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인사 청탁 개입 의혹에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가 깊이 연루됐다는 청와대 발표가 나온 후, 청탁 당사자인 서 대표의 부인 김효(45)씨가 직접 입을 열었다. 김씨는 5일 저녁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조사 결과를 대부분 시인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관행처럼 아는 사람 찾았다"**
김효씨는 이번 일의 원인을 "관행처럼 아는 사람을 찾은 본인과 남편의 '청탁 불감증'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지철 차관에게 교수임용을 청탁할 당시 정 장관에게는 별도의 연락을 일절 하지 않았다"며 "'만나면 누구의 부탁이라고 말해야 겠느냐'고 물어와 '정 장관과 남편이 잘 알고 있다'고 과장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정 장관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편이 '장관 내정자에 그런 부탁을 하면 안된다'고 극구 반대한 데다, 그렇다고 청탁을 번복할 용기도 없어 손 놓고 있었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 차관에게 '민원해결'을 부탁하기 앞서 한국종합예술학교 심광현 교수에게 사전 청탁을 한 점을 말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나와 남편이 심 교수에게 청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리석게도 여러 사람이 화를 입을까 봐 걱정돼서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초기에 남편인 서영석대표와 그가 입을 맞춰 인사청탁 사실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정 장관 개입의혹'이라는 언론 보도의 충격 때문에 남편과 본인 모두 당황한 상태에서 말을 번복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군색한 변명을 했다.
김씨는 "정 교수가 진정을 내기 앞서 나에게 직접 따지지 않은 점이 가장 의아스러운 점"이라면서도 "정 교수가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돼 원망스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서영석 대표, "청와대가 그렇게 발표했다면 그렇게 써라"**
한편 5일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서프라이즈 대표를 사임한 서영석 대표가 청와대 발표 직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군색한 변명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서영석 대표는 청와대 발표 직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왜 인사청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나'는 질문에, "정동채 장관에게 직접 청탁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영석 대표는 이어 '청와대 발표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가 그렇게 발표했다면 그렇게 (기사를) 써라"고 답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김효 일문일답**
김효 : 개인적인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 유학을 다녀온 뒤 8년쯤 됐다.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성균관대에 지난 4월 말 지원했고, 6배수까지 들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어 관행처럼 아는 사람을 찾게 됐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교수는 '시민권' 같은 것이어서 청탁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됐다. 남편이 신문사 정치부장을 그만 두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것도 이유가 된다. 남편은 '개혁 지지자'일 뿐 언론 보도대로 '정치적 실세'는 아니다. 우리 부부 모두 '청탁 불감증'에 걸린 보통사람이라서 이같은 일이 생겼다. 국민들께 죄송하다.
질문 : 정 교수와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김효 : 3년 전 정 교수가 성균관대 공연예술연구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연구원으로 1년 정도 있었다. 정 교수는 남편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나와는 '길에서 만나면 차 한잔 할 수 있는 사이' 정도다.
질문 : 정 교수와 아는 데도 따로 청탁을 한 이유는.
김효 : 교수 임용에 응시하는 입장에서 직접 부탁할 수는 없었다. 오 차관과도 '그냥 아는' 사이였다. 때문에 심광현 교수에게 부탁했고 심 교수가 오 차관에게 전화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 교수가 적극적으로 오 차관과의 만남에 응한 것이다.
질문 : 오 차관으로부터 정 교수와 만난다는 연락을 받았나.
김효 : 그렇다. 오 차관은 청탁 당일인 18일 전화통화에서 '정 교수에게 누구 부탁이라고 말해야겠느냐'고 물어왔다. 맨 처음엔 '모르겠다'고 했지만 며칠 전 남편이 '정 장관과 출입기자를 같이 했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오 차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정 장관 이름을 이야기 했다.
그 때 오 차관은 "좋은 정보인 것 같다. 정 장관이 이번 일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 더 좋을 것 같으니 미리 (정 장관에게) 알려 놓으라"고 말했다. 남편에게 물어보려고 시도했는데, 그 때 마침 남편과 통화가 안 됐다. 이 정도야 괜찮겠지 싶어 오 차관에게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오 차관은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정 교수를 만난 것이다.
질문 : 실제로는 어떻게 됐나.
김효 : 남편은 "장관 내정자가 그런 부탁을 받아줄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도 "그 정도는 그냥 놔 둬도 될 것 같다"고 말해 나 역시 두 손 놓고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질문 : 처음에 해명할 때 심광현 교수는 왜 거론하지 않았나?
김효 : 그분까지 거론하면 전화를 잠깐 해준 것인데 너무 죄송해서 그랬다. 그분이 빠져도 전체 그림에서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청와대) 조사에서는 안나올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 (심 교수가) 주체는 아닌데 한 분이라도 보호해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한 사람도 보호할 수 없더라.
질문 : 심 교수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김효 : 지난해 심 교수가 있던 전통예술원에 임용을 지원했다. 당시 심 교수를 잘 몰랐지만 뽑아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때 임용에 탈락한 것 때문에 심 교수가 미안해하면서 나를 기억해준 것 같다.
질문 : 남편도 심 교수에게 청탁전화를 했다는데.
김효 : 남편은 당초 부인했지만 사실은 맞다. '정 장관 개입의혹'이라는 언론 보도의 충격 때문에 남편과 본인 모두 당황한 상태에서 말을 번복한 사실을 인정한다.
질문 : 오 차관과는 친분이 깊나.
김효 : 오 차관이 맡고 있던 '문화기획단'에 전문위원으로 있었다.
질문 : 정 교수가 진정을 내기 전 직접 '청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나.
김효 : 정 교수를 임용면접에서 만난 것은 지난달 24일로 기억된다. 당시 정 교수는 '남편이 뭐하는 분이냐', '누가 부탁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남편이 정치권에 오래 있다 보니까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많다"라고 답했다. 정 장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정 교수는 '정 의원과는 어떻게 아느냐'고 질문했고 "남편이 기자시절에 출입처에서 같이 있었던 분이었다"라고만 대답했다. 정 교수가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 하지 않았던 점은 아직도 의아스럽다. 그러나 그 분이 화가 날 만한 이유가 있으니 원망할 마음은 없다.
질문 : 달리 하고 싶은 말은?
김효 : 개인적으로 자기 엄격성과 도덕성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일이 터진 뒤 남편이 정치권 실세로 보도되면서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남편이 실세와 가까웠던 것은 오히려 신문사 정치부장 시절이었다. 그 때는 명절 때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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