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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20년…짙어지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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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20년…짙어지는 그림자

②벼랑에 선 강원랜드-비전문 감독기관·낙하산 인사 '합작품?'

#1. 경기도 일산에서 월 2회 가량 강원랜드를 출입하고 있는 A(자영업)씨는 지난 1월 카지노 영업장에서 보안요원에게 특별한 잘못도 없이 출입정지 3개월 통보를 받았다.

황당한 A씨는 담당부서에 찾아가 “출입정지 사유가 기록된 출입정지 스티커를 발부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정지관련 규정을 확보한 A씨는 “카지노 출입관리지침 규정에 문서로 고객에게 출입정지 처분에 대한 안내를 하도록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고 출입정지 처분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낮 12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 입장을 위해서는 신분증과 입장권 확인이 반드시 필요해 낮12시가 가장 혼잡스럽다. ⓒ프레시안

그러자 강원랜드 담당 부서는 A씨에게 출입정지 20일 만에 출입제한을 해제했다.

A씨는 “강원랜드는 출입제한 고객에게 스티커를 발부해야 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더 황당한 것은 스티커 발부 규정을 삭제하도록 출입관리지침을 변경한 문제에 다시 민원을 제기하자 간부들까지 나서 눈 감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2. 강원랜드를 자주 방문하는 C씨는 지난 5월 바카라 게임을 하다가 타이에 맞아 부수입을 올리자 게임하면서 친해진 고객 B씨에게 1만 원짜리 칩스를 팁으로 줬다.

이를 지켜보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소속 현장 감시원이 강원랜드 보안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하고 보안관리 사무실로 이동해 B씨에게 출입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출입제한을 당한 B씨가 강하게 항의하고 반발했으나 현장 감시원의 위세에 눌려 그날부터 출입정지 되고 말았다.

고객 L씨는 “고객이 받은 팁을 문제 삼아 출입제한을 시키는 사감위의 현장 감시원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강원랜드의 자세는 더 큰 문제”라며 “고객들 입장에서 출입제한 처분도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카지노 영업시간리 변경되면서 강원랜드가 고객들에게 이를 고지하고 있다. ⓒ프레시안

#3. 지난 2003년 3월 강원랜드에 입사한 P씨는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리에 머물러 있다. 자신보다 6개월 이상 먼저 입사한 선배들은 최소 과장에서 차장, 팀장에 올랐지만 언제 과장에 진급할지 불투명하다.

‘만년 대리’로 직장생활을 하는 P씨와 비슷한 처지의 주변 동료들은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한지 오래다.

2019년 6월말 기준 강원랜드 임직원 3646명 중 대리급은 1620명이 넘는다, 대리급이 전체의 44.4%를 차지해 ‘항아리형’ 인력구조다. 최고참 대리는 메인카지노가 개장하던 2003년 3월에 입사해 40대 중반~50대 초반이지만 만년대리에 머물고 있다.

또 강원랜드 창업공신이라는 사명감으로 20년 이상 근무했던 핵심 간부들도 사장이 바뀌면서 ‘적폐청산’ 대상에 몰려 평소 직무와 관련 없거나 신입사원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업무를 한는 실정이다.

파라다이스 임원출신 B씨는 “한꺼번에 과다한 인원을 뽑으면 승진적체로 해당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며 “강원랜드와 GKL이 비슷한 상황인데 혁신과 개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사장이 바뀌면서 진행하는 적폐청산 인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 매뉴얼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파라다이스를 거쳐 GKL에서 임원을 역임한 K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대 베팅한도를 3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국제적 감각으로 바라보면 강원랜드의 카지노 영업매뉴얼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원랜드에 비해 10년, GKL보다 5년 늦게 개장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는 연간 매출이 6조 원이 넘는다”며 “강원랜드는 1조 5000억, GKL은 5000억 원 수준에 머무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는 고민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국무총리실 사감위의 ‘매출총량제’라는 강력한 규제정책은 가뜩이나 열악한 카지노 게임 환경을 세계 최악의 난장판 카지노로 추락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치적인 야심을 가진 인사와 비전문 낙하산 인사들이 강원랜드를 ‘점령’하면서 강원랜드는 민산창이로 망가지고 회사는 모래알 조직이 되고 말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박종철 전 강원랜드 사외이사(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장)는 “임기 3년의 비전문 낙하산 사장은 지역 토호세력과 밀착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미래 청사진 구상에는 소홀했다”며 “특히 정치적인 야심을 가진 사장들이 강원랜드를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고의 관광산업인 카지노를 알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들은 강원랜드 관리자 역할에 머물렀다”며 “사장이 감독기관에 할 말도 못하고 정치권에서도 우군이 없는 강원랜드는 사면초가 상태”라고 덧붙였다.

