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서열화 폐지 차원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의 24개 국립대 졸업생들에게 공동 학위를 주는 방안이 대통령직속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전성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이같은 교육혁신위원회 방침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내에서도 이견을 보여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교육혁신위측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추진하더라도 대학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SBS "서울대 우월성 폐지, 24개 국립대 동일한 졸업장 받아"**
SBS TV가 8일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교육혁신위원회가 작성한 <교육 혁신안-과제별 세부추진현황>이라는 두터운 책자를 단독입수, '서울대 우월성 폐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SBS는 책자에 "먼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간 인적· 물적 교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립대학간 공동 학위제를 추진하도록 돼있다"며 "또 국립대 교수를 공동선발, 관리해 3년에서 5년 주기로 순환 근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이렇게 되면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24개 국립대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동일한 졸업장을 받게 된다"며 "그 결과 서울대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아지지만 우수 교수의 순환 근무등으로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은 강화된다"고 보도했다.
***"행정고시도 사실상 폐지"**
SBS는 이밖에 책자에 따르면 앞으로 국가고시제도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SBS는 "중앙 정부에서 선발해 배치하는 공무원을 앞으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선발하는 체제로 바뀌어 국가고시인 행정고시가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라고 "이와 함께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같은 전문 직종에 대한 자격증 교부를 미국과 같이 지방자치단체가 맡게 되며, 이들은 일정기간 그 지역에서만 일한 뒤에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런 국립대와 고시제도 개선 방안은 지방 우수인재들의 서울 집중현상을 막고 지역별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정부 차원의 장기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교육혁신위 "많은 아이디어중 일부일뿐"**
이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 교육혁신위원회는 8일 밤 이와 관련, "SBS가 8시 뉴스에 보도된 '국립대 공동학위제 추진',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혁안' 등에 대한 내용은 교육혁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하여 우리 위원회의 전문위원회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많은 아이디어 중 일부"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교육혁신위는 이어 "현재 우리 위원회에서는 최선의 교육혁신안을 수립하기 위하여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중으로 앞으로 전문위원회에서 수정, 가감, 정리되고, 관련전문가나 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며, 그 후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구체적 협의를 거쳐 현실적 정책과제로 만들어 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 후 대통령께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곧이어 8일밤 다시 낸 2차 해명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교육혁신위원회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추진, 교수공동선발관리 등을 추진한다면서 대학하향평준화, 서울대폐지 등을 혁신위원회가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우리 위원회에서는 대학, 특히 지방대학의 교육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이의 일환으로 유사한 환경과 수준에 있는 지방대학들간의 상호 인적, 물적, 프로그램 교류와 개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예를 든다면 지방 A,B,C대학의 같은 학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상호 수업을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교류시키며 교육과정도 상호 개방,교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위도 공동으로 수여할 수 있을 것이며, 같은 분야의 교수를 채용할 경우 공동으로 1차 선발하여 학교별 순환 근무후 세개 대학에서 스카우트하는 방식의 교수 공동채용,관리도 가능할 것이라는 요지"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같은 정책 추진 근거로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가지 여건에서 불리한 지방대학들이 수도권 대학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며 "즉 잘하는 대학을 폐지한다거나 모든 대학들을 강제적으로 공동학위를 주게 한다든지 공동으로 교수를 선발한다는 등의 방식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에 의한 상호협약으로 대학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요컨대 이같은 방안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며, 추진되더라도 '대학간 자율적 상호협약'에 기초해 추진될 것이지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이해찬 "교육혁신위 방침에 반대, 국립대 줄여야"**
이같은 교육혁신위 방침은 노무현정부 출범후 일관되게 추진돼온 '학벌주의 극복'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어서, 단순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 반응이다.
한 예로 교육인적자원부는 노대통령 탄핵기간이던 지난 4월6일 발표한 '학벌주의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서울대 등 국립대를 공익법인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교육부 발표 직전 열린 고건 대통령직무대행 주재 국무회의에서 고건 대행과 일부 장관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며 안병영 교육부총리를 질책함에 따라 안 부총리가 서범석 차관 브리핑 도중 갑자기 나타나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으나, 안 부총리는 곧바로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시 국립대간 연합대학 구성과 대학간 통합 네트워크 체제 구축을 통해 교수.학생.학점 상호교류를 우선 활성화하되 공익법인화하는 방안이 공론화될 경우 통폐합 등이 가속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따라서 교육혁신위 방침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방침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DJ정부시절 초대 교육부장관 출신인 이해찬 차기총리 내정자는 9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교육혁신위의 국립대 공동학위제 등의 아이디어에 대해 "일각의 '서울대 폐지론'에 분명히 반대하며 서울대를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는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교육부장관시절부터 변함없는 소신"이라며 "국립대 공동학위제 등은 이같은 방침과 어긋난다"고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내정자는 이어 "우리나라에 국립대가 너무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해, 현재 24개인 국립대를 통폐합 형식을 빌어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13일 울산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울산은 인구 1백만이 넘은 도시로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위해 굴립대 설립이 절실하다고 판단한다'며 "울산의 국립대 설립은 노무현대통령이 이미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린 사안으로 적극 추진중"이라고 안부총리가 밝힌 대목과는 상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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