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이 의장성명을 채택하며 3박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로써 회담 상설화와 정례화를 통해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2차 6자회담에서도 여전히 평화적 목적의 핵계획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 북한과 미국간 근본적인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번 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회담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문제해결 이제 시작. 본질문제 이견 여전, 핵폐기 개념 및 범위 논란**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간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바로 핵폐기의 개념과 범위. 북한은 핵폐기 용의를 밝히면서도 군사적 목적과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은 구분지어야 한다며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짓다 중단된 경수로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도 폐기한다면 이에 대한 보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은 평화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을 구분짓는 것은 북한이 핵모호성을 유지하며 폐기 과정을 세분화해 보다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핵폐기라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미국이 주장하는 CVID의 ‘완전한’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막판까지도 ‘포괄적’이라는 문구로 대체하도록 설득했으나 미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폐기 개념 및 범위 논란으로 ‘동결 대 보상’ 논의에 한계**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이 제시했던 3단계 해법 가운데 보다 진전된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평화적 공존의지 표명’으로 어느 정도 ‘말 대 말’ 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북한의 핵폐기 용의 선언과 미국의 다자간 대북안전보장 용의 표명이라는 직접적인 표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물론 1단계를 뛰어넘은 2단계 초입단계로서 ‘북한의 핵동결 대 보상’에 있어서는 북한이 핵동결 의사를 표명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중유 등의 에너지 지원 의사를 표명하는 등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보았지만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과 ‘CVID식 핵폐기’라는 1단계 논란으로 인해 핵동결 대 보상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못했다.
‘북한의 핵동결 및 보상’ 등에 있어서도 북한은 군사적 목적의 핵폐기만으로 당초 중유 등 에너지 지원,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군사 제재 조치 해제 등의 3가지를 요구했었기 때문에 이후 상설화되는 실무회의에서 논의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제공하던 중유지원 한국이 맡을 듯, HEU 이견도 여전**
한편 핵동결 대 보상과 관련해 북한이 군사적 목적의 핵만으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미국 또한 중유 지원에 있어 미국은 빠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타협점으로 중유 지원을 러시아와 중국, 한국이 맡는다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인 지원은 한국이 고스란히 떠맡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제네바 협의 당시 미국측 몫이었던 중유지원이 우리에게 넘어오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회담 전부터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미 양측은 큰 이견을 보였다. 미국은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하며 북한을 압박했으나 북한은 HEU 자체를 부인했다.
물론 28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 이외 다른 회담국과의 양자접촉에서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의사를 타진하는 등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고는 하나 미국은 이러한 태도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인지 지켜봐야한다는 태도다. 이 문제는 추후 신설되는 차석대표급 실무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성명 채택, 각국의 다급한 국내사정도 한 몫 **
한편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 이견은 있었음에도 그나마 의장성명이 발표된 데는 회담 내용뿐만이 아니라 각국의 국내 상황과도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라크전이나 경제 문제 등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뒤짐으로써 이번 6자회담에서 일정정도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존 케리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외교적 해법과 북-미간 직접대화를 강조하며 당선 이후 외교 노선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어 민주당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성과가 필요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북한으로서도 리비아의 핵포기 선언 이후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해 무작정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파키스탄의 핵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회담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북한으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의 의장국인 중국도 회담 성과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인 중재로 6자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는데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난다면 중국의 외교력에 대해서나 중국의 중재 능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또한 중국 국민들에게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1차 회담과는 달리 회담 브리핑을 여러 차례 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나 탕자쉬엔(唐家璇) 국무위원 등의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각국 대표들을 만나며 회담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6자회담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2차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 한국 정부 당국은 이번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등 기대감을 보여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 성과가 없이 끝난다면 국내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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