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원한 17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중에서도 환경과 관련된 현안은 정부, 시민ㆍ사회단체, 지역 사회가 얽힌 가장 첨예한 문제들이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에는 지역 사회의 환경 현안 해결을 내세우며 당선된 후보들이 상당수 있다. 그들이 과연 '그린 국회'를 주도하면서, 각종 환경 현안 해결에 어떤 행동력을 발휘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펴내는 <시민과학>은 연속 인터뷰 '시민과학자를 찾아서'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제종길 의원(49, 안산 단원을)을 선정했다.
제종길 의원은 안산에서 시화호 문제 해결을 앞세우며 당선됐다. 해양생태학 박사인 제 의원은 1996년부터 시화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1999년에는 '시화호 시민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제 의원은 등원 6개월 안에 종합적인 시화호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내놓는 것을 공언한 상태다.
제 의원은 시화호 문제와 더불어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제종길 의원은 1988년 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해양연구원 지부장으로 당시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재 제 의원은 과학기술자와 환경 전문가로서 과학기술계와 환경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제 의원은 우선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연구자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육성을 떠들면서도 정작 비정규직 과학기술자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셈이다.
제 의원은 또 새만금 문제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큰 과오로 남을 것"이라 지적했다. 제 의원은 당 내에서 또 국회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5월24일 제종길 의원의 안산 사무실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편집자.
***제종길 의원 인터뷰**
프레시안 : 많이 바쁜 것 같다. <프레시안>과 <시민과학>은 과학기술과 사회 또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과학기술자를 찾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고민을 들어보는 '시민과학자를 찾아서'라는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번에 세 번째로 제종길 의원을 선정했다. 제종길 의원은 노동운동이나 환경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과학기술자로서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무슨 계기로 출마하게 됐나?
***"현장 과학기술자 목소리 전할 수 있어야 해"**
제종길 : 솔직히 출마 전에는 과학기술자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안 했다. 사실 나는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출마를 한 게 아니라, 안산의 시화호나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출마한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비교적 개혁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환경문제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선 후에는 과학자 특히 환경 분양의 과학자로서 내 위치를 돌아보게 됐다. 이번 인터뷰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프레시안 : 과학기술자 출신 정치인은 드문데 17대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자가 정계에 진출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제종길 : 들어와 보니 과학기술자 출신 정치인이 진짜로 없다. 과학기술자 출신 정치인도 대개 정책 결정자나 관리자였던 사람들이지 현장 과학자는 아니었다. 정책 결정자나 관리자와 현장 과학기술자의 차이는 매우 크다. 현장 과학기술자로서는 유일한 당선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시안 : 총선 직전에 과총(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에서는 "각 정당이 과학기술자에게 비례대표 할당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것에 대해서 과기노조에서 "그런 식으로 상층부 과학기술자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반박을 하기도 했다.
제종길 : 나는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전에는 정부의 입장이나 취지에 일방적으로 동의하는 과학기술자가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자리만 원할 때가 많았다. 과기노조의 반박도 그런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일 텐데, 그런 식이라면 나 역시 반대다.
다만 과학기술자의 진짜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상층부 과학기술자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일단 현재 17대 국회에 들어온 상층부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분들과 협력이 필요할 때는 나 역시 적극 협력할 것이다.
***"과학기술자 비정규직 문제 심각한 수준"**
프레시안 :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가장 중요한 당면 문제는 무엇인가?
제종길 :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정규직 과학기술자 문제이다. 나 역시 비정규직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도 더 열악한 실정이다. 2~30대, 40대 초반의 비정규직들이 심하게 말하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들의 상태는 폭발하기 일부 직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단지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후배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면서 특혜를 보는 집단이 따로 있다. 이들이 모든 결정권과 주도권을 쥐고, 봉급도 더 받고 있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방치하면, 결코 좋은 정부가 아니다.
이건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다. '경제가 해결된 다음에', 이런 식의 접근은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이다.
프레시안 : 이런 비정규직 문제는 과학기술자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계 전체의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학기술자가 노동자라는 인식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비교적 진보적이라는 젊은 과학기술자들일수록 더욱더 그렇다. 제종길 의원은 1987년에 과기노조가 만들어질 때부터 조합원이었다. 1988년에는 한국해양연구소 지부장을 하면서 또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제종길 : 나는 지금도 과기노조 노조원이다.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는 과기노조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노조가 최근에 와서 정치적 이슈만을 너무 내세우면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나 직장 민주화에는 목소리를 안 낸다. 노조 초기에는 직장 민주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는데......