송재범 전 공추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20년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강원랜드 사장으로 보내고 잘하면 연임도 시켜야 한다”며 “비전문 낙하산 인사 때문에 지역과 불통논란은 물론 장기 경영전략이 수시로 교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지노 감독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부서의 비전문성도 도마에 오른다. 강원랜드에 가장 강력한 규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사감위도 중앙부처에서 1, 2년씩 파견나가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면면에서 문체부와 대등소이하다.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카지노 등 대한민국 카지노산업을 총괄하는 융합관광산업과는 과장과 팀장을 비롯해 전체 9명의 직원 중 5명이 카지노 분야 업무를 맡지만 전문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카지노와 복합리조트 사업을 총괄하는 문체부 관련 직원들이 카지노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없어 정책이 표류한다는 지적”이라며 “업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준이 되면 다른 부서로 옮겨가기 때문에 업계가 힘들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소극장 카사시네마에서 초창기 무료 공연으로 진행했던 인어공주와 야수. ⓒ강원랜드

고객 유치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자체도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관광객은 4300만 명을 넘는다. 카지노 비중이 45% 안팎에 그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펼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쇼’는 관광객 유치의 일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 메인스트리트에 위치한 벨라지오호텔의 ‘오쇼(O Show)’, 윈&앙코르호텔의 ‘르레브 쇼(LE Leve Show)’, MGM호텔의 ‘카쇼(KA Show)’ 등이 최고 수준의 명품 3대 쇼로 유명하다.

쇼마다 수천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가운데 대형 극장에서 공연되는 라스베이거스 3대 명품 쇼는 10여 년 이상 매진 기록을 이어갈 장도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쇼로는 마카오 시티오브드림(COD)카지노 리조트의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쇼(워터쇼)’가 단연 압권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쇼 공연. ⓒ프레시안

지난 2011년 세계 최고의 쇼 제작자 프랑코 드래곤 감독이 만든 ‘워터쇼’는 제작비만 2750억 원이 소요된 세계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COD에서만 공연되고 있다.

총 3500석 규모의 COD 원형극장에서 하루 2차례 공연되는 ‘워터쇼’는 개장 10개월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만큼 대박을 거뒀다는 평가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환상적인 무대, 놀라운 특수 시각과 음향효과는 물론 탄탄한 스토리와 장엄한 라이브 공연은 9년째 매진 행렬을 이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강원랜드는 연말연시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시작으로 신년음악회, 드림콘서트, 여름 성수기 하이원 스타콘서트, 원더플 콘서트, 하이원 쿨 썸머 콘서트, 최현우 매직콘서트, 불꽃쇼 등에 그치고 있다.

상설 공연장도 150석 규모의 소규모 극장인 카사시네마가 전부이고 컨벤션호텔의 대연회장은 연예인 초청 콘서트와 공연, 야외공연 등이 수십 차례 개최되고 연간 예산도 50~60억 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마카오 COD의 워터쇼를 보기 위해 중국의 변방에서도 마카오를 방문할 정도로 고객 유치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원랜드도 세계적인 쇼를 준비한다면 해외 및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기 3년의 사장이 수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못내는 것도 문제지만 관련 부처는 이를 장려해야 할 것”이라며 “말로만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지 말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차원에서 세계적인 쇼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철 강원랜드 전 사외이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의 인디언보호구역 카지노는 대형 연회장시설을 갖추고 월 1회 이상 한국가수와 중국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마카오 COD 원형극장에서 펼쳐지는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쇼. ⓒ프레시안

한편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카지노 부분을 제외하고 호텔, 콘도, 골프장, 스키장, 워터파크 부분에서 2019년부터 5년간 5640억 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적자가 연 평균 1128억 원 규모다.

이보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7년 비카지노 부문 766억 원, 2018년 836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해 해마다 비카지노 부문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특히 2018년 7월 개장한 워터월드는 개장 첫해 22억 원에 이어 2019년에도 적자 폭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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