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마오쩌뚱이 늘 곁에 두고 탐독한 '꾀주머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마오쩌뚱이 늘 곁에 두고 탐독한 '꾀주머니'

[신간] 13억 중국인들의 처세술 담긴 기서 <지낭>

<지낭>은 13억 중국인들에게 ‘동서고금의 처세술을 담은 기서(奇書)’로 잘 알려진 책이다. 지낭(智囊)은 ‘지혜로운 사람’ 또는 ‘꾀주머니’라는 뜻으로 마오쩌뚱이 늘 곁에 두고 읽었던 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중국 국가일급작가인 이원길이 옮긴 <지낭>(신원문화사 간)은 국내 최초의 완역본 시리즈라는 의미가 있다. 원작은 모두 10부 28권의 방대한 양이어서 지금까지는 주제별로 모은 발췌본만 있었다. 이번에 나온 것은 10부작은 1.2부를 묶은 것이다.

역자는 “지낭은 위인들에게만 필요한 지혜의 책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책”이라면서 “지낭은 지혜를 배우는데도 필요한 책이지만, 중국의 역사와 풍토,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서 완역본의 의미를 부여했다.

원저자 풍몽룡은 명나라 때 통속문학작가로 이름을 떨친 <지낭>은 1626년 그의 나이 54세 때 편찬된 것이다. 당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후 3백여년이 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은 기서가 되었다.

<지낭>에는 진나라 이전의 상고 시대로부터 명나라 말기에 이르기까지 3천여년 동안 제자백가의 경전 저작과 역사학자들의 역사 기록에 있는 사실들뿐만 아니라 패관야사와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들에서, 지혜로 상대방을 전승하거나 지혜로 어려운 일들을 풀어가는 슬기로운 사례 2천여가지 이야기를 정선하여 엮은 책이다.

풍몽룡은 이런 사례를 선정하는 데 “무릇 특출한 지혜가 빛나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한 사람의 귀천이나 선악에 대해서는 그리 고려하지 않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낭>에는 나라를 지혜롭게 다스리는 경국대략, 군대를 지휘하여 전쟁의 승리를 도모하는 용병지책 같은 큰 지혜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입신양명하는 처세술, 심지어는 환관들의 간악한 음모와 시정배들의 교활한 잔꾀에 관련되는 일까지 수록돼 있다.

그중에서 ‘대국을 파악하는 지혜’편에서 우리 정치권이 어지러운 상황을 연상시키는 이야기 몇가지를 골라보았다.

***유방이 항우을 토벌한 명분**

‘대국을 파악하는 지혜’ 편에는 야당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도둑질’로 몰아붙인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고조 유방이 군대를 거느리고 낙양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다. 신성 삼로 중의 한 사람인 동공이 유방의 길을 막으면서 권했다.

“정당한 명분이 없는 군대는 성공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하오니 우선 상대방을 도적으로 몰아 놓아야 천하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천하 사람들이 한결같이 의제를 옹호하고 있는데, 항우는 오히려 의제를 팽성에서 내쫓았으며 또 사람을 파견하여 의제를 시살했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선 삼군을 거느리고 의제를 위해 장례 의식을 거행하면서 항우를 역적으로 성토하십시오. 그러면 출군의 명분이 서게 되고, 각 지방 제후들을 휘동하여 항우를 토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염파를 피한 염상여**

총선 승리를 벌어지고 일어날 논공행상에 대한 조언이 될 만한 이야기도 있다. 조나라 혜문왕이 성지에서 돌아온 다음, 염상여의 공로가 대단하다고 여겨 그를 염파보다 높은 관직인 상경으로 올렸다. 이에 염파는 불만이 많았다. 자기는 싸움마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공을 세웠지만, 상여는 그저 혓바닥 한번 놀린 공로밖에 더 있는가?

그런데 자기보다 더 높은 관직에 올려놓다니 말이 되는가? “내 이제 상여를 만나면 얼굴을 못들게 수치를 주리라.” 염파는 이렇게 벌렸다.

