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6개 참가국들은 차기 회담 일정, 한반도 비핵화 ,실무회의 신설 등의 7개항을 담은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을 채택하고 3박4일간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로써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시적 틀을 갖추게 됐으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평화적 공존의지 표명’ 등을 발표문에 명기하는 등의 수확을 얻게 됐다.
하지만 회담 마지막 날인 28일 폐막식후 다시 전체회의를 여는 등 또다시 난항을 거듭해 발표문 형식이 당초 예상됐던 ‘공동언론발표문’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의장성명’으로 타결됐다.
***7개항 의장성명 채택**
28일 오후 3시 30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인 팡페이위앤(芳菲苑)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주재로 폐막식을 가진 이후 이례적으로 다시 전체회의를 연 6개국 대표단은 이번 회담의 결과물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중국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이같이 밝히고 “회담 참가 6개국은 6월말까지 베이징에서 3차 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아울러 실무회의도 신설키로 했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이 보도했다.
왕이 중국측 수석대표는 “참가국들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의지를 표명했다”며 “평화적으로 공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고 핵문제 및 관련된 관심사를 다루는 데 있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합의된 사항들은 이후 회담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6개 참가국들은 2차회담에서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유익하고 긍정적인 협의가 개시됐고 참가국들의 협의태도가 진지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의장성명의 주요내용은 ▲금년 6월까지 차기 6자회담 개최 ▲핵무기 없는 한반도 ▲6자회담의 유용성 확인 ▲실무회의 신설 ▲상호 조율된 조치로 북핵 및 관련된 관심사 해결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평화 공존 등이다.
***실무회의 신설, 상설화∙정례화 토대 마련**
채택된 의장성명의 내용을 통해 보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전문가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상설화의 틀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실무회의 신설을 꼽고 있다.
차석대표급 실무회의는 전체 6자회담보다도 개최하기가 쉽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써 북한의 핵동결 및 폐기, 대북안전보장, 에너지 지원 및 경제협력 문제 등에 있어 좀더 효율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검증 방법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등도 이 틀 안에서 논의함으로써 실질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차기 회담 일정의 기간대를 정했다는 것도 1차 회담 이후 2차 회담이 열리기까지 회담 일정을 잡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회담 정례화와 연관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평화적 공존 의지 표명’, ‘관심사항’에 여타 의제 포함**
이와 함께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평화적 공존 의지 표명’은 지난 2002년 촉발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북한과 미국간 기본적인 입장표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즉 ‘핵무기 없는 한반도’란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평화적 공존의지 표명’은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재천명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회담 참가국의 대북안전보장 용의 표명과 맞닿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외에 ‘핵과 여타 참여국의 관심사항’에 대해서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북핵 이외에도 국가별로 요구하고 있는 모든 사안들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물론 대부분 핵과 관련된 내용으로 미국으로서는 HEU 문제와 미사일 문제, 북한으로서는 동결 대 보상으로 요구했던 중유와 전력 등 에너지 지원 문제와 대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군사부문 제재 해제 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문구에는 또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이 그동안 밝혀왔듯이 일본은 ‘관심사항’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납치자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북-미, 폐막 당일 폐막식후 제차 전체회의 여는 등 격론 벌여**
한편 오전의 차석대표회의 이후 바로 폐막식을 열기로 했던 예정과는 달리 폐막식이 예정보다 늦게 개최됐고 이례적으로 폐막식 이후에 다시 한번 전체회의가 열린 까닭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기술적인 이유’라고 보도했으나 공동발표문 초안에 대해 북한이 이의를 제기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밤 회담 참가 6개국은 공동문서 합의문 초안을 만들어놓았으나 본국의 훈령을 받은 북한이 이날 오전 차석대표회의에서 합의문 초안 5항의 ‘서로의 입장에 다시 한번 이해가 깊어졌다’는 표현 대신에 ‘각측은 이견이 있지만 앞으로 좁혀나가자’는 조항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중국과 한국도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이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북한이 이 문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번 회담 내내 문제가 됐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입장에 다시 한번 이해가 깊어졌다’는 표현대로라면 이번 회담에 미국이 제안한 CVID 원칙에 대해 북한도 수긍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차기 회담에서 북한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을 법하다.
***당초 예상보다 한 단계 낮은 형식의 ‘의장성명’ 채택**
이에 따라 발표문 형식은 지난 1차 회담 당시의 의장요약발표문보다는 높은 형식이긴 하지만 예상되던 ‘공동언론발표문’보다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으로 귀결됐다.
이와 관련해 이수혁 한국수석대표는 “의장성명도 문건이라는 점에서 공동언론발표문과 큰 차이가 없으며, 단순히 회담에서 각국이 제기한 문제를 요약한 것에 그친 지난해 8월 1차회담의 의장요약발표문과는 그 격이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발표문은 교섭 참가국이 합의사항에 대해 정치적인 구속력을 갖겠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점에서 언론에 교섭내용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공동언론발표문보다 격이 높고 또 의장성명은 참가국의 합의가 결여된 문건이라는 점에서 공동언론발표문보다도 더 떨어지는수준의 합의문이다.
***의장성명 전문**
1. 제 2차 6차회담이 베이징에서 중국,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 사이에 2004년 2월 25부터 28일까지 개최됐다.
2. 각 대표단의 수석대표는 중국 왕이 외교부 부부장,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 일본 야부나카 미토지 아시아.대양주 국장, 한국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러시아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 미국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3. 6개국은 2차 6자회담에서 실질적인 문제에 관해 유익하고 긍정적인 협의가 개시됐고 또 모든 참가국들의 협의태도가 진지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회담을 통해 아직 차이점은 남아 있으나 참가국들은 상호입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했다.
4. 6개국은 한반도와 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에 대해 그리고 상호존중의 정신에 입각한 대화와 평등에 기초한 협의를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의지를 표명했다.
5. 6개국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6개국은 핵문제 및 관련된 관심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6. 6개국은 대화 과정을 계속하기로 합의했고 2004년도 2분기내 베이징에서 제 3차 6자회담 전체회의를 개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전체회의의 준비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실무그룹의 임무 등은 외교적 경로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7. 북한과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 대표단은 중국측이 두번에 걸친 6자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한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