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학종 합격자, 일반고는 9%...사실상 '고교 등급' 확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학종 합격자, 일반고는 9%...사실상 '고교 등급' 확인

교육부 실태조사 발표...자소서 편법 등도 적발

대입 현장에서 사실상 고교가 서열화했음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학고·영재고 출신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률이 일반고 출신의 거의 3배에 가까웠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대외 활동 수상 실적을 자기소개서에 '꼼수'로 기재해 대학 입시에 활용한 사례는 지난해 366건 적발됐다.

학종 응시생을 위해 고등학교가 대학에 제출하는 고교 프로파일(공통고교정보)은 학교생활기록부상 기재가 금지된 항목을 대학 측에 제출하는 편법적 입시 창구 역할을 해왔음도 확인됐다.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폭발한 민심이 우려한 대로, 대학 입시의 학종에서 실제 편법적 방법으로 불공정한 이득을 얻은 사례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5일 교육부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의 2016년~2019학년도 신입생 선발 결과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편법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종 비율이 크고 특목고·자사고 학생 선발 비중이 컸던 대학과 2019년 종합감사 예정 대학을 조사 대상 학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달 11일부터 24일까지 24명의 실태조사단이 실시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과고 출신 학종 합격자 비중, 일반고의 3배

교육부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3개 대학 학종 전형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중은 전국 일반고 학생의 5.4%였다. 반면 전체 자사고 학생 중 이들 대학에 합격한 자사고 출신은 28.8%, 외고·국제고는 45.8%였고 과고·영재고는 111.5%에 달했다. 과고·영재고 출신 비중이 100%를 넘긴 까닭은 최대 6회 지원이 가능하고 중복합격이 가능한 수시 특성 때문이다.

서열이 높은 고등학교 출신일수록 이들 대학 입학자가 더 많았음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13개 대학 학종에 지원한 학생의 합격률 역시 과고·영재고(26.1%)>외고·국제고(13.9%)>자사고(10.2%)>일반고(9.1%) 순으로 고교 서열이 그대로 반영됐다. 과고·영재고 졸업생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 출신의 거의 3배에 달했다.

고교가 사실상 서열화한 현재 학종이 학교 서열을 고스란히 반영해왔음을 입증한 셈이다.

과고·영재고 출신은 주로 학종 전형을 이용했고, 자사고 출신은 수능 전형을 주로 이용했다. 16~19학년도 13개 대학 합격자 전체 중 과고·영재고의 경우 학종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 학생 비중은 전체 전형의 62.8%에 달했다. 특기자 전형 비중이 29.2%였고 논술 비중은 5.7%, 수능 비중은 2.3%에 그쳤다. 학생부교과 전형 비중은 0이었다.

외고·국제고 출신의 경우도 학종 비중이 50.6%, 수능 비중이 27.1%로, 학종을 주로 대입 전형에 활용했다.

반면 자사고 출신의 경우 수능 전형 응시자 비중이 48.2%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고 학종 비중은 30.9%였다.

일반고 졸업생의 경우 학종 비중이 39.1%, 수능 비중이 32.1%로 엇비슷했다. 논술 비중이 16.0%, 학생부교과 비중이 8.9%였다. 학생부교과가 대입 전형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한 경우는 일반고 출신뿐이었다.

교육부는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의 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지원 단계부터 합격, 등록단계까지 학종 전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고, 과고 졸업생 위한 '특례 전형'도 존재

사실상 고교서열을 대학 입시에 고스란히 활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교육부 조사 결과 조사 대상 대학 중 두 대학은 경영학, 사회과학, 생명공학 등 어학 능력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과에도 특기자전형 국제계열 쿼터를 배정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 결과 이들 대학에서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고 등 특수 고등학교 졸업생 합격자 비중이 컸다.

