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과 시민ㆍ사회단체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개혁 정책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북 고창ㆍ부안, 전남 영광, 경북 울진 등 4개 지역 반핵 주민단체 대표들이 민주노동당 당선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 주민단체 대표들은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나 영광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인근 주민 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노동당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산업자원위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각 한명씩의 의원을 배치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은 의원숫자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이유로 상임위 배치에 난색을 표했다.
***지역 주민, "민주노동당, 약속대로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라"**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 영광 원전의 안전성과 인근 주민 보상 문제 등 첨예한 갈등 현안을 안고 있는 고창, 부안, 영광, 울진 주민 대표들이 민주노동당 당선자와 27일 오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현민 부안 대책위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영광 대책위 김성근 교무 등 주민 대표들은 "민주노동당이 1997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2035년 탈핵'을 그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인원 배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 의원을 산자위, 과기정위에 각 1인씩 배치하고, ▲의원을 보좌할 보좌관 2인, 정책연구원 1인 이상을 확보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주민 대표들은 또 "원자력 에너지 문제를 중앙에서 정치 쟁점화해야 한다"면서 "▲5월 초 핵폐기물처리장 문제와 한국형 신고리 원전 1, 2호기 실시계획 인가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 발표, ▲당선자가 포함된 지역 순회 조사와 결과 보고서 발표, ▲민주노동당 지도부(산자위 배치 의원 포함)의 산자부 장관 면담 및 대통령 면담 등의 실천이 급박하게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주민 대표들은 "이런 실천들이 성과가 없을 경우, 시민ㆍ사회단체, 주민단체는 운동의 수위를 높이고, 민주노동당은 국회 개원부터 '탈핵' 등 '에너지 전환'에 동의하는 다른 당 소속 위원들과 조직적인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영광 이낙연(민주당), 울진 김광원(한나라당), 부안 김춘진(열린우리당) 당선자 등의 지역구 의원들이 그 1차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민 권한대행은 "정부나 핵 산업계는 2005년 지방선거 정국이 시작되기 전에 올해 안에 핵폐기물처리장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동시에 진행되면 버텨낼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지역 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한 한 민주노동당에 공조하도록 압박을 하겠다"면서 "'부안 사태'를 중앙에서 정치 쟁점화 하는 데 실패한 우를 민주노동당은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자위 안 가면 '에너지 정책' 할 수 있는 얘기 아무것도 없어"**
특히 자리에 참석한 주민단체 대표와 반핵 활동가들은 "산자위와 과기정위에 의원이 안 갈 경우 '에너지 정책'에 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환노위에서 '에너지 정책' 얘기를 할 수 있을 줄 아느냐"고 민주노동당이 말로만 '에너지 전환'을 얘기하지 말고 산자위 등에 관심을 쏟을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주민들 주장에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은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문제 쟁점화'나 지역 순회 조사는 수용할 수 있으나, 주민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상임위 배정 문제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요구에 권영길 당선자는 "상임위 문제는 아직 논의중"이라며 "사람이 많으면 다 들어가겠으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힘들다"고 답했다. 심상정 당선자도 "의원들 개인이 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당과 당원의 결의에 따르는 체제이기 때문에 확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중복이 허용되지 않는 14개 상임위 중에서 민주노동당 당선자 1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1명씩 들어가더라도 10개뿐이다. 게다가 일부 당선자 중에는 노동자, 농민 대표로 출마했음을 내세워 환경노동위나 농림해양수산위외 다른 상임위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산자위나 과기정위를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서 산자위나 과기정위 중요성이 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14개 상임위 중에서 산자위, 과기정위, 정무위, 건교위 등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너지 정책 전반은 산자위에서, 원자력 안전 문제는 과기정위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이들 상임위를 포기할 경우 민주노동당이 원내에서 에너지 정책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현민 권한대행은 "올해는 반핵 정책의 향후 교두보가 마련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해"라며 "민주노동당이 목표로 하는 '2035년 핵 없는 나라'가 2050년이 되느냐 2100년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해"라고 민주노동당의 실천과 관심을 촉구했다.
진보정당의 향후 정체성을 환경ㆍ생태 정당으로 삼겠다고 공언해 온 민주노동당이 현실정치 속에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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