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스라엘 정부가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에 1600채의 유대인 정착촌 주택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었다. 때마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있던 터라 파장이 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재자로 나선 미국이 오히려 외교적 논쟁에 중심에 선 모양새가 됐다.
美 "이스라엘이 모욕 줬다"
1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엑셀로드 백악관 최고정치고문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모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매우 섬세한 노력들을 해쳐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셔틀 외교가 막 시작됐을 때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관련 발표가 나옴으로써 매우 큰 해를 끼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번 일을 미국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12일 "양국 관계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신호"라며 "바이든 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 역시 "동예루살렘에 정착촌 조성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필요한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또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4자인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EU) 등은 각각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중동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그를 맞이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 ⓒEPA=연합뉴스 |
이스라엘, '눈 가리고 아웅'…美에만 사과하면 그만?
비난이 쏟아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거듭 미국에 사과했다. 그는 14일 주례 각료회의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중 신축 계획을 발표한 것은 순전히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해로운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각료들에게 자제력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대미 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평화협상의 상대인 팔레스타인측이 대화의 조건으로 내거는 주택 신축 계획 백지화에 대해서는 무반응이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협상을 풀어줄 정착촌 건설 취소는 지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태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정착촌 문제가 방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정착촌 건설로 팔레스타인인들이 또 한 번 유대인들의 '인종청소'에 밀리고 예루살렘에서 세력이 꺾이는 문제뿐만 아니라 이번 발표가 미국의 면전에서 이루어졌고 국제사회가 그걸 멈추는 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예루살렘 지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 점령지가 된 이 땅을 미래 독립국의 수도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전체 예루살렘이 분리될 수 없는 자국의 영원한 수도라고 맞서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