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에 의한 자연파괴로 인해 동식물의 다양한 종의 멸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사실상 '지구생명체의 6번째 대량 멸종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미국 과학계에서 제기돼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대로 인류의 자연 파괴를 방치할 경우 파국을 면치 못한다는 경고음이다.
***"인간이라는 한 종이 대량멸종 주도"**
세계적 권위의 미국 민간환경연구소인 지구정책연구소(EPI, 소장 레스터 브라운)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발표한 '6번째 대량 멸종'이란 성명서를 통해 "인류에 의한 자연 파괴로 인류는 6번째 대량 멸종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구에서는 2억4천5백만년 전에 전 동물의 95%가 멸종하고, 6천5백만년 전에는 공룡이 멸종하는 등 과거에 5번의 대량 멸종 시대가 있었다. 이들 멸종은 화산의 분화나 운석의 충돌, 갑작스런 기후 변동 등이 그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며, 대량 멸종 뒤에 생물의 다양성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그후 1천만년 이상을 필요로 했다.
연구소는 "현재 우리는 과거 5번의 대량멸종시대에 비견할 만한 대량 멸종 시대로 향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단지 사람이라는 한 종(種)의 활동에 의해서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작은 미생물부터 큰 포유류까지 지구상에 생존하는 1천만종의 생명체중에서 매년 수천종이 사람들의 환경 파괴에 의해서 멸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사람들이 미처 그들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연구소는 세계의 식물들의 아주 일부만이 자세히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절반가량이 절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남미, 중앙·서아프리카,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빠른 속도로 절멸하고 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여서,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매년 발표하는 레드 리스트(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명단)에 따르면 알려져 있는 5천5백여종의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같은 동·식물의 광범위한 멸종사태는 바로 인간이 주도하는 각종 개발이 1차적 원인이다. 대규모 농지 개간, 도시와 도로 건설, 댐 건설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숲과 초원, 강과 습지가 파괴되고 흙이 포장되고 있다. 사냥, 채취 등 동식물의 멸종을 재촉하는 직접적 착취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사막화 현상 등은 이런 동식물 멸종의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
연구소는 동식물의 파괴가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보존된 생태계는 인간에게 공기를 공급하고 물을 정화하며, 식량, 의약품, 주거지를 제공한다. 그것이 파괴될 경우 인류는 기후 변화를 비롯한 다른 재앙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동·식물의 멸종사태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문제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파괴된 초원과 숲에 조성된 대규모 농지는 다국적 식량 메이저들이 주도하는 환금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기존에 토종 작물을 재배하던 농민들은 결국 삶의 터전을 뺐기고, 다국적 식량 메이저가 운영하는 농장의 노동자로 전락해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댐 건설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치인, 건설업자 등 기득권 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댐 건설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근 주민들은 몇 푼 보상금에 삶의 터전을 잃고 결국 도시 빈민으로 편입되고 만다.
***개발논리에 근거한 조선일보의 환경부 비판**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지구생명체의 6번째 대량멸종시대'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국내에서는 아직도 개발논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조선일보 5일자에 실린 한삼희 논설위원의 "한탄강에 '물 없는 댐' 서나"라는 제목의 글은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환경칼럼'이란 이름을 단 이 글은 얼핏 수자원공사의 한탄강댐 공사 계획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한탄강댐 건설에 딴죽을 걸어온 환경부를 겨냥한 글이다.
한 위원은 "환경부가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와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된 묵납자루 등을 포함해 14종에 달하는 한반도 고유 물고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한탄강에 '물 없는 댐'이 서게 됐다"면서 "환경단체가 그런 주장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환경부가 그런 요구를 내세웠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환경부의 동식물 보호정책을 비판했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일각의 탁상공론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로 여길 수도 있는 이 글은 사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한탄강 댐 건설에 관한 논란의 본질은 한 위원이 글에서 주장하듯 "댐을 건설하면서도 하천의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댐을 건설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한탄강댐은 정부가 경기 북부지역의 상습적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 계획한 1조원 규모의 사업이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하는 데다, 홍수방지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계속 표류해왔다. 애초 올해 1월부터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보상비 전액(96억원)과 건설비 일부(40억원)가 삭감됐고, 2004년도에 계상될 건설비 63억원에도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재검토' 의견이 붙어 사실상 사업 자체가 전면 재검토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 고철환)는 지난달 2일 토론을 통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내놓을 첫 과제로 한탄강댐 문제를 뽑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사업 자체가 전면 재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을 전제로 자신의 주장을 펴가고 있는 한 위원의 글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한 위원이 조선일보 내에서 환경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이런 칼럼이 실린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환경재앙은 이미 시작됐다**
백번 양보해, 수자원공사와 한삼희 위원의 주장대로 한탄강댐이 홍수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전적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지구정책연구소가 엄중 경고했던, 댐 건설 같은 개발로 인한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같은 환경파괴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한 위원의 지적처럼 그것은 홍수 조절 같은 것보다 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야 하는 것일까?
환경부가 "댐 건설을 놓고서 천연기념물과 보호야생동식물 보호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환경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지금까지 환경단체가 해온 탓에, 한 위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잠시 헛갈리고 있을 뿐이다.
한 위원은 환경부가 그렇게 딴죽을 건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 고작 '물 없는 댐'이고, 그것도 대책이라고 환경부가 수용해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허가를 내준 것을 비판해야 마땅했다.
지구정책연구소가 지적한 대로 실제로 지금 우리가 '6번째 대량멸종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면, 가장 큰 희생자는 결국 우리 인간이 될 것이다. 3월에 1백년만의 최대폭설이 내리는 등 환경파괴에 의한 기상이변이 눈앞 현실로 다가온 지금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모색할 때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천성산·금정산을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한탄강댐 건설을 '개발'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일부 언론과 사회의 시각에서 아쉬운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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