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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체류 9개월 루렌도 가족, 난민 심사 받을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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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체류 9개월 루렌도 가족, 난민 심사 받을 길 열렸다

서울고법, 루렌도 가족 난민 심사 회부 판결

인천국제공항에서 274일째 체류 중인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루렌도 가족은 콩고 출신 앙골라인으로 콩고 출신자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박해를 피해 2018년 12월 한국에 입국한 뒤,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외국인청은 루렌도 가족의 난민 심사 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5조 7항의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심사를 거부하고 입국을 막았다.


루렌도 가족은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라도 달라"며 2019년 2월 외국인청의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방법원은 "안타까운 사정은 맞지만 외국인청의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외국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법은 27일, 인천지법의 판결을 뒤집고 루렌도 가족을 난민 심사에 회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난민 신청 절차는 난민을 인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를 주는 절차이기 때문에 신청자 본인의 의사가 있다면, 난민 심사 신청은 난민 인정보다 넓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은 "원고가 입국 불허 결정이 난 뒤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고 해서 진정한 신청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관광비자를 받고 단기간에 출국했다고 해도 국적국의 박해를 피하려는 '급박한 상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원고에게 난민 신청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한 처분은 유지되기 어렵다"며 "원고는 일단 심사에 회부돼 조사를 받은 후 난민 인정 여부가 최종 결정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루렌도 가족 법률대리인 이상현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난민 심사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에서 국경에서의 거부라고 해서 강제송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며 UN난민기구는 이 같은 일이 난민협약에 반하는 일이라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공항 난민 신청 제도가 난민협약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어 왔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행정청도 난민협약에 충실하게 난민 심사 제도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루렌도 가족은 본국에서의 끔찍한 차별과 폭력을 피해 그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만으로 한국을 찾았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앙골라에서 벌어지는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추방, 박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난민 심사를 거부했고, 공항에서 생활 중인 루렌도 가족 중 4명이 10세 미만 아동인데도 아동 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는 루렌도 가족과 같은 일을 당하는 난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외국인청은 오늘 법원의 결정을 수용해 루렌도 가족을 즉각 입국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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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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