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2인자로 행세해온 권노갑씨에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상납을 해온 혐의가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 핵심기관들마저 권씨 눈치를 보며 금품을 상납했다는 사실은 권씨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으며, 권력기관의 눈치보기가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5일 청와대와 국정원이 2000년 4월을 전후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권씨 비자금 추적 과정에서 국정원 관련 계좌에서 빠져 나온 수표가 권씨측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잡고 총선과 관련된 자금인지 여부 등을 확인중이며, 이 계좌는 김영완씨가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99년말부터 2000년초 권씨 관련계좌에 수억원대 금품이 입금된 단서를 잡고 이 돈의 구체적인 출처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씨측은 "이 돈은 99년말 권 전 고문이 아들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이 중에는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축의금 및 여비 명목으로 준 돈도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98년 5월부터 2000년 9월까지 18차례에 걸쳐 국정원 예산에서 10만원권 수표로 빠져나온 2억2천7백90만원이 권 전 고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지난 10월 검찰조사에서 밝혔다"고 보고했다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전했다. 이 기간은 이종찬, 임동원, 천용택씨가 연이어 국정원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같은 보고내용을 공개한 홍 의원은 "국가예산인 국정원의 돈이 구여권 인사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면서 "이는 `제2의 안풍(安風)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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