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2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가 25일로 꼭 1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판세는 말 그대로 '안개속'이다. 존 케리 민주당후보가 존 에드워드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뒤 한때 급등했던 지지율이 일주일여만에 '원대복귀'하면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오차범위내에서 간신히 우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늙은 고목"으로 불리는 케리 후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시의 '역전'을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역대대통령 최저 지지율에 부심하고 있으며,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화당 일각에서는 '부시 필승'을 위해선 모종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이런 흐름을 반영해 미국언론 등에서는 부시 인기 하락의 주요요인중 하나인 딕 체니 부통령 대신 민주당 표밭인 흑인표를 끌어올 수 있고 국내외적 이미지도 좋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부통령후보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요컨대 안개속 미대선의 최대 변수는 다름아닌 '콜린 파월'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뉴스위크> "체니 대신 파월 기용하면 부시 압승"**
'체니-파월' 부통령후보 교체설은 케리 민주당후보가 3주전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전격지명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의 에드워즈 의원과 '늙고 추한' 이미지의 체니 부통령이 여러모로 비교되면서, 체니 부통령 갖고서는 부시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분석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가장 먼저 '파월 카드'를 언급한 것은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였다. <뉴스위크>가 7월19일자호에 실은 정기여론조사(8~9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케리-에드워즈 팀이 공화당이 부시-체니 팀과 격돌하면, 51% 대 45%로 6%포인트 차이로 케리-에드워즈 팀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만일 공화당이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이미지가 나쁜 체니 부통령 카드를 버리고 파월 국무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면 부시-파월 지지도는 53%를 기록, 케리-에드워즈의 44%를 무려 9% 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말해 파월을 기용하면 '게임 끝'이라는 얘기였다.
또다른 시사주간지 <타임>도 최신호에서 체니 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호감도 조사결과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40%에 달하고, 응답자의 36%는 "부시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를 바꿔야 한다"고 조사됐다고 보도했었다.
AP 통신도 체니 부통령의 4번에 걸친 심장수술과 9.11 사건과 이라크전에서의 그의 역할에 대한 의문 등으로 “공화당내 보수진영에서는 체니를 밀고 있지만 일부 공화당원들은 체니를 조용하게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고 있다”고 전하며, 교체 후보로 파월 국무장관, 존 메케인 상원의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을 거론했다.
***NYT, “체니 스스로 물러날 구실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5일 “가장 최근의 워싱턴 음모이론 가운데 체니 부통령에 대한 교체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은 최근 자신을 오랫동안 치료해온 주치의인 개리 말라코프 박사를 해고했으며 새로운 주치의를 찾고 있다. 체니가 말라코프 박사를 해고한 표면적 이유는 그가 약물중독자라는 것이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체니가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8월30일 전당대회 이전에 '체니는 심장문제로 부시의 러닝메이트로 뛰기에는 부적당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주는 다른 의사를 찾아 명예퇴진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적 분석이 나돌고 있다는 게 NYT의 전언이다.
말라코프 박사는 4년전 체니가 부통령으로 나설 때 “체니는 과거 심장질환에도 불구하고 가장 민감한 공직을 수행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소견서를 낸 바 있다.
NYT는 부시캠프 관계자들이 소문의 진원지로 민주당 고위 관계자일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는 반발하고 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그를 점차 정치적 채무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해, 체니 교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미 백악관, 체니 부통령 교체설 일축**
이처럼 체니 교체설이 언론에 잇따르자, 백악관은 진화작업에 나섰다.
스콧 멕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부시 대통령은 예전부터 다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다면 테니 부통령과 팀을 짤 것이라는 견해를 매우 분명하게 밝혀왔다”며 체니 교체설을 일축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11월 대선 이전에 체니 부통령 교체를 고려하고 있나, 아니면 체니 부통령이 스스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날 것을 고려중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이런 얘기는 선거기간동안 흘러나오는 풍문에 불과하다”며 “그게 다다”고 교체설을 강력 부인했다.
체니 부통령도 18일 방영된 C-SPA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매우 분명하게 우리 팀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우리가 8월 전당대회에 함께 가는 순간 이러한 풍문은 끝이 날 것”이라고 교체설을 일축했다.
***"파월 부통령후보, 라이스 국무장관설도 나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니를 파월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해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대선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정치권에도 이와 관련한 정보가 부단히 나돌고 있다.
미국 공화당 핵심부와 두터운 인맥을 맺고 있는 야권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최근 워싱턴에 알아본 결과 체니 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8월30일 전격 사퇴하고 대신 파월 국무장관이 부통령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이럴 경우 부시의 재선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미 공화당 수뇌부는 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월 국무장관 후임으로는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내정된 상태이며, 최근 라이스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중국을 이례적으로 순방한 것도 국무장관 업무인수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의원의 전언대로 8월30일 공화당전당대회에서 '깜짝쇼'가 이뤄질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파월을 부통령으로 지명하면, 민주당 텃밭인 흑인표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부시정권의 '강성'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등 여러가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차차기대통령 후보를 의미하는 부통령후보에 과연 보수세력 결집체인 공화당이 흑인인 파월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공화당이 '일회용'으로 파월을 사용하려 한다면, 부시정부내에서 지난 4년간 '왕따' 취급을 받아왔기에 누구보다 부시진영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파월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겠다.
또한 케리후보와 부시후보가 계속해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면서 공화당 세력이 재선을 자신할 경우 공화당 군산복합체의 대부격인 체니 대신 여러모로 껄끄러운 파월을 쓰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며, 집권세력에게 '재선'만큼 절박한 과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는 8월30일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파월 카드'는 여전히 미국대선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아울러 이는 부시의 재선여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한반도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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