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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근혜 청산은 박수...노동권 후퇴 견제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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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근혜 청산은 박수...노동권 후퇴 견제는 미흡"

'혐오와 차별을 넘어' - 문재인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평가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인권기준에 맞춰 여러 인권 현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구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진보적인 곳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인권위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권고부터 이라크파병반대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런 인권위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전부터 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만들려고 했다가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난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인권위 조직 축소부터 인권위 조사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인권위에 여러 외압이 가해졌다. 용산 철거민사망사건,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이명박 정권의 심각한 인권침해에도 인권위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도 다를 바 없었다.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 탄압이 지속되고 혐오세력이 날로 확산됐으나 인권위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인권위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구성된 혁신위원회는 3개월의 활동 끝에 과거사, 독립성과 투명성, 조직내부혁신, 조사구제혁신방안, 인권교육 혁신과 인권정책 기능 실효성 제고, 시민사회와의 실질적 교류, 인권위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9개 분야에 걸쳐 13개 권고(66개 주문)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로 지난해 4월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해 9월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8대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여성 비법조인 출신으로는 첫 인권위원장이란 점에서 시민사회단체는 크게 환영했다.

그 후 1년, 혁신위 과제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최영애 위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조성은)

차별금지법·인권기본법·노동권 보호...'정무적 판단' 고려하나 지적도

전문가들은 인권위에 대해 "혁신위 과제 중 과거사와 독립성, 투명성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청와대의 인권위 조사관 사찰, 장애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은 부분은 차별금지법·인권기본법·노동권 보호 등이었다.

최영애 위원장은 취임 후 혐오차별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올 1월 '혐오차별 대응 기획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기획단의 활동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차별금지법 제정과의 연관성 등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소수자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법 제정에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인권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나 대응이 없다. 차별금지법은 입법 움직임마저 없는 상황이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청와대와 법무부, 여당 모두 2020년 총선에서 차별금지법이 쟁점이 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권위마저 총선 결과라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 사무국장은 "입법은 국회의 몫이지만 인권위는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정책의 기본 틀이 될 인권기본법 제정도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권위는 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인권·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기본법 제정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인권기본법 추진에 관한 일정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나 사무국장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 과정에도 인권위가 개입하거나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인권위가 인권기본법 제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로 노동권 후퇴시키고 있지만, 인권위는..."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 관련해서,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나 사무국장은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조사결과를 언급하며 "'국가정보기관의 위법·부당한 개입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이 우려스럽다"며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기각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재수사를 요청했어야 했다는 민변의 지적을 심각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가장 지탄받은 사례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진정과 관련한 '노동권 보호 회피'를 꼽았다. '노조파괴' 사례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회사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에 여러차례 진정했으나 2017년이 지나서야 인권위의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동안 법원에서 먼저 각종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판결이 나왔고 시민사회에서는 인권위가 노동관련 사안에 대해 전문성과 역량은 물론 해결의지도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분야 정책이 가장 많이 후퇴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탄력근로시간제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권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지만 인권위가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 당시에 보여줬던 독립적인 태도와는 매우 다른 태도"라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안에 늑장대응 했을 뿐 아니라 기아차여성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진정은 이렇다 할 조사나 입장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 박홍근 국가인권위원,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김원규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 조사관, 서창호 대구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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