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공기 속으로 헬멧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수 백의 분노와 수 백의 상처였다. 수 백의 서러움과 허망함이었다. 수 백의 무거운 얼굴들이 책임감과 무기력함을 이고 지고 뒤를 이었다. 헬멧들이 앞으로 기울었다.
2018년 12월 10일 사망한 김용균 씨의 추모식이 충남 태안의 한국서부발전 공장에서 열렸다.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지만, 시행령은 상당수 사업장에 예외를 두었고 사고가 일어난 태안발전소의 그 직무도 예외에 포함돼 있었다. 같지 않다고 말하더라도 다르지 않은 현실에서 1년을 맞은 추모식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유독 대기가 탁했던 그 날 공장 안의 행렬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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