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대표 무장조직인 하마스의 설립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세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무참하게 살해된 후, 하마스 등 무장단체들이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세계 각국도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팔-이 갈등이 이라크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알-카에다가 야신 피살과 관련해 모든 무장단체들에 대해 대미 항전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이에 미군주도 연합군 임시행정처는 즉각 강도높은 경계태세에 돌입했고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역시 “이라크 갈등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이같은 중동정세 불안은 곧바로 세계증시 급락으로 이어지는 등 전세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카에다, “야신 죽음 헛되지 않기 위해 미국과 미 동맹국에 보복” **
알-카에다 산하 무장단체는 22일(현지시간) 이슬람 운동단체인 ‘알 안사르 포럼’ 웹사이트(www.al-ansar.biz)를 통해 야신 피살과 관련,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피의 보복'을 맹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카에다 산하 아부 하프스 알-마스리 여단은 “우리는 세이크 야신의 피가 헛되이 흘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팔레스타인들에게 촉구한다”며 “모든 지역의 아부 하프스 알-마스리여단 조직원들은 현시대의 압제국가인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에 나서 야신의 복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무장단체는 “팔레스타인, 특히 하마스와 지하드 등의 전사들에게 당신들의 진정한 적은 압제국가인 미국임을 밝힌다”며 “이는 야신이 미국의 자금과 무기, 정치와 언론의 지원을 통해 살해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러한 유대인 십자군운동의 사악한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단합하자”며 “유대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전세계에서의 동시다발적 테러공격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와 동시에“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은 평화를 위해 팔레스타인을 팔아먹으려 한다”며 미국과의 중동평화협상을 추진해온 아라파트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의 성명서는 ‘이슬람메모’라는 또 다른 이슬람 웹사이트에도 e-mail로 전해졌으며, 몇몇 아랍 언론에도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가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美, 야신 암살연루 부인하면서도 이스라엘 옹호**
이같은 알 카에다의 '피의 보복' 선언에 대해 미국은 즉각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특히 하마스가 “미국이 야신 암살에 대해 이스라엘에 허가증을 발부해줬다”며 야신의 피살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샤론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군이 암살 계획을 통보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더욱 그러한 모습이다.
물론 미국은 이스라엘측에 야신 암살 허가증을 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NBC 방송의 “투데이”와 CBS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암살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고 암살계획을 허가하지도 않았다”며 강력 부인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걸음 물러나고 지역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동 지역에는 항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가능성이 있으며 이스라엘이 말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은연중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스콧 멕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야신 암살과 관련해 “이번 가자지구 공격으로 미국은 매우 곤경에 처해 있으며 미리 공격 계획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테러 단체에 대항해 자신들을 보호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미국의 행태와 관련, “미국은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있는 유럽연합이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는 달리 공격 자체에 대한 철저한 비난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위협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전문가인 시블레이 텔하미는 “본질적으로 이는 분명히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예상하기로 양측은 더 많은 피를 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라크, “야신 암살은 이라크 갈등에 기름 부은 꼴”**
야신 피살은 단순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을 고조시킬뿐 아니라, 이라크의 긴장도를 급속히 높이고 있다. 미군 주도 이라크 임시행정처는 이라크내 저항세력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경계태세에 돌입했으며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도 “야신 암살은 이라크 갈등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AFP 통신은 이와 관련해 이라크의 주요 시아파 정당 가운데 하나인 다와 정당의 2인자인 아드난 알-아사디의 말을 인용해 “그러한 암살은 복수 공격을 정당화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서 잘 보호받고 있는 반면, 이라크에는 테러 공격에 취약한 미군과 미국인들이 존재한다”며 “이라크에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라크내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이와 관련해 “어리석은 범죄”라고 비난하며 “이슬람과 아랍세계는 이스라엘에 대항해 함께 일어서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번에 피살된 수니파계열의 야신은 이라크 수니파 사이에서도 높은 지지도를 갖고 있어 이라크내 저항세력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증시 휘청**
야신 피살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우려로 미국을 위시한 세계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2일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1.80 포인트 (1.20%) 내린 10,064.80으로 거래를 마감해 1만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4.30 포인트 (1.29%) 빠진 1,095.44로 각각 장을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0.56 포인트 (1.57%) 하락한 1,909.91로 마감됐다. 이 지수는 장중 1,897.63까지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만에 장중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증시도 이 여파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야신 피살 쇼크'는 우선적으로 세계증시부터 강타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이 숨진 후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불안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을 엄습해 이날 증시는 하루종일 약세권에서 맴돌면서 반등을 시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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