여전히 원장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민주적 관행이 안 없어졌는데 노조가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포기하기도 하고. 또 과학계 비리, 연구소 비리에 눈을 감는 연구소 이기주의도 노조 활동 과정에서 엿보인다. 노조가 단순히 봉급 인상만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과기노조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견제 세력의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 다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그렇지 못했다.
***"환경 문제, 정부 해결 의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프레시안 : 아무래도 제종길 의원은 환경이 전문 분야이다. 우리나라 환경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종길 : 일단 사회가 발전한 것에 비해서 환경 분야와 국민들의 인식이 너무 뒤쳐져 있다. 그것을 극복할 만한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과 정책도 없고.
환경운동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많이 노력해왔지만 더 많은 성과를 거두는 데는 한계에 부딪친 감이 있다. 이제 구체적인 정부 정책과 연결이 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시화호 문제는 민간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실행을 안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럴 때 국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것은 다른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새만금, 국립공원, 연안 간척 다 비슷하게 얽혀 있다.
***"시화호 정부안, 입맛대로 짜깁기의 전형"**
프레시안 : 좀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자. 제 의원은 시화호 문제에 대해서 시민ㆍ사회단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해 왔나?
제종길 :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에서 환경 교육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시민단체들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했다. 1997년부터 시화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개발 반대 운동에 동참했다. 특히 1999년부터는 안산시와 시흥시의 후원을 받아 '시화호 시민안'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나중에 이 안은 해양수산부와 안산시, 시흥시가 지지하는 안이 됐는데, 슬그머니 관심 밖이 됐다. 나중에 나온 여러 가지 안들은 대부분 이 시민안의 아류이다.
프레시안 : 얼마 전 국토개발원에서도 정부안을 내놓아 시민ㆍ사회단체의 반발을 샀다. 정부는 지역개발에 방점을 찍고 시화호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세다. 지역 주민들도 거기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것 같고.
제종길 : 지역 주민이 개발에 동조한다는 얘기는 현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공장 지역으로 개발된 북쪽 시흥, 안산 주민들은 더 이상의 무분별한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남쪽 주민은 개발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개발은 잘 사는 개발이지 공장만 많이 들어서는 그런 개발은 아닐 것이다. 시화호 남북은 하나의 지역이다. 북쪽의 잘못된 개발의 전철을 남쪽이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북쪽에도 일부 무분별한 개발에 동의하는 주민들이 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은 사업장들을 운영하는 분들 말이다. 그분들이 또 지역 유지라고 행세하기도 하고. 하지만 시화호의 오염이 증폭되고 그런 게 지역 이미지로 남는다면 결국 지역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되고, 장기적인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 안에 대해서 좀더 얘기를 듣고 싶다.
제종길 : 그 안을 연구한 분들이 대개 동료 연구원이어서 함부로 말하기가 곤란하지만,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그 안은 '맞춤 연구'의 전형이다. 돈은 많이 들였지만 특별한 게 없다. 기존 정부 방침을 여러 개 짜깁기 식으로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북쪽에 세우겠다는 '멀티테크노벨리(MTV)'만 보자. 그것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타당성을 시민들에게 명쾌하게 입증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다. 긍정적인 것만 보여주고 부정적인 것은 하나도 안 보여주더라. 건설 경기 살아나는 게 무슨 경제적 타당성인가? 환경에 대해서는 개발해서 남으면 환경 개선에 쓰겠다는 식이다. 그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고밀도로 개발된 신도시도 개발해서 남으면 환경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안 남았다. 매립한 땅도 안 팔릴 수도 있다. 그럼 그 때 가서 환경 파괴의 책임은 누가 지나?
***"시화호, 발전과 환경 조화를 고려한 개발 돼야"**
프레시안 : 남쪽 같은 경우도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어서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종길 : 주민들한테 욕을 좀 먹더라도 생태계 보존을 감안하면서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게 장기적으로 화성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남쪽에 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대거 세울 계획이다.
제종길 : 사실 '시화호 시민안'에도 위락시설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시민안의 생태공원을 골프장으로 바꿔 놓았더라. 이렇게 정부식으로 짜깁기하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다는 게 한심할 뿐이다.
시민안에서는 생태공원, 박물관, 실버타운 이런 걸 얘기했다. 필요하다면 운동 시설도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골프장은 반대한다. 지역 사회의 발전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주민의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는 개발, 부유한 주민과 가난한 주민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개발, 땅값만 올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개발, 이런 개발이 필요하다.
***"새만금 문제, 정치인들의 국민사기극"**
프레시안 : 시화호 문제도 심각하지만 새만금 문제도 심각하다. 국회에서 할 일이 많다.
