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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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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 남의 일 아니다"

[토론회] 포괄적 식품법 제정-식품안전행정 개편해야

광우병과 조류 독감 등으로 국내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돼가는 시점에서 국내 식품 안전 체계의 현황과 바람직한 제도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11일 열렸다.

원내 의석이 하나도 없는 민주노동당이 총선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이 자리에는 토론자와 청중들 외에도 농림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수의과학검역원, 농산물품질관리원, 농업과학원 등 국내 식품 안전 체계 전반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 실무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포괄적 식품법 제정-식품 안전 관리 행정 조직 개편이 두 축이 돼야"**

'식품 안전 관리 체계의 개편방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은 광우병 파동을 겪은 후 식품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한 유럽과 일본의 예를 들면서, 한국의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더 미루다가는 유럽과 일본의 '광우병 파동'에서 우리나라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수철 부소장은 "식품 안전 관리의 두 가지 기본 원칙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 관리'와 '임기응변적 대응이 아닌 절차에 따른 체계적인 위험 분석'"이라면서 "유럽과 일본은 광우병 파동을 겪은 이후, 포괄적인 식품법을 제정하고 식품 안전 관리 행정 조직을 개편하는 것으로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수철 부소장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식품 안전 대책의 개혁에 착수해 1997년에 그린 페이퍼(Green Paper, 식품의 일반 원칙에 관한 녹서)를 시발점으로 2000년 식품 안전 백서(White Paper on Food Safety)에 이르러 식품 안전 정책의 기본 방향이 제시됐고, 이를 토대로 2002년 1월 다양한 식품 관련 개별법의 기초가 되는 일반 원칙과 요건을 제정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1년 3월 ‘광우병 문제에 관한 조사 검토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라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이 결정됐다. 일종의 식품 안전에 관한 포괄적인 틀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포괄적인 식품법 제정에 따른 행정 조직 개편도 세계적인 흐름이다. 황수철 부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평가하는 기능과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분리시키는 것"이라면서 "둘이 집중돼 있을 경우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고, 결국 그것은 위험을 제때 막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황수철 부소장은 "행정기관으로부터 위험 평가 기능을 떼어내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면서 "1999년 신설된 프랑스의 식품위생안전청(AFSSA)이나 유럽의 식품안전청(EFSA)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식품위생안전청은 농수산부, 보건부, 공정거래·소비·규제·부정행위방지국의 공동 감시 아래 위험 평가만을 전담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권고를 하는 기관이다. 식품위생안전청은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권고를 할 경우 사전에 행정 당국과 일체의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권고와 동시에 국민에게 권고 내용을 공포한다. 이 기관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행정 기관의 판단에 달려있지만, 행정 당국은 식품위생안전청의 권고 내용을 알고 있는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할 의무를 안게 되는 셈이다.

황수철 부소장은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식품안전에 관한 포괄적인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기초로 법 제정과 행정 조직 개편 등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정부의 식품 안전 불신한다"-정부, "할 만큼 하고 있다"**

한편 황수철 부소장의 발표 후 이어진 지정 토론과 종합 토론에서는 한국생협연합회, 여성민우회 등 소비자 단체와 농림부,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 정부 기관이 식품 안전 대책을 놓고 팽팽히 맞서 큰 인식차를 드러냈다.

지정 토론에 나선 김은희 한국생협연합회 식품안전팀장은 "현재 국내 식품 안전 당국은 사후적인 규제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면서 "사후적 규제보다는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통한 사전 규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민우회 이경란 이사도 "학교급식에서 문제가 된 고춧가루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 식품이 전량 소비된 뒤에야 호들갑을 떠는 것이 현재의 식품 안전 당국의 행태"라면서 김은희 팀장에게 공감을 표시했다. 이경란 이사는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부처에 얘기를 해야할지 막막한 것도 큰 문제"라며 "농림부,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이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소비자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 대거 참석한 정부 참석자들은 일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정부도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의 식품 안전 관리나 법제도가 그렇게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문제는 소비자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정부, 업계 사이에 정보 교류가 부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청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국내 식품 위생은 세계 수준에 놓고 봤을 때도 최고 수준"이라며 "황 부소장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다원화된 체계가 꼭 나쁜 체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많은 식품 안전사고가 있었지만 관리 체계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부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 황수철 부소장은 "국내 식품 안전 체계가 소비자 우선이 아니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황 부소장은 "비록 요소요소의 검사 수준은 국제적 기준에 비쳐 봤을 때 꽤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끊임없는 안전사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며 "겸허하게 그 동안 식품 안전 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지혜를 모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를 기획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박창규 부장은 "원내 의석을 갖고 있는 기존 정당들이 식품 안전 체계를 개혁하는 문제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할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이번 토론회를 기획했다"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대다수 서민들이 식품 안전사고의 1차적 희생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민들의 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이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토론회와 같은 논의의 장을 계속 만들어, 국내 식품 안전 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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