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가졌다. 검찰 개혁 등에 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검찰 내에선 곱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의정부지검에 입장하며 "검찰 개혁을 위해선 누구보다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검찰 개혁 내용이든,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이든 주제 제한 없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며 "오늘은 제가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듣는 시간"이라고 했다.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사장급 간부들이 배석하지 않은 채, 40세 이하 검사들과 직원들이 주로 참석했으며, "참석자를 자율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 장관은 설명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검사와의 대화'는 오후 2시 15분 께 끝났다. 조 장관은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검찰개혁 문제나 검사들의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들었다"며 "주로 들었고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간략히 말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자신의 가족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살짝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다만 조 장관이나 법무부 측은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선 함구했다. 조 장관은 이날 일정을 시작으로 다른 지방검찰청도 방문해 '검사와의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 내부에선 조 장관의 이런 행보에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 검사는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일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이라며 "이미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행사를 다운그레이드 해 열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갑자기 실질적 변화가 생기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일선 검사들과 만났던 '검사와의 대화'와 비교하며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특히 "검찰 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이 그 적임자는 아니다"라며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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