제종길 : 나는 새만금 문제는 오히려 해결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훨씬 큰 문제지만 말이다. 사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못 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단 새만금 문제는 정치인들이 전북도민들을 잘못 몰고 간 탓에 갈등과 문제가 더 커졌다.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공사였고, 정치인들이 그것을 자기들 목표를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전북도지사 같은 사람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사람들은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했지 한번도 새만금의 미래, 전북도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
새만금을 농지로 만들면 정부 발전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오는지를 한번도 제대로 제시한 적이 없다.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새만금의 미래가 뭐냐? 이렇게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프레시안 : 지금은 전북도와 농업기반공사의 비전도 다른 것 같다.
제종길 : 그 역시 심각한 문제다. 사실 정부도 새만금 간척사업이 말도 안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그대로 뒀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민관합동 조사단에 민간 전문가로 참여해 반대 의견을 냈는데, 당시 농업기반공사 관계자가 새만금은 당연히 농지로 사용해야 하고, 농지로 사용 안 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프레시안 : 지금은 농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드물다.
제종길 : 그 때 그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몇 조원씩 쓰고도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가 매년 몇 십억을 투자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하지만 한번도 새만금의 미래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조사도 결국 맞춤형 연구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
***"새만금 강행하면 현 정부, 열린우리당의 과오로 남을 것"**
프레시안 : 전북 도민들의 개발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
제종길 : 국가와 전북도가 도민들에게 다른 미래를 보여주면 된다. 무조건 막고 보자고 호도할 게 아니라, 앞으로 몇 십조가 더 들 텐데 차라리 그 중 일부를 이용해 전북에 공장을 짓는다면 그게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프레시안 : 간척지를 조성해 공단을 조성한다는 얘긴가? 새만금 대안 얘기도 많다.
제종길 : 아니다. 농지로 이용하지도 못할 텐데 굳이 갯벌을 메울 필요가 있나? 그 정도의 예산이면 얼마든지 전북도민들에게 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갯벌을 유지하면서도 전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현재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갯벌을 살릴 수 있는 안이라면 어떤 안이라도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쉽지 않다. 물막이 공사를 끝낼 태세다.
제종길 : 갑갑할 뿐이다. 막을 만한 이유를 보지 못했다. 그전에는 농지 조성한다고 막기 시작했는데...... 이제 농지 조성도 안 한다고 하고. 사업 목적이 처음과 어긋난다면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정부 방식대로 강행할 경우에는 현 세대는 절대로 새만금 개발로 혜택을 못 본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건데, 과연 미래 세대가 우리한테 고마워할까?
프레시안 : 제종길 의원은 당선 전에도 계속 반대를 해 왔고, 그 이후에도 반대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나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강행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제종길: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상식을 저버리겠다면, 이건 분명히 열린우리당의 과오로 남을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다. 당론과 다르더라도 내 소신을 밀고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여당 의원인데 동료 의원들이나 관료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교감을 하는 의원들이 있나?
제종길 : 아직 교감이 있는 의원들은 없다. 다만 많은 의원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발언할 기회가 있으면 반대에 대한 강한 입장을 내세울 생각이다. 또 민주노동당 의원들과도 최대한 협조하겠다.
프레시안 :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환경 문제에 대해서 환경부나 환노위 의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제종길 :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환경부가 비록 정부 부처들 사이에는 발언권이 작을지 몰라도 거대한 조직이다. 그 조직을 설득하고 그 조직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충분히 정부 내에서 의견 개진의 장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16명의 의원들이 반수라도 나서서 적극성을 보였다면 그런 평가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같다. 4년 동안 욕도 많이 먹고 비난도 받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에 회의가 들 것 같다.
***"박기영 보좌관 무임승차 의혹, 잘못된 일"**
프레시안 : 최근에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공저자로 올라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황우석 교수나 박기영 보좌관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 상태인데 침묵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한데, 일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보좌하는 박기영 보좌관의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제종길 : (웃음) 참 민감한 얘기다. 사실 나도 표절했다고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핵심 아이디어를 낸 사람, 연구비를 따온 사람, 실제로 그 연구를 한 사람, 연구를 직접 서술한 사람, 이렇게 네 가지 외에는 논문에 이름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연구한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의 이름이 맨 앞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런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일의 경우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특히 정치적인 입지를 고려해 이름을 올려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박기영 보좌관은 이미 인수위(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던 사람이다.
