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함은 사고 발생일인 지난달 26일 밤 10시 56분에 사격통제레이더에서 빠른 속도(42노트)로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 76mm 함포로 5분간 130여발을 발사했다.
▲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되어 온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합참정보작전처장 이기식 준장 ⓒ연합뉴스 |
軍 "표적 불규칙하게 이동…새떼 맞다"
당초 군은 이 미상의 물체를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판단해 사격을 했으나 추후 새떼로 추정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백령도 주민들과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초계함이 새떼에 사격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준장)은 1일 오후 국방부 브리핑에서 "당시 긴박한 상황하에서 미상의 물체를 적(북한)의 함정으로 판단했다"면서 "2함대 사령부의 발포 승인이 난 뒤 경고사격을 했고, 밤 11시부터 5분간 격파사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준장은 레이더 분석 결과 표적이 새떼로 판명됐다고 강조했다. 이 준장은 △발포 당시 레이더 상에서 표적이 1개에서 2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두 번 반복됐고 △표적이 최종적으로 육지로 사라졌으며 △육상 전탐기지 근접 통과시 접촉 및 소음이 인지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포격을 한 이유는 '적' 때문이지만 표적은 알고보니 새였다는 이야기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오인 사격'의 전례는 많다. 작년 10월에도 서해 상공에서 남하하는 정체불명의 물체가 군의 대공 레이더에 포착돼 백령도 등 서해 5도에 주둔한 군이 대공경계태세 '고슴도치'를 발령하고 경고사격을 가했으나, 물체는 결국 새떼로 드러난 바 있다.
같은 해 5월 육상에서도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미확인 비행물체가 남하하는 것이 군 레이더에 포착돼 전투기가 경기 포천 이북 상공으로 비상 출격했지만 새떼로 확인됐다.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에서 기동한 이유는
사고 당일 천안함과 속초함이 백령도 인근으로 접근한 이유에 대해서도 군은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천안함은 백령도 인근 1마일(1.8km) 부근에서 침몰했으며, 이곳은 대형 선박이 자주 지나지 않던 곳이라는 증언이 많았다.
군은 "당시 천안함은 승인된 정상적인 경비구역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며 "(백령도에 다소 근접하여 기동한 이유는) 북한의 새로운 공격형태에 대응해 경비작전시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과거에 비해 기동공간 측면에서 좀 더 많은 융통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함장 부임 후 10여차례 걸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동전술에 따른 경비선(線)에 백령도 부근이 포함됐으며, 사고 당일에도 이 길을 따랐다는 이야기다. 이는 앞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과거 천안함이 15번 지나다닌 통상작전구역"이라고 해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고 직후 구조되던 승조원의 일부가 활동복 등 간편한 차림을 입었던 것으로 미뤄 천안함이 평상적인 배치 상황이었다는 주장도 군의 해명을 뒷받침한다.
군은 속초함의 이동에 대해 "최초 천안함 남쪽 49km 지점에서 정상적인 경비 임무를 수행 중이었으나 천안함 침몰 상황 발생 이후 2함대사의 지시에 따라 NLL 남단으로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교신록 공개가 열쇠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이 "사고 발생 해역이 어민들이 항상 조업하는 까나리어장이며 평소에 흰색 부표를 띄워 어장을 표시하기 때문에 대형 함정은 기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의혹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어민들은 작은 상륙선의 경우 어장 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천안함처럼 큰 함정은 어장 근처로도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천안함이 그처럼 비상식적인 운항을 했을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천안함 전역자들과 일부 군사전문가들도 "크기가 작은 참수리 고속정도 섬 1마일 부근에서는 경비를 하지 않았다"며 천안함의 백령도 접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감청을 통해 북한이 NLL쪽으로 사격움직임을 보인다는 특수첩보를 입수하고 이에 대응하려고 천안함과 속초함을 파견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의혹을 해소하려면 교신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실종자 가족들과 정치권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사기밀 유지를 이유로 교신기록의 전면 공개는 불가하다는 방침이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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