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2천5백억원을 들인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개발(일명 KSTAR)' 사업이 뚜렷한 성과 없이 일단락될 전망이어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KSTAR의 경우 2001년 '개발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내부 제보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학기술부와 사업단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 KSTAR 사업 감사원에 추가 제보**
국내 핵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1995년부터 시작된 KSTAR 사업은 현재 모든 예산 배정이 끝나 2004년 8월에 사업 자체가 종료될 예정이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대표 김창준 변호사)은 26일 "KSTAR 사업단이 일정상의 이유로 3만5천암페어 성능 시험 없이 자석 테스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감사원에 추가로 제보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KSTAR 사업의 핵심 부품인 초전도 자석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3만5천암페어 시험을 꼭 거쳐야 할 것으로 지적해 왔다.
참여연대는 이미 2002년에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 K씨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L씨, 과기부 등이 KSTAR 사업을 위해 개발된 초전도 도체의 용접 불량 사실을 은폐하고, 상부에 허위 보고 등의 행적을 통해 약 2백30억원의 KSTAR 예산을 낭비한 혐의를 잡고 이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했고, 감사원이 이를 이첩 받아 감사를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사업단이 애초 국회나 외부 전문가들에게 개발 중인 핵융합 기술의 성능을 시험할 최저 조건으로 제시했던 3만5천암페어 성능 시험을 슬그머니 번복한 것은 내부 제보를 통해 참여연대가 계속 지적했던 초전도 도체 용접 불량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2천5백억원이나 든 거대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KSTAR 사업, 김영삼 前대통령의 '깜짝쇼'로 시작해**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STAR 사업은 1995년에 사업 시작할 당시부터 타당성 검토 없이 김영삼 前대통령의 '깜짝쇼'로 시작됐다.
김 前대통령이 1995년 7월 미국 방문 중에,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분야의 중점 지원분야로서 우주기술개발과 함께 제어핵융합개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1995년부터 바로 KSTAR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돌발 선언 이후, 시작된 KSTAR 사업은 애초 계획보다 1천억원 정도를 초과해 2003년에야 끝나게 됐다.
한 관계자는 "1995년에 KSTAR 사업이 실시됐을 때도 많은 전문가들은 이론적, 공학적, 경제성의 측면에서 아직 너무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반대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 산업계가 거의 핵융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것 자체가, 이 기술의 현실적인 응용가능성이나 경제성이 희박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부실한 사전 준비가 결국 지난 8년 동안 KSTAR 사업이 진행되면서 온갖 잡음이 있었던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핵심 관계자 내부 제보로 엉터리 추진 과정 공개돼**
KSTRA 사업의 엉터리 추진 과정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1년경 KSTAR 사업에 관여하던 핵심 전문가가 엉터리 추진 과정을 내부 제보하면서부터다.
KSTAR 사업의 핵심 부품인 초전도 도체의 용접불량 사실이 내부에서 수차례 문제 제기됐으나, 정작 사업단을 비롯한 결정권자들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오히려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내부 제보를 계기로 참여연대가 2002년에 부방위에 고발했고, 최근까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중인 것이다.
그 때부터 KSTAR 사업단은 2002년 9월 국정감사 때 초전도 도체의 성능을 확인할 최저 조건으로 '3만5천암페어 전류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시험을 공언했다. 참여연대 등도 3만5천암페어 시험을 통과할 경우 '성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하겠다'며 성능 시험을 계속 종용했다. 하지만 KSTRA 사업단은 3만5천암페어 시험을 계속 기피해왔고, 결국 성능 시험 없이 테스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월 과기부 국감에서 이종걸 의원이 초전도 도체의 불량 제작으로 인한 예산 낭비 의혹을 포함한 KSTAR 사업의 방만한 운영 등 총체적인 부실관리를 지적했으나, KSTAR 사업단과 과기부 모두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에는 '원인불상의 사고가 발생해 3만5천암페어 시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증언을 확보한 참여연대가 과기부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답변도 없는 상태다.
참여연대는 "처음에는 '사업 일정 때문에 3만5천암페어 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고 얘기하다가, 이제는 '사고로 장치가 훼손돼 시험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면서 "3만5천암페어 시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증거를 인멸하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과기부-핵융합위원회 담합 의혹도 제기돼**
한편 과기부와 국가핵융합연구개발위원회의 담합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기부는 그간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 및 단계평가의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나,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KSTRA 사업의 경우에는 이런 원칙을 거의 무시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KSTAR 사업에 대한 2002년의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달성 목표인 초전도 자석에 대한 성능 테스트(3만5천암페어 성능 시험)가 완료되지 못하였으므로, 실제 테스트 이후에야 (최종) 판단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초전도 자석의 테스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주관기관 책임하에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업단이나 평가를 담당한 핵융합위원회와 과기부는 3만5천암페어 시험을 거치지 않고 2003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11회 국가핵융합연구개발위원회에서는 '초전도 자석의 경우 성능 테스트 통과를 전제로 A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 책임문제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 현재 정부산하 연구원장으로 있는 장모씨는 "연구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원래 리스크가 있는 것인데, 성능 테스트에 대한 책임 문제까지 거론하면 사업관계자들이 힘이 빠질 것"이라며 사실상 사업단의 무책임한 행태를 추인하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과기부 등이 관리ㆍ감독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을 덮기 위해 은폐 행위에 동조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면서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이런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KSTAR 사업의 경우 국내 핵융합 연구를 한 차원 상승시켜 최근에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등 국제적으로 그 기술을 인정받은 계기로 작용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속 지적되고 있는 3만5천암페어 성능 시험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의 심사ㆍ토의를 거쳐 생략한 것이므로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가 연구개발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필요해**
한편 이 기회에 국가 연구개발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연구자는 "2002년에 지적받은 대로 3만5천암페어 시험을 했다면 이런 잡음도 없었을 것이고, 추후 발생할 기술적 문제를 미리 발견해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해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증액되는데도, 연구개발 예산의 운용ㆍ관리는 주먹구구식이라서 오히려 열심히 하는 연구자들의 사기만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운용ㆍ관리ㆍ평가하는 데 직접 개입할 때 이런 관행이 고쳐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가 연구개발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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