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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살인 용의자 北송환 트집…김무성은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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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살인 용의자 北송환 트집…김무성은 "잘 보냈다"

정부 "비정치적 살인 보호대상 아냐…국민 안전 고려한 조치"

자유한국당이 정부의 '북한 선원 송환' 결정을 놓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황교안 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당 소속 다선 중진 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강제 북송'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집중 공격했다. 정부는 "국민 생명·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결정임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상 국민인 북한 주민을 사지(死地)로 내쫓아도 되는 것인냐"며 "문재인 정권은 국민포기 정권, 인권유린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북한 주민은 헌법과 판례상 우리 국민"인데 "북한이탈주민이 귀순 의사를 표시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는데 강제 퇴거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 '를 열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이번 사건을 "북한 주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규정하고 "귀순자를 북한의 공개처형장으로 되돌려 보낸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전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검토 없이 몇 명을 살해했니 어쨌니 하는 판단을 하면서 (북한에) 보냈는데, 범죄를 했느냐 안 했느냐는 아무나 판단하는게 아니라 사법기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13일 나 원내대표가 주재한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외통위는 통일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보고를 청취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상현 외통위원장은 "적법성을 떠나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고, 정진석 의원은 "인권 경시 국가로 비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재경 의원은 "만약 (이들이 16명을) 안 죽였다면 그 사람들 2명을 우리 정부가 죽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기준 의원은 특히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인인도조약도 맺을 수 없고 난민법도 적용할 수 없다"며 "이것(송환 결정)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았다.

▲정부가 지난 8일 공개한 북한 목선. ⓒ프레시안


그러나 이날 통일부는 국회에 한 보고에서, 북송된 북한 선원 2명의 범죄 혐의가 상당히 짙고 증거·증인이나 피해자·범죄현장 모두가 북한 정권의 관할 하에 있기에 사법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송환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통일부는 국회에 한 '흉악 범죄 북한주민 추방 관련 보고'에서 "첩보 및 나포 선원 2명의 분리신문 진술 결과, 북한 반응 등이 모두 일치해 범죄 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살인사건에는 남측으로 넘어온 2명 외에 1명의 공범이 더 있고, 북측에 남은 공범 1명을 통해 북측 당국도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 3명은 범행 후 자강도 인근으로 이동해 도주하려 했으나 1명이 북측 당국에 의해 체포되자 나머지 2명은 도주했고, 이 가운데 1명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측 해상으로 도주하던 과정에서 해군 특수전 요원에 의해 제압되자 "웃으면서 죽자"고 말하며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김 장관은 "북측과 협의 과정에서, (2명을 송환하겠다는) 통지문을 전달했을 때 북측이 이미 살인을 인지한 상태임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개성연락사무소에서) 통지문을 전달할 때 북측이 '16명을 살해했다'고 먼저 얘기했다"며 "1명이 (북측 당국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진술에 따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 장관 등의 설명과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종합하면, 해군은 이들이 NLL을 넘어오기 전부터 '살인 용의자가 탄 선박이 월남을 시도 중'이라는 첩보를 감청 등의 수단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장관은 '사전 입수한 첩보를 가지고 이들을 심문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 첩보를 얘기하지 않았는데 금방 자백을 했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한국 당국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 2명이 범죄자이고 도주자인 것을 알고 조사가 철저히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월남한 선원 2명을 각각 분리된 상태에서 조사한 결과와 해군이 사전 입수한 첩보, 북측이 파악한 사실과의 교차 확인 등 4건의 정보가 모두 세세한 부분까지 일치했기에 이들의 범행을 확신하고 추방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장관은 "해당 2명은 모두 2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으로, 한 명은 평소 정권 수련으로 신체 단련을 했고 다른 1명은 절도죄로 교화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다"며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노력동원돼 선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던 반면 이들(살인 혐의자 3명)은 선원 생활 경험자들로 이들에게 순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북한 출신 한 인사가 이들에 대해 '영양실조로 군 면제를 받은 허약한 이들'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살해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장소이자 이들이 타고 온 유동력 목선에 대해서도 "길이 16미터, 폭 3.7미터, 무게 17톤이었고 탑승 인원은 통상 10명 이상이 승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범인들은 범행 후 선박 내부를 청소하고 사체와 범행도구를 해상 유기했으며 페인트 덧칠로 선박 번호 변경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정부의 기본적 책무인 국민 생명·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서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코자 했다"면서 "합동조사 결과 귀순(하겠다는) 진술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흉악범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응해 추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들을 한국 법정에서 재판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합동신문은 행정조사일 뿐이고, 재판에 기소해 형사재판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수사를 위해서는 증거 등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을 거친다고 하면 아마 기소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거, 증인 등 모든 것이 북측에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김 장관은 또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 인권 규범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국제적 난민 관련 협의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정치적 살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입장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난민으로 불인정할 사유가 된다"며 "물론 북한 주민은 '외국인'이 아니어서 난민법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법의 취지를 참조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여야 양측에서 송환 결정은 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엄격히 처리하지 않으면, 북쪽의 범죄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대한민국을 찾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그것이 인권이나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에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나는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흉칙한 X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서 되겠느냐"고 당내 다수 의견과 다른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다만 "모든 과정을 국민 앞에 소상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숨기려 해서 국론 분열이 일어났다"면서 "왜 통일장관이 '이 사람들이 워낙 흉칙한 일을 해서 추방했다'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김 장관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한 데 대해 "본인들은 북한에서 저지른 범행이 워낙 죽을 죄여서 남한에 와서 살아야겠다는 건데 진정성이 없기는 왜 없나"라고 반박하면서도 "'이런 나쁜 X들은 받을 수 없어서 보냈다'고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강조했다.

앞서 범(汎)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정보위원장도 지난 7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상세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저는 듣고서 이해를 했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납득을 했다"며 "범죄자는 망명도 안 되고, (한국에서) 돌아다니면 국민들에게 위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제 생각이지만 어쨌든 사실을 조사한 결과 16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인한 것이 인정이 됐다면 그런 범죄자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지 법리를 따져야 하는데, 시체도 없고, 여러 증거들은 이미 인멸했고, 이런 상황에서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이라며 "상당히 잔인하고 생명을 경시해 국민들에게 상당히 위협이 된다. 범죄의 규모, 잔인함, 재발 가능성 등이 감안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때문에 한국당 지도부와 중진 등의 전방위적 공세에는 탈북자 단체나 일부 우파 성향 유튜브 방송인, 시민단체 등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장이 과대 대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 가운데에서도 유민봉 의원이 "최소한 북측에 '수사 기록을 달라'고 해서 범죄의 중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법적 검토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경청할 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의원들도 남북 간의 범죄자 인도나 추방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적·법적으로 정비 점검을 해 달라"(이인영 의원), "입법 미비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박병석 의원) 등의 지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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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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