 철학을,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판단해 보면, 일단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집중화된 기존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금융회사의 개입 없는 자유로운 개인 간 송금 및 금융거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의 비트코인은 원래의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투자와 투기 자산으로서 기능만 수행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 주목을 받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탈중앙화한 금융산업을 일컫는 DeFi이다. DeFi는 금융회사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 서비스가 진행되는 형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DeFi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의 대표적 은행인 JP Morgan Chase는 은행 간 거래 및 주식과 채권 거래에 사용할 달러 연동 암호화폐인 JPM Coin을 출시하여 2020년부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내부적으로 환전, 지불 및 결제, 청산 과정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값비싼 예술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자산이 있지 않은 투자자라도 자산 토큰화를 이용해서 일정 지분을 소유하여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DeFi 서비스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DeFi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고, 투명하고, 정확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는 블록체인이 있기 때문이다. DeFi 서비스의 또 다른 사례로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담보대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메이커 다오(Maker DAO)이다. 메이커 다오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암호화폐인 다이(DAI)를 발행하여 중개기관 없이 스마트계약에 의하여 대출이 진행되는 DeFi 서비스이다. 스마트 계약을 통한 DeFi 금융 서비스는 신뢰받는 중간자로서 금융회사가 필요 없는 탈중앙화된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을 통한 금융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이나 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매우 쉽고 저렴하게 활용될 수 있다.
DeFi는 인터넷만을 가지고 서비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접근이 쉽고 빠르고 간편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모든 금융 서비스를 블록체인을 통한 암호화폐로 대체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 앞에서 예제로 설명한 자산 토큰화, 암호화폐의 개인키를 관리하는 지갑 등이 DeFi 서비스에 포함된다. 자산이나 기금을 설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법률 및 규제 사항에 맞추어 회계사, 감사인, 관리인을 고용하여야 하며, 이러한 중개인의 개입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DeFi 서비스를 이용한 분산 자산 관리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중개자 없이 스마트계약를 통하여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면서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현재의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를 DeFi를 활용하여 탈중앙화 분산형 암호화폐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로 전환하게 되면 중앙집중식 거래소가 없어지면서 해킹할 수 없는 완벽한 P2P(Peer-To-Peer)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의 미래: 얼마나 유용한가?
블록체인은 모든 산업 영역에 확산되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면서 잠재적인 파괴성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블록체인이 가까운 미래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5개 영역을 선택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영역은 법적으로 효력을 가진 모든 형태의 계약 일부를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계약으로 올려놓고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택 거래, 이혼 소송, 토지거래, 대출계약, 증권거래 과정에서 반박할 수 없는 디지털화 된 증거 서류들이 블록체인에 올려놓고 스마트계약으로 집행된다면 불필요한 소송이나 서류 유지와 관리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영역은, JP Morgan Chase 은행 사례를 앞에서 소개하였듯이, 금융회사에서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지급 및 청산과 결제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은행인 산탄테르 은행은 청산과 결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연간 2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매도하였을 경우 계좌에 입금되는 시간이 3일 정도 걸리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계좌이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 스위프트(Swift)가 참여하는 ISO 200222의 실시간 결제 프로세스 가이드라인도 블록체인에 의하여 상당 부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영역은 자산에 대한 생성과정이나 이전되는 내용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고 관리하는 스마트 자산에 대한 활용이다. 주문한 제품이 어떠한 사람에 의하여 만들어졌고 지금은 어느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영역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탈중앙화 신원확인 시스템으로 불리는 DID(Decentralized ID)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에서도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역이다. DID는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마이 데이터’, ‘자기정보 통제권’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다. DID가 구현되면 편리하고 간단한 계좌이체는 물론 술을 판매하는 경우의 성인 인증, 음식점이나 마트에서의 결제가 더욱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영역은 개인에 대한 의료정보의 공유이다.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옮길 경우, 또는 신경과에서 내과로 정보가 이전되는 경우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생성된 자료를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블록체인에서 제공될 수 있다. 또한, 평소 본인의 상태를 블록체인으로 기록할 수도 있으며, 블록체인에 올려진 자료를 통합하여 질병에 관한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기술
2007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금융회사의 탐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화폐를 무분별하게 찍어낸 양적완화 정책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납세자와 금융 자산을 가진 일반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불만이 커진 배경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비트코인의 현재 모습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백서에서 언급한 "금융회사를 방문하지 않고서도 개인 간 완벽한 금융거래가 가능한 전자화폐"의 목표와는 다르게 투기성 자산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탈중앙화를 주장하며 탄생한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양한 암호화폐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기대를 모았지만, 안정적인 자산이기는커녕 2017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놀라운 상승과 하락을 보여주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활용은 산업 전체로 확산되어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고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 산업에서 오랜 문제로 남겨져 있었던 이중지불문제(double spending problem)를 완벽하게 해결한 합의 알고리듬으로 거래에 대한 위조, 변조, 해킹할 수 없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시스템의 신뢰도를 향상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단순 거래정보만을 기록하였던 기존의 블록체인에 계약에 대한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스마트계약 기능이 더해지면서 블록체인의 적용 범위는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정보의 기록에서 계약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등장은 정체된 금융시장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기존의 규제와 충돌하거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기술이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의견을 함께 모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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