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의 부실 혈액 관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적십자사는 최초로 혈액 관리의 문제점을 제보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등 "반도적적인 대한적십자사 규탄"**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코헴회, 에이즈 인권모임 '나누리' 등 보건의료단체와 민주노동당 부패추방운동본부는 8일 11시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언론이 적십자사의 무능과 부패를 고발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적십자사의 부도덕함을 성토했다"면서 "이런 전 국민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는 책임자를 처벌하기보다는 공익제보자를 처벌하는 데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직도 일부 언론은 이번 혈액문제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관리상의 실수 또는 과학적 검사법의 한계 때문에 일어난 피치 못할 일이라고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밝혀진 것은 '부적격 혈액임을 알고도 유통시킨 적십자사의 안전불감증 정도를 넘어서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언론이 적십자사의 '혈액 검사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의 보도를 연이어 내고 있는 것에 일침을 놓은 셈이다.
***"혈우병, 백혈병 환자는 불안하다"**
혈액과 혈액제재를 일상적으로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백혈병, 혈우병 환우회 회원들은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혈우병 환우회인 한국코헴회 김승근 사무국장은 "혈우병 환자의 상당수가 BㆍC형 감염이나 심지어 AIDS에 감염돼 있다"면서 "혈우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제2, 3의 난치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환자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의 권성기 사무국장도 "백혈병, 혈우병 환자나 또는 교통사고 등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부실 혈액관리는 치명적"이라면서 "적십자사는 혈액 관리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철저한 반성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부고발자 징계 철회가 적십자사 반성의 척도"**
한편 집회에 참가한 각 단체들은 적십자사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내부 쇄신 의지가 있다면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부터 철회하라고 입을 모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는 "총재가 사과를 한 뒤에도, 적십자사는 여전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혈액법 위반 사례를 내놓으라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 것은 그 단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문옥(전 감사원 감사관) 후보도 "적십자사에서 혈액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공익을 해치는 행위"라면서 "이런 반공익적 행위에 대해서 조직 내부에 있는 직원이 고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문옥 후보는 "반공익적 행위를 한 조직이 공익에 대한 의무를 이행한 직원을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의인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통해 반드시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고발된 혈액관리 핵심책임자 처벌,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를 철회,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실시, ▲수혈감염 의심자 및 부적격 혈액 출고 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추적조사의 즉각 실시 등을 요구했다.
강주성 공동대표는 "적십자사는 시간을 벌면서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 같다"면서 "이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적십자 회비 납부 거부를 포함해 본관 점거 등 지속적인 항의 활동을 조직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적십자사는 지난 2일 각 언론에 총재의 사과문을 내보낸 뒤에도, 여전히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채,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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