A대학의 인문학·사회과학인재전형 합격자의 경우 지난 4년간 총 합격자 1838명 중 외고와 국제고 출신이 758명으로 전체의 41.2%에 달했다. 이 학교 과학공학인재 전형을 지난 4년간 통과한 819명 중 과학고와 영재고 졸업생은 517명으로 전체의 63.1%에 달했다.

B대학의 국제인재 전형을 지난 4년간 합격한 937명 중 외고와 국제고 출신은 638명으로 전체의 68.1%였다. 과학인재 전형 합격자 898명 중 과학고와 영재고 출신은 634명으로 전체의 70.7%였다. 사실상 특목고 출신자를 위한 전형이었던 셈이다.

외국 고교 졸업생 비중이 유난히 큰 특기자전형도 있었다. 지난 4년간 A대학의 국제계열 전형 합격자 1615명 중 505명(31.3%)이 외국 고교 졸업생이었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오후 서울 노량진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아버지는 기업 경영자" 자소서 편법도 적발

이번 조사를 통해 대입 과정에서 입시생과 고등학교가 여러 편법적 방법을 동원한 사실도 일부 확인됐다.

조사 대상 학생 17만6000여 명 중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 기재를 금지한 사항을 우회적으로 기재해 입시에 활용한 건수는 총 366건이었다.

개별 사례를 보면, 외부 수상실적 기재 금지 사항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에 도전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수상 실적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지원자가 있었다. 자신의 수상 실적을 암시해 부당 이익을 얻으려한 경우다.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자소서에 기재한 사례도 확인됐다. "저는 어릴 적부터 작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아버지와"라는 내용을 기재한 경우다. 자소서에는 부모 실명을 포함한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기재해서는 안 된다.

수학, 과학, 외국어 등 교과 관련 수상실적만 기재 금지 대상이라는 점을 노려 발명, 창업 수상 실적을 기재한 학생도 있었다.

자소서 표절 사례도 228건 적발됐다. 대교협 유사도검증시스템상 유사도가 5~30% 수준인 B수준 표절이 205건이었고 유사도 30% 이상의 표절인 C수준은 23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은 C수준 표절 학생 한 명을 최종 합격시킨 사례가 확인됐다. 중대한 수준으로 자소서를 표절한 학생이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한 대학의 19학년도 신입생의 경우, 표절 의심자가 50명이었으나 이들 중 32명에 대해서는 표절 심의가 실시되지 않았다.

실태조사 대상 전체 학종 지원자에 비해 위반 사례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나, 위반 사례를 완전히 밝히진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조사 대상 대학으로부터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와 추천서를 받았으나, 시간이 부족이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하고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조사 방식에 따라 더 많은 위반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고교 차원서 편법 시도도... 교육부 "행정조치"

일부 고교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입시상 편법을 도모한 사실도 확인됐다. 학생부 기재금지 사항을 우회하는 식으로 고의적으로 편법적 기재 방편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 13개 대학 모두 학생부 기재금지 사항을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음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같은 사항을 확인하더라도, 이에 불이익을 가한 사례는 전무했다.

고교 프로파일에 사실상의 학교 서열을 암시하는 내용을 기재한 고교도 적발됐다. 해당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 자료를 첨부한 학교, 대학교수와의 R&E 활동에 참여한 학생 명단을 첨부한 학교 등이 적발됐고, 다수 외국어고등학교가 어학성적에 따른 교내수상대회 내역을 프로파일에 기재했다. 모두 편법적 사례다.

다만 교육부는 이 같은 프로파일을 대학이 활용해 고교별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고교 프로파일에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고교, 학생부 기재금지를 위반한 고교를 행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교간 서열화를 해소하고, 대학의 학종 평가요소와 배점 등의 정보 공개를 확대하며, 입학사정관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가 학종의 불합리성을 결과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수능 정시 확대' 방침을 뒷받침하게 됐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방침이 시대에 역행하는 입장이라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교육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각계 1492명은 교육 개혁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대학 서열 타파라는 시국선언을 하며 수능 정시 확대안을 비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