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조선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보면, 16~17세기 전환기의 일본을 지금까지보다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다. 첫째, 가톨릭이다. "저는 16~17세기 이후에 제작된 일본 문헌, 그리고 오늘날에도 전국시대와 에도시대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문헌과 연구에서 가톨릭 문제가 거의 감춰지다시피 해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일본 역사를 단순히 일본 내부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연안 지역을 연구할 때 그리스도교라고 하는 실제로 존재했던 플레이어를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조선이라는 관계사다.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을 비교해가며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석을 적어간다. 이 책의 특별한 장점은 바로 이 두 가지에 있다. 이 둘이 책의 거대한 척추를 구성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하고 대륙을 공격한다는 오다 노부나가의 유업을 실행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가톨릭을 절멸시키고 조선을 정복한다는 두 가지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숙제로 남긴 채 사망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과 조선이라는 히데요시가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 과제가 결합 된 실체가 바로 조선인 가톨릭 신자들이라 하겠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 가톨릭 신자들이 17세기에 겪은 일은 2백 년 뒤에 한반도에서도 되풀이됩니다. 조선 왕조 역시 18~19세기에 자생적으로 발생한 조선인 가톨릭 신자들을 절멸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망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전혀 별개일 것 같은 가톨릭과 조선이라는 두 키워드가 변주를 이뤄가며 일본사를 구성한다. 그러다가 200년 뒤, 다시 한반도 역사에서 기묘하게 반복된다. 전혀 다른 땅, 전혀 다른 시대적 맥락 속에서 역사는 재현되고 반복된다.
언젠가 지금은 정년퇴직하신 서울대 사회학과 정진성 교수께서 내게 김시덕 교수 책을 좀 읽어보라고 권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흘려듣고 말았다. 이번에 알게 됐다.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이웃들에게 가장 많이 권유한 책을 들라면 바로 이 책이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세상에서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무시일까, 회피일까, 두려움일까. 극일이 아니라 이해여야 한다. 그래서 차가움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김 교수의 <일본인 이야기>는 총 다섯 권으로 예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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