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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BS-ABC, '부시 보도지침' 깨고 反戰방송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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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BS-ABC, '부시 보도지침' 깨고 反戰방송 개시

CBS "이라크포로 학대" 보도, ABC "전사자 명단 모두 공개"

미국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TV방송들이 이라크전에서 발생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을 방영하는가 하면,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를 추모하기 위해 프로그램 시간 전체를 할애해 사망자 명단을 일일이 공개할 예정이어서 부시정권을 크게 당황케 하고 있다. 이같은 방송으로 미국내 반전 여론과 반(反)부시 여론이 확산되면서, 11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CBS, ‘전기줄 묶고 감전사 위협’하는 미군 이라크인 학대 장면 공개**

미국 3대 방송사중 하나인 CBS방송은 28일 밤 8시(현지시간) 뉴스 프로그램인 ‘60분’을 통해 지난해 바그다드 인근 형무소에서 미 헌병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전기줄로 묶은 다음 감전사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인간피라미드처럼 쌓아 포개는 등의 장면을 방영했다.

CBS측에 따르면 이러한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은 지난해말 바그다드 인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입수한 것이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는 미군이 이라크 침략전과 점령기간동안 체포한 수백명의 이라크인들이 수감돼 있다.

CBS가 내보낸 장면 가운데에는 한 이라크인이 머리에 가리개가 덮인 채 상자에 올라가서는 손은 전기줄로 묶인 모습을 담고 있다. CBS는 “이 이라크인은 만일 그가 상자에서 떨어지면 감전사할 것이라고 위협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진에는 "이라크인 죄수들이 피라미드처럼 포개져 있으며, 한 이라크인 피부에는 영어로 휘갈겨쓴 글씨가 보인다"고 CBS는 설명했다.

이 충격적인 이라크인 학대 사건에 가담했던 칩 프레더릭 예비군 2등 중사는 '60분' 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무런 지원과 훈련을 받지 못했다”며 “상관에게 계속 규칙이나 규정 등을 물어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얻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구금됐던 이라크인 죄수들로부터의 증언을 통해 “이들은 구타를 당하기도 했고 (강렬한) 태양빛 아래서 몇시간이고 묶인 채 누워있는 처벌을 받았다”고 미군의 가혹행위를 보도했다.

런던에 있는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지난 3월에 “미군에 의해 구금됐던 많은 이라크인들이 조사기간동안 연합군이 고문하고 악질적으로 대우했다”고 고발했었다. 국제앰네스티가 고발한 고문방법에는 잠 안재우기, 구타, 고음의 음악틀기, 두건을 씌운 채 방치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군, “역겹고 경악”-“그럼에도 미군에 실망해선 안돼”**

CBS측에 따르면, 미군측은 이라크인 학대 소식이 알려진후 미군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증거자료 제공을 거부했었으나 28일 바그다드에서 마크 커미트 미군 대변인은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가 지난 1월 시작됐다”고 공식적으로 사실을 인정했다.

커미트 대변인은 이어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은 역겨웠으며 우리도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이들은 우리 동료 군인들이고 매일 우리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며 우리와 똑같은 군복을 입고 있고 우리를 대표한다”며 “이들은 우리 동료 군인들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에 우리 군인들에게 그렇게 대우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면서도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소수에 의해 우리 모두에 실망해선 안된다”고 밝혀 미국 안팎으로 일어날 충격과 파급효과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한편 이번 충격적인 이라크인 학대에 연루된 미군은 800헌병여단 소속 병사 17명으로 그 가운데 10명은 전쟁범죄행위로 조사를 받고 이들 중 6명은 지난 3월 군법회의에 기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당국은 또 이들 외에도 이라크 교도소를 책임지고 있는 제니스 카핀스키 준장을 비롯해 미군 관리 7명에 대해서도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ABC 방송, 30분 방송시간 할애해 미군 전사자 명단 일일이 공개**

미국의 또다른 3대 방송인 ABC 방송도 오는 30일 대표적인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의 방송시간 전체를 할애해 이라크에서 사망한 5백여명의 미군병사 추모 프로그램인 ‘전몰자(Fallen)'를 방영할 예정이다.

‘나이트라인’ 진행자인 테드 코펠은 이들 전사한 병사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것이며 이름과 함께 그들의 사진 또한 같이 방영될 것이고 사진 밑에는 이들의 성명, 계급, 병과, 고향, 나이가 소개될 것이라고 방송사측은 지난 27일 밝혔다. 30분이라는 방송시간제약 때문에 대략 5백23명의 전투중 전사자 명단만이 나올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방송물은 또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있는 ABC 방송의 대형 광고차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방송될 것이며 발췌 내용은 ABC 라디오 방송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나이트라인 르로이 시에버스 총 프로듀서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우리는 사상자들이 단지 숫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그는 “이들이 이라크전에 찬성했던 안했든 간에 이들은 단순히 숫자의 의미를 넘어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이름과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지난주 미군 병사들이 전사한 후 성조기로 둘러싸인 채 국내로 들어오는 사진 공개이후 나머지는 차단하고 있는 미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부시정권의 보도통제에 대한 미국언론들의 반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나이트라인' 대변인은 “이번 ABC방송의 결정은 사진 공개와는 관련이 없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며 “완전히 순수한 추모 의미”라며 말했으나, 부시 정권은 CBS-ABC의 잇따른 방송으로 미국내 반전여론이 확산되면서 11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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