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존 케리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승리함으로써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확실한 초반 승세를 거머쥐게 됐다.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충격적인 3위를 기록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2위를 기록, 그나마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전망된다.
***케리, 39% 차지, 두자리수 격차로 딘 따돌려, 에드워즈와 클라크 3위 싸움**
27일(현지시간) 실시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존 케리 상원의원이 두자리수의 격차로 하워드 딘 후보를 따돌림으로써 민주당 예비선거의 초반 선두를 굳건히 세울 수 있게 됐다고 AP 통신 등 미국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예비선거 시간은 카운티 선거구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었으나 대개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8시에 끝나 개표가 진행 중이며 3백1개의 선거구 가운데 2백69개의 선거구 개표가 보고된 가운데 89%의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케리 후보는 39%, 딘 후보는 26%를 차지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일정 장소에 모여 정치토론을 거친 뒤 저녁 늦게 투표에 나서는 아이오와주 등의 코커스와는 달리 일반 선거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투표와 개표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라 이번 선거에서는 출구조사가 이루어졌으며 CNN이 한 출구조사에서도 케리 후보는 38%를 얻어 1위를 할 것으로 조사됐다. 딘 후보는 출구조사에서도 24%를 얻어 2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1위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3위에는 존 에드워즈 노스 케롤라이나 상원의원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 후보는 모두 12%를 얻었으며 득표수에서 클라크 후보가 에드워즈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2월 3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이번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3위 이내에 들어야지만 재기할 수 있는 승산이 있다고 분석해 왔다는 점에서 3위에 관심이 몰린 것이다.
***케리, "부시 꺾을 수 있다는 확신 보여줘"**
케리 후보는 뉴햄프셔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소식에 "이는 거대한 승리이며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는 수개월 동안 단념했었지만 이제는 재충전됐다"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부시 대통령을 꺾을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 보다 더 강력한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승리뿐"이라며 "이는 오랜 미국 정치사에 있어 최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해오면서 힘든 선거도 치러봤다"며 "나는 이제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딘 후보는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충격적인 3위를 차지한 이후 이번에는 2위를 차지함으로써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는 중평이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두 자리수 정도 차이 나는 2위를 얻은 것은 그에게 덮여있는 의구심을 일소하고 완벽한 재도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에드워즈 후보나 클라크 후보보다는 2배 정도의 우위를 점한 것은 아이오와 패배를 씻어줄 수 있는 약간의 위안은 될 것이고 도약의 발판은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오와의 코커스에서 케리 후보만큼이나 정치적 도약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에드워즈 후보는 1, 2위와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3, 4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월 3일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뉴햄프셔가 실시되기 전 이루어진 사우스 캐롤라이나 여론조사에서는 에드워즈 후보는 케리 후보와 업치락뒷치락 선두권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뉴햄프셔 예비선거, 실질적인 선거인단수보다 정치적 의미 커**
이번 예비선거 결과로 케리 후보는 뉴햄프셔에서 14석의 선거인단수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딘 후보는 8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며 에드워즈 후보나 클라크 후보는 선거인단을 얻기 위한 문턱인 15% 이상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뉴햄프셔에서는 선거인단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선거에서는 선거결과로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방식이 2가지다.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승자 독식 방식과 일정 비율을 넘어선 후보들이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누어 갖는 비례형 두 가지가 있다. 뉴햄프셔주는 후자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22명의 선거인단수를 배정받았다.
22명의 선거인단수는 대선후보 확정에 필요한 선거인단 2천1백62명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치이다. 또 뉴햄프셔 주정부에 따르면 이곳의 유권자수는 69만 1백59명에 불과하고 대도시가 없는 아주 작은 주이지만 뉴햄프셔는 1916년부터 예비선거를 실시해 왔고 첫 예비선거라는 점에서 50년 넘게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의 주요 출발점의 하나로 인식돼 와 항상 큰 관심을 모아왔다. 이에 따라 승자에게는 선거인단 수자 이상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을 안겨주는 셈이다.
***케리, 카터 전 대통령 ,딘 클린턴 전 대통령 형국 좋아할 듯 **
특히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뉴햄프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보가 결국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되거나 대선에서 승리한 전례가 많아 주목을 받기도 한다. 1952년 이래로 12차례의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 공화 24명의 후보들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9명, 민주당에서는 6명의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또 이들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보들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6명, 민주당에서는 4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 있어 뉴햄프셔 주민들은 정확한 여론 추이를 반영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서는 1976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2000년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는 물론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해 대선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이는 케리 후보가 가장 이상적인 경우의 수로 상정하고 있는 모델인 셈이다.
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에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뉴햄프셔 선거에서는 2위를 차지했음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고 대통령직까지 거머쥐기도 했다. 물론 이는 딘 후보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선례일 것이다.
***이젠 2월 3일 슈퍼화요일로 시선 집중**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케리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이제 관심은 2월 3일 슈퍼 화요일로 옮겨가고 있다. 이날에는 아리조나, 델라웨어, 미주리, 뉴 멕시코, 오클라호마, 노스 다코타,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의 7개주가 동시에 선거를 실시한다. 또 이들 주들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처럼 먼저 선거를 시행하지는 않기에 시기면에서는 관심이 떨어지지만 이날 결정되는 선거인단 수는 2백69명으로 대선후보 확정에 필요한 선거인단수의 12%를 차지해 보다 실질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이 슈퍼화요일에서도 '베트남전의 영웅'인 '돌아온 케리'가 승리를 거머줘 '이라크전의 영웅'인 부시를 꺾을 기회를 쟁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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