그 낌새를 안 상여는 염파를 피하며 만나지를 않았다. 염파와 직위 다툼을 하지 않기 위하여, 그는 병을 빙자하고 조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한번은 상여가 외출했다가 우연히 염파를 먼 발치에서 보게 되었다. 상여는 급히 피하여 길을 돌아갔다. 그것을 비겁한 소행으로 여긴 상여의 문객들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상여는 그들을 만류하며 이렇게 물었다.

“그래 염파와 진나라 왕을 비기면 누가 세다고 생각하는가?”

“그거야 비교도 아니 되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진나라 왕 앞에서도 낯색 한 번 변함 없이 진나라 왕을 꾸짖고 그 신하들을 꾸짖었는데, 그래 내가 아무리 우둔하다고 해도 염파 장군을 두려워할 사람인가? 그러나, 어디 생각들 해보게. 강대한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감히 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 있는가? 바로 우리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둘이 그냥 티격태격 싸운다면 어떻게 되는가?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격이 되어 둘 다 손해를 보게 된단 말이네. 진나라는 이것을 바라고 있는데 진나라가 바라는 일을 우리가 하다니, 그럴 수야 없지 않나. 내가 염파 장군을 피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지. 개인의 원혐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야.”

후에 그 말을 전해 들은 염파 장군은 크게 가책이 되어, 웃통을 벗고 섶나무를 등에 진 채로 빈객들을 데리고 염상여네 집으로 가서 사죄했다. 그래서 그들 둘은 막역지간이 되었다.

***장비의 세심한 지혜**

요즘 정계에 조금 공을 세웠다고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삼국지의 장비가 일깨우는 지혜가 있다. 장비는 거칠고 우직한 성미의 소유자로만 알려졌지만 장비가 거칠면서도 세심한 사람임을 말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비는 마초를 만나자 마음에 들어 그를 평서장군 도정후로 봉했다. 유비의 중용과 우대에 득의양양해진 마초는, 유비에 대한 예의마저 잊어버리고 늘 유비의 자(현덕)를 맞대고 부르곤 했다.

그것을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한 관우는 노한 나머지 마초를 죽여 버리겠다고 별렀다. 그러나 장비는 “죽일 것까지야 있수?” 우리가 예절로써 그 미련한 걸 깨우쳐 줍시다“하고 말했다.
그 이튿날, 유비가 여러 장수를 불렀는데 관우와 장비는 무기를 들고 유비 곁에 공손히 시립하고 있었다. 마초는 오자마자 예의 없이 좌석을 찾아 앉았다. 그러면서 보니 관우와 장비의 좌석이 보이지 않았다. 관우와 장비가 앉지도 못하고, 유비의 양 옆에 공손히 시립하고 있음을 본 마초는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 급히 일어섰다. 그 다음부터 마초는 유비에게 신하의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다.

***잘못한 죄보다 더 큰 죄**

이번에는 잘못을 감추려다가 국민을 속이는 죄를 저지르는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다.

송나라 노종도가 유덕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일이다. 하루는 진종이 그를 부르려고 사자를 보냈는데 노종도가 집에 있지 않았다. 얼마를 기다려서야 노종도는 시장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왔다.

"이렇게 늦었더니 폐하 안전에서 무엇이라고 여쭙겠습니까?“ 무슨 다른 구실이라도 대야지요.”

사자가 이렇게 말했지만 노종도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대로 여쭈면 괜찮을 거요.”
“사실대로 여쭙다니요? 그러면 폐하께서 노여워하실 겁니다.”
“술 좀 먹는 거야 인지상정일 테지만, 임금을 속이는 것은 신하로서 하지 못할 큰 죄업이 아니겠소.”

사자는 돌아가 노종도의 말을 그대로 황제에게 전했다. 진종은 노종도를 불러 왜 사사로이 술을 먹으러 갔느냐고 물었다. 그러니 노종도는 사죄하며 말했다.

“신의 집이 빈한하여 식기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먼데 있는 고향 친구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주점으로 데리고 가서 술을 마시고 왔습니다. 신이 평상복을 입고 나갔기에 다른 사람들은 신을 알지 못했습니다.”

“경은 궁정의 관원이 아닌가? 잘못하면 어사의 탄핵을 받기 쉽네.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게.”

그러면서 진종은 마음 속으로 노종도가 아주 진솔한 사람이기에 중히 쓸 인물이라고 여겼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