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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와 버그, 그리고 그들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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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와 버그, 그리고 그들의 가족

[기자의 눈] 盧대통령, 부시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고 김선일씨 참수 소식에 누구보다 무장세력의 만행에 분노해야 할 김씨 부모들은 23일 “한국 정부가 추가 파병 결정을 내려 아들을 죽게 했다”며 한국 정부를 맹렬히 비난, 정부와 파병찬성론자들을 크게 당혹케 했다.

지난 달 미국인 닉 버그 참수 이후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던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을 버그 가족들이 강하게 비난, 이를 좌초시켰던 것과 매우 흡사한 장면이다.

***김선일씨 부모 “시신 외교부에 묻겠다”**

김선일씨 부모 김종규, 신영자씨는 23일 새벽 비보를 전해 듣고 “아들이 살해 위험에 처했는데도 정부가 추가 파병 방침을 밝혀 죽게 했다”며 “시신을 외교통상부 건물에 묻겠다”고 절규했다.

김씨 부모는 “정부가 선일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파병을 계속 재확인했다는 데 울분을 느낀다. 선일이를 먼저 구했어야 했다”며 “안타깝고 불쌍한 내 아들을 정부가 죽였다”고 정부의 대응을 맹성토했다.

이들은 아들을 무참하게 죽인 무장단체에 대해서는 “선량한 민간인을 무참하게 죽인 데 대해 할 말이 없다. 우리는 평생 아랍문화권이나 과격단체와는 무관하게 살아왔다”면서도 “무장단체가 24시간의 여유를 줬을 때는 반드시 살해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 무장단체도 그렇지만 정부가 밉고 원망스럽다”고 정부를 더욱 원망했다.

유족들은 23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을 찾은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등 정부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 분노를 터뜨렸고, 정치권에 대해선 정부의 김씨 피랍 은폐 의혹 등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참수된 美버그 가족도 “부시 정부 때문”**

이같은 김씨 부모의 분노와 절규는 지난달 참수된 미국인 닉 버그 가족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김씨를 참수한 단체와 동일단체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에 지난달 버그가 참수된 후 가족들은 “버그의 참수 사건은 부시 정부 때문에 초래됐다”며 미 정부에 강한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버그의 부친인 미첼 버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조지 부시와 도널드 럼즈펠드의 죄 때문에 죽었다”며 “그들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맹성토, 부시 정권을 크게 당혹케 했다.

버그 가족들의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버그가 살해되기 전 이라크를 떠나려 했으나 미군 당국에 의해 구금돼 이라크 체류 시점이 길어져 참변을 당한 데 따른 분노도 포함돼 있었으나, 침략전쟁인 이라크전을 일으켜 애꿎은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킨 ‘부시의 원죄’에 대한 질책의 성격이 더 강했다.

버그 가족의 분노는 버그 참수 직후만 해도 이를 계기로 상황을 반전시키려던 부시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혀 그후 그의 지지율 급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시는 참수 직후 “버그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보면 이라크 민주주의의 발전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본성을 알게 된다”며 “그들의 의도는 우리의 의지와 확신을 흔들려는 것이나 우리는 우리 임무를 완성할 것”이라고 기세등등했었다.

***한국 사회, 김씨 부모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이번 김씨 참수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런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결심임을 밝혀드린다”고 말해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버그 참수 사건직후 부시의 발언 내용과 흡사한 내용이다. 김씨의 피살 이후에도 이라크 파병 방침에는 아무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도 이라크전 파병 찬반 양론이 격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김씨 가족의 목소리에 겸손히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 참사의 최대 희생자는 다름아닌 김씨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의 힘으로 탄핵에서 벗어나 ‘두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직면한 첫 번째 시험대다. 노 대통령은 버그 가족의 비난을 외면한 채 전쟁을 강행하다가 침몰의 길을 걷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뒤를 따를지, 아니면 김씨 가족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2의 김선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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