***"이공계 위기, 교육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
프레시안 : 이공계 위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뒤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제종길 : 결국엔 교육계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 우선 탄력성이 전혀 없다. 생물학과가 전국 50개 이상의 대학에 있다. 50명씩만 졸업을 시켜도 한 해 2천5백명이 배출된다. 그 인원들 중에서 생물학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5백명 이하일 것이다. 그럼 2천명은 또 컴퓨터나 영어를 공부할 테고. 이런 국가적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간 경쟁만 말하고 있으니......
프레시안 : 결국 교육개혁의 문제라는 얘긴가?
제종길 : 그렇다. 이공계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계도 위기감이 있다. 이것은 대학의 문제이고, 교육의 문제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젊은이들에게 사회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폭발하고 말 것이다.
대학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야 되고, 그런 연구 인력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도록 마련해야 한다. 또 굳이 대학 교육을 안 받아도 되는 학생들은 일찌감치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얘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기술자 사회가 개혁 필요할 때 제 목소리 못 내"**
프레시안 : 과학기술 교육의 내용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제종길 : 맞다. 정작 사회에 필요한 과학기술은 안 가르친다. 최근에 생태관리나 환경관리 분야의 연구자를 뽑으려고 했는데, 그런 것을 가르치는 대학이 없더라. 대학이 사회와 소통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내용을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다보니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의식도 형편없다.
제종길 : 동감한다. 사회가 개혁이 필요할 때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 왔다. 과기노조 같은 곳이 유일하다. 그러다보니 과학기술자도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다. 단적으로 과학기술자가 왜 정책 결정자를 못 하는가? 정부가 자리를 안 줘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낸 데 책임이 있다.
직장 내에서 과학기술자가 목소리를 내야하고, 그럴 때 그런 사람들이 원장도 되고 중요한 정책 결정자도 될 수 있다. 왜 과학기술자들은 무시하나, 이렇게 나중에 푸념해봤자 헛수고다.
***"전문가의 사회운동, 시민단체가 적극 견인해야"**
프레시안 : 최근 시민참여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 환경ㆍ과학기술 분야에서 시민참여는 특히 중요한데도 그 비중이 결코 크지 않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이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종길 : 글쎄...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시민참여가 적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들의 참여가 더 적었다.
프레시안 : 시민ㆍ사회단체들의 움직임, 이런 걸 염두에 둔 건가?
제종길 : 맞다. 예를 들어 내가 원자력 발전에 의견을 내는 게 결코 전문가의 참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짜 원자력 발전에 정통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 동안 그런 환경이 조성이 안 됐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들은 국내 전문가들의 목소리 대신 외국의 전문가나 외국 사례를 들이댔고. 외부의 상황은 상당히 피상적이라 우리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필요한데 전문가들이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시민ㆍ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들으면 섭섭해 하겠다. 전문가들이 없다.
제종길 : 맞다. 전문가들이 사회에 기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시민ㆍ사회단체도 문제가 있다.
현실을 보자. 일단 한 단체가 한 전문가와 교류를 하게 되면 그에게 많은 부담을 전가한다. 그러다 그 전문가가 좀 거리를 두면 비난하고, 입장이 단체와 다르면 바로 변절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도 가끔 새만금 문제에 대응하면서 '패배주의자' 이런 얘길 많이 들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전문가들은 대개 조직의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곤 한다. 그것 역시 그들의 책임 의식을 떨어뜨린다. 또 시민단체 활동가들 일부는 '전문가들은 봉급도 많이 받고 먹고 살만 하니까 사회에 기여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데 한계로 적용한다. 어려움은 상대적인 것일 텐데, 이런 식이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제종길 : 시민단체가 전문가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 전문가의 입지를 살려주는 데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비 때문에 입장을 바꾸고 눈치를 보면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곧 운동 아닌가?
프레시안 : 아까 던진 질문을 좀더 자세히 해보겠다. 과학기술 분야 같은 경우엔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더라도 그것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인색하다.
제종길 : 물론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들, 비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양쪽이 협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매개가 시민단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방금 그런 얘기를 한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이 시민단체를 매개로 시민들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대안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기본을 지키면서 할 일 하는 국회의원 될 것"**
프레시안 : 직장은 어떻게 했나? 지금 휴직 상태인가?
제종길 : 현재는 휴직 상태인데 해직원을 냈다. 기본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젊은 연구원들이 직장을 못 구하는데 한 연구원에 10여명씩 이름만 걸쳐 놓는 일이 많다.
사실 4년 동안 휴직한다고 탓할 사람이 있겠나? 하지만 그럴 때 노조가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게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런 기본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정치를 하겠나.
프레시안 : 4년 동안 좋은 결과 기대한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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