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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일본의 '이미 실패한 정책' 권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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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일본의 '이미 실패한 정책' 권유하나?

하준경 교수 "지금은 재정정책 펼 때...통화정책 부작용만"

저물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사실상 한은의 주요 목표에서 통화안정을 폐기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9월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다음 달 1일 통계청이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보고서인데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를 앞둔 상황에 나온 보고서라 여론의 관심이 모인다.

KDI가 정부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을 경기진작 목표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화정책으로 인한 경기 진작 효과가 이미 없는데도 이를 강조한 건 시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KDI "한은,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 우선해야"

28일 KDI는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한은)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밑돌아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며 "한국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주력해 수행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정책목표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동시 추구인 상황에서는 현 물가 하락세에 한은이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말 시행된 한국은행법상 한은은 재정정책 수립 시 금융안정(제1조 2항)과 물가안정(제6조 3항)을 추구해야 한다.

KDI는 한은 대응책의 한계로 지난해 11월 말 한은이 단행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조치를 꼽았다. KDI는 당시를 두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1% 내외에 정체되고 경기 둔화 모습이 보였으나, 통화당국(한은)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저물가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와중에도 한은이 금융안정 목표를 우선 추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됐다는 비판이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자면, KDI는 당시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더 바람직했다고 볼 수 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거시경제 차원의 금융안정을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비롯한 금융정책을 우선 검토해야 하고, 물가안정이 금융안정의 전제조건임을 (한은이)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정책목표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는 평가다.

▲ 최근 물가하락세.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KDI

"통화정책 쓸 시기 지났다"

하지만 이는 중앙은행의 본질을 간과한 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1970년대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극심해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제(금융안정)를 도입했다. 한국도 이 흐름에 따랐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황에서 돈을 많이 풀어 발생한 후,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책무가 더 커졌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최우선 목표에 금융안정을 넣은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 교수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 즉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진작에만 의존할 때는 이미 지났다고도 지적했다.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하 교수는 "물가가 높을 때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어서 물가를 낮추는 건 쉽지만, 지금처럼 저물가가 유지될 때 통화정책은 쉽게 경제주체를 자극하지 못한다"며 지금 한국 경제는 사실상 유동성 함정(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부동자금만 늘어나는 현상)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현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 인상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경제주체가 소비를 늘리진 않는다"며 "기준금리를 낮추면 통상 자산시장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데, 한국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에 집중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부동산 시장만 자극을 받지, 경제주체에 활력이 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이른 나라라는 경고가 오랜 시간 이어졌다.

하 교수는 "(금리 인하에 따라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가 더 위축되는 효과도 나올 수 있다"며 "저금리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좀비기업이 생존하는 것도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과연 인플레이션 기대를 끌어올릴 것이냐"며 "일본이 저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2008년 이후 주요 선진국도 통화정책에 의존해 경기진작에 나섰으나 효과가 없었음을 이미 세계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정부 재정정책 펼 때"

하 교수는 지금은 한은의 통화정책에 기댈 때가 아니라, 정부 재정 투입으로 저물가 현상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늘려서 경기 진작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이미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통화정책을 취한다고 기업들이 안 하던 투자를 할 건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를 앞둔 정부도 나타내고 있다. 여러 언론이 이번 KDI 보고서를 두고 재정 정책을 키우려는 정부와 KDI의 대립 구도로 해석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축소균형이 아닌 확대균형을 이루기 위해 과감한 총수요 확장 정책이 요구된다"며 "단기적으로 총수요 부족을 해소하지 않으면 총공급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성장잠재력이 훼손돼 잠재 성장경로를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이 고착화·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적극적 수요 진작을 위해 정부의 관련 재정예산을 국회가 의결해주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쓴 글로 읽힌다. 홍 부총리는 "재정정책은 가장 중요한 총수요 대응수단"이라며 "최근 일부 해외 언론도 우리 정부의 내년도 확장적 재정운영에 대해 '신속하고 올바른 조치'라며 긍